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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법구경(128) 부처님을 살해하려고 한 데바닷다 이야기

by 아미타온 2025. 2. 5.

<법구경(128) 부처님을 살해하려고 한 데바닷다 이야기>

 

<황악산 직지사>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데바닷다와 관련하여 게송 162번을 설법하셨다.

어느 날 여러 비구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부처님께서 오셔서 무엇을 주제로 대화하고 있는가를 물으셨다.


그래서 비구들은 데바닷다를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노라고 대답한 뒤 이렇게 사뢰었다.
 
"부처님이시여!
데바닷다는 참으로 윤리 도덕이 마비된 사람이며,
부끄러움을 모르고 탐욕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는 라자가하 국왕의 아들 아자투삿투에게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신임을 얻으려 하였고,
명예와 행운을 차지하기 위해 온갖 비겁한 짓을 다 저질렀습니다.

그는 아자투삿투에게 친아버지를 죽인 다음

왕이 되라고 충동질했습니다.

 

그 결과 아자투삿투는 어진 국왕이요,
부처님에 대한 신심이 두터웠던 빔비사라왕을 시해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부처님의 생명까지 노려서

세 번이나 술책을 부렸습니다.

 

데바닷다는 이 같이 아주 사악하며 교활한 자로서
도저히 바르게 지도할 수 없고

구제할 수 없는 악한이었다고 하겠습니다."

비구들의 이야기를 들으신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데바닷다가 여래를 죽이려고 한 것은

단지 금생의 일만은 아니니라.
그는 과거 생에서도 그런 나쁜 짓을 여러 차례 했었느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이에 얽힌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들려주셨다.

~~~~~~

 

과거 브라흐마닷따 왕이

바라나시를 다스리고 있을 때
장래의 부처님이 그곳에 사슴으로 태어났다.

 

그때 데바닷다는 사슴 사냥꾼이었다.
어느 날 사냥꾼은 나무 밑에서 사슴 발자국을 발견했다.

그는 나무 밑에 대나무로 함정을 만들어 놓고 창을 들고
다른 나무 뒤에 숨어서 사슴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이때 사슴은 함정 근처에 나타나기는 했으나
매우 조심하며 주위로부터의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었다.

사냥꾼은 사슴이 좀처럼 가까이 오지 않자 사슴을 유인하기 위해

사슴이 좋아하는 과일을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던졌다.

 

그러나, 사슴은 오히려 더욱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이었고,

마침내 사냥꾼을 발견했다.

 

사슴은 짐짓 사냥꾼을 보지 못한 체하며

뒤로 돌아 천천히 사라졌다.

사냥꾼과 적당한 간격을 띄워

이제는 창이 미치지 않을 만큼 되었을 때
사슴은 사냥꾼 쪽을 보며 짐짓 나무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 나무여!

그대는 언제나 과일을 위에서 아래로 똑바로 떨어뜨리더니
오늘은 자연의 법칙을 어기고 옆으로 떨어뜨리는군요.
당신이 그처럼 자연의 법칙을 어겼기 때문에
나는 당신을 떠나 다른 나무에게로 가겠소이다."

이런 인사와 함께 유유히 돌아가는 사슴을 보고
사냥꾼은 손에 쥔 창을 힘없이 늘어뜨리며 말했다.

"그래.

너는 다른 곳으로 가거라.
오늘은 내 계산이 틀린 것을 인정하마."

그러자 사슴이 대꾸했다.

"아, 사냥꾼이시여.
당신은 오늘 참으로 계산을 잘못했소.
그러나, 당신이 범한 악한 행동만은

틀림없이 계산될 것입니다.
그것들은 언제까지나 당신을 따라다닐 테니까요."

 ~~~~

 

<직지사 대웅보전 삼존불>



이와 같이 데바닷다가 부처님을 해치려 한 적은
과거에도 수없이 많았으나,
한번도 성공한 적은 없었다고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계행이 나무에 붙어 아무데고 무질서하게 뻗어나가는
등나무와 같이 흐트러진 사람은 마침내 지옥에 떨어지느니라."

그리고, 다음의 게송을 읊으셨다.

계행이 없는 자가 욕망에 넘침이여.
마치 등나무가 살라 나무에 엉키듯
스스로 자기가 저지른 악행에 엉켜 든다,
마치 원수에게 그같이 되라고 저주한 것처럼.


부처님의 이 설법 끝에 많은 비구들이 수다원 과를 성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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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사 비로전>


1. 갈애와 집착


아무렇게나 가지를 뻗어

나무를 감아돌며 엉켜 있는 등나무!

무질서하게 줄기를 뻗으며

자신도 곧은 성장을 못하고
다른 나무에 엉겨 붙어 

다른 나무에 피해를 주고 성장을 방해하는 나무입니다.

등나무는 칡넝쿨과 함께 "갈애와 집착"의 상징입니다.

 

'갈애'가 무질서하게 줄기를 뻗는 

등나무의 집요한 생존 욕망과 같다면
'집착'은 다른 나무에 엉겨 붙어

생장을 방해하는 등나무의 습성과 같습니다. 

불교에서는 인간의 괴로움의 뿌리를

'갈애와 집착'이라고 합니다.


4성제 중에서 집성제는

인간의 괴로움의 뿌리가 갈애와 집착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갈애와 집착이 무서운 것은 

등나무처럼 아무렇게나 뻗어나와
자신의 바른 향상을 막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악(惡)의 동기로서 작용할 때입니다.


그래서, 불교 수행은 계율을 굳건하게 세워
갈애와 집착에 뿌리를 둔 

악행을 저지르지 않도록 막는 것을 그 출발로 삼습니다.

 

 

2. 데바닷다


법구경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악역의 주인공이

바로 데바닷다입니다.


부처님과 같은 석가족 출신으로 잘 생기고 총명했고,
높은 목표 달성 의지와 수행에 대한 열의도 강했던 인재였고
선정의 수행과 두타행의 실천을 통해 어느 정도의 신통력도 갖추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데바닷다가 망가지게 된 것은
그의 마음 속에 꿈틀거리고 있었던 
교단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고자 하는
지배욕과 탐욕이라는 갈애와 집착 때문이었습니다.

그 갈애와 집착이

마치 등나무와 같이 줄기를 뻗고 엉겨붙으며
어린 비구들을 선동하여 부처님에 반기를 들고 승단을 분열시켰습니다.


그리고, 부처님을 비롯하여

여러 아라한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악업을 저지르고
아자타삿투왕과 결탁하여 

부왕인 빔비사라왕을 죽게 만드는 비극을 만들었습니다.

열 사람이 지켜도 한 도둑을 못 막고,
집요하게 엉겨드는 한 등나무가 숲을 파탄냅니다.


갈애와 집착에서 출발한 한 악인의 무서운 악행이
초기 불교 교단에 얼마나 크고 깊은 상처를 주었는지를 잘 알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데바닷다의 악행이
과거생에서 계속되었다고 말씀하시며
과거생에 데바닷다는 사냥꾼,
부처님은 사슴이었다고 전생담을 말씀하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기서 대승 불교의 뿌리가 되었다는

"자타카(부처님 전생담)"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이 부처님이 되실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한 생의 노력이 아니라,
전생에 수많은 몸을 받으며 보살행과 공덕을 쌓아온

결과(과보)였다는 것이 자타카의 주제입니다.


사슴, 토끼, 왕, 수행자 등등으로 등장하는

부처님의 전생담(자타카)의 이야기를
<법구경> 스토리를 만든 붓다고사 스님이

극적 효과를 위해 인용한 대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데바닷다는 전생부터 함부로 살생하며
부처님을 해치려는 악업을 저질러 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3. 악행의 과보


사슴이셨던 부처님이 도망가며 하시는 말씀이 인상적입니다.

"당신은 오늘 참으로 계산을 잘못했소.
당신이 범한 악한 행동만은 틀림없이 계산될 것이오.
그것들은 언제까지나 당신을 따라다닐 테니까요."

왜 우리가 악행에서 벗어나야 하는지를 통찰하게 만드는 말씀입니다.

계행이 나무에 붙어 아무데고 무질서하게 뻗어나가는
등나무와 같이 흐트러진 사람은 마침내 지옥에 떨어진다고 하셨습니다.


갈애와 집착이 나의 향상과 다른 사람의 삶에 피해를 주는
악행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계율을 튼튼하게 세워 방비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