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129) 비구 상가를 분열시키려 했던 데바닷다 이야기>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죽림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데바닷다가 비구들을 두 파로 갈라놓으려는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악행을 저지른 일과 관련하여 게송 163번을 설법하셨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죽림정사에 머무르시며
많은 비구, 비구니들과 재가 신자들에게 설법을 하고 계실 때였다.
데바닷다는 부처님 가까이 다가가서 부처님께서는 이제 연로하시니
비구 승가의 운영과 권한을 자신에게 넘기고 은퇴하시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그의 제안을 거절하시면서 그를 심하게 꾸짖으셨다.
그를 남이 뱉어 놓은 침이나 가래 따위를 핥고 다니는 자라고 하셨다.
이때부터 데바닷다는 부처님에 대해 앙심을 품고
세 번이나 부처님을 살해하려고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는 다시 부처님 앞에 나타나 모든 비구, 비구니에게
다섯 가지 계율을 추가로 주어 일생 동안 지키게 하자고 제안했다.
그가 제안한 다섯 가지 계율은 아래와 같다.
① 모든 비구들은 숲 속에서만 산다.
② 모든 비구들은 신자들의 가정에 공양 초청을 받지 않으며,
단지 탁발해 온 음식에만 의지하며 생활한다.
③ 모든 비구들은 새 천으로 가사를 짓지 않고
쓰레기장에서 주워 온 천을 잇대어 가사를 지어 입는다.
④ 모든 비구들은 오직 나무 밑이나 동굴 속 무덤 사이에서만 생활하고,
막대한 시주로 지어진 호화로운 수도원 생활을 금한다.
⑤ 모든 비구들은 탁발시 고기나 생선을 받지 않으며 채소만을 먹는다.
부처님께서는 이 같은 그의 제안에 대해 특별하게 반대하신 것은 아니었다.
누구든 개인적으로 이런 계율을 지키고 싶으면
지킬 수 있도록 반대도 거부도 아니하신 것이었다.
그러나 타당성과 합리성을 따져 볼 때,
이 같은 계율을 모든 비구들에게 강제로 권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셨다.
그런데, 데바닷다는 부처님께서 자기가 제시한 계율을
반대도 거부도 않으신 것을 기회로
자기의 계율이 보다 엄격하고 수행자에게 적합하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같은 엄격한 수행을 하려는
탁월하고 용감한 비구들은 나오라고 외쳤는데,
이제 막 새로 출가하여 계율의 정신을 잘 모르는 비구들 중에서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데바닷가가 이같이 비구 상가의 분열을 시도하고 있을 때
부처님께서는 그를 부르시어 비구 승가를 갈라놓을 셈이냐고 물으셨다.
이에 대해 그는 사실이 그러하다고 대답했고,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엄중히 경고하셨다.
부처님께서는 그런 짓은 돌이킬 수 없는
무섭고 엄청난 과보를 받게 되는 큰 잘못이니
당장 그만두라고 말씀하시었다.
그러나, 데바닷다는 부처님의 이러한 경고를 무시하였다.
이런 일이 있은 다음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데바닷다는 라자가하(왕사성) 거리에서 탁발을 하던 중 아난 존자를 만났다.
그는 세속적으로는 남동생인 아난 존자에게 말했다.
"아난다여!
오늘부터 초하루와 보름날의 재일을
나는 나를 따르는 비구들과 별도로 행할 것이다.
그리고 기타 다른 의식도 그러할 것이다.
우리는 이제 부처님의 집단과는 완전히 독립하는 것이다."
아난 존자는 탁발 도중 데바닷다에게 들은 이야기를 부처님께 전해드렸다.
부처님께서는 이야기를 들으시고 깊이 반조해 보신 뒤 이렇게 생각하셨다.
'데바닷다는 참으로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구나.
이같은 어리석은 행위로 인해 그는 아비지옥에 가서
한량 없는 세월 동안 이루 말로 형용키 어려운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무릇 계행과 덕이 높고 지혜가 있는 사람은
착하게 행동하기는 쉽고 악하게 행동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계행과 덕이 낮고 지혜가 없어 무지한 사람은
악하게 행동하기는 쉽고 착하게 행동하기는 어렵다.
인간이란 일생동안 자신이나 남에게 이익됨이 없게 행동하기가 쉽다.
그러나, 무엇이든지 자신이나 남에게 이익됨이 있게 행동하기는 실로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사악한 자는 자기에게나 남에게
이익이 없는 악행을 하기가 쉽고
자기에게나 남에게 이익되는
착한 일을 하기는 실로 어렵다.
그런 일이 있은 다음 보름이 되자,
과연 데바닷다와 그를 따르는 오백 명의 비구들은
부처님의 비구 승단에서 갈라져 나와 가야시사 언덕에 올라가
계율이 더 엄격한 새로운 비구 승단을 구성했다.
데바닷다가 비록 이같이 새로운 교단을 성립시키긴 했지만
부처님께서는 두 으뜸가는 제자인 사리불 존자와 마하 목련 존자를
가야시사 언덕에 보내시어 데와닷따를 따라갔던 비구들이
잘못된 견해에 더 깊이 빠지기 전에 데려오도록 하셨다.
그래서 두 제자가 그곳에 가 이제라도 잘못을 깨닫고
부처님 앞에 돌아오면 다 용서될 것이라고 전하자
비구들은 어리석음을 뉘우치고 다시 부처님께 돌아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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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악한 수행자
<법구경>에는 데바닷다의 스토리가 여러번 나옵니다.
여러번 반복하며 데바닷다 스토리가 등장하는 것은
데바닷다의 반역 사건이 당시 교단에 준 충격이 컸다는 측면과 함께
데바닷다 같은 사악한 수행자는 되지 말아야 한다는
강한 메세지를 반복하며 알려주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데바닷다는 망가지기 전에는
사리불 존자도 데바닷다의 수행을 칭찬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아주 부지런히 수행에 열중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데바닷다는 신통력이 있었다고 합니다.
신통력이 있다 보니 그를 따르는 비구도 많았고,
재가 신자들도 보시를 많이 했습니다.
특히, 마가다국 빔비사라 왕의 아들
아자투삿투의 공양을 받았다고 합니다.
부처님과 같은 석가족 출신이고,
부처님의 사촌으로의
종족적, 친족적 자부심도 매우 컸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데바닷다로 하여금
자신의 마음 속으로 내가 교단의 2인자라는
그런 우월심과 착각을 가지게 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도 늙으셨으니
이제 자신이 교단을 물려받아 이끌겠다는
제안을 스스럼없이 부처님에게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제안에 대해 부처님은 데바닷다에 대해
"남이 뱉어 놓은 침이나 가래 따위를 핥고 다니는 자"라고 하셨습니다.
당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쓰는 욕설로
오늘날 같으면 '남의 똥구멍이나 핧는 개같은 놈'이라는 의미입니다.
부처님의 거룩한 입에서 나올수 있는
최악의 욕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 악의
데바닷다가 만약 제대로 수행하는 사람이었다면
부처님 말씀을 듣고
"돌이켜보니 제 마음 속에 무언가 욕심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좋은 지적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물러났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데바닷다는 오히려
'나는 부처님과 같은 종족이다.
게다가 나는 아주 똑똑하고, 이 나라 태자까지도 나를 공경한다.
그런데, 부처님은 사리불과 목련만 사랑하고, 나는 완전 개취급 하시는군...."
이렇게 생각하고 부처님에 대한 분노와 적대감을 키우고
딴 살림을 차리고 나갈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기하고 나온 것이 5법이었습니다.
데바닷다는 5법을 주장하면서
"부처님의 방식은 아닙니다.
부처님의 전법 방법은 이제 틀렸습니다."
라고 사악한 의도를 가지고 반역을 할 것을
노골적으로 정해 놓고 달려들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 경전상으로는
"그래 5법대로 하는 것도 좋은거야.
그렇지만 그것을 모두에게 전반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단다." 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5법 자체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불손하고 괘심한 데바닷다의 사악한 의도를 보셨던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실제로 데바닷다에게 하신 말씀은
"너나 잘하고 살아라. 이 놈아!" 인 것입니다.
그러자, 데바닷다는
"이제 제대로 된 수행을 하려는 자들은 용감하게 나를 따르라."고
미숙한 비구들을 선동하며 딴 살림을 차리고 나갔습니다.
그러다가 사리불 존자와 목련 존자에 의해
비극적인 파국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 법구경의 게송은
데바닷다와 같이 사악한 의도로
악행을 저지르는 자들에 대한 경계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악한 자는 자기에게나 남에게
이익이 없는 악행을 하기가 쉽고
자기에게나 남에게 이익되는
착한 일을 하기는 실로 어렵다."
데바닷다의 5법처럼
그들의 논리도 잘 살펴야겠지만,
그러한 논리를 주장하는 동기와 의도가
선한지 악한지를 통찰할 수 있는 지혜로움이 있다는 말씀입니다.
사악한 자들이 무서운 것은 악의를 숨기고,
그럴듯한 논리로 사람들을 혼란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밝은 지혜로 상대의 의도를 잘 통찰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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