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역사(83) - 삼밀가지 수행(2) - 구밀(口密) 수행>
1. 진실된 말, 진언
구밀(口密)은 말로 나타내는 소리를 통하여
부처님이 나에게 들어오고,
내가 부처님께로 들어가는 방법입니다.
이 구밀을 인도말로는
"만트라-다라니(mantra-darani)"라고 합니다.
우리는 흔히 '진언(眞言)'이라고 합니다.
깨달음의 세계를 언어나 문자로
표현한 진실한 말이라는 의미입니다.
또한, 진언을 통해서
미망을 타파하고 진리에 다가가게 하기 때문에
어두운 미망을 파하고 밝은 세계로
인도하는 힘이 있는 말이라고 하여
"명주(明呪)" 또는 "신주(神呪)"라고 합니다.
진언을 염송하면 마음이 통일되고,
몸과 말과 생각이
법(진리) 그대로의 상태로 유지되므로
"총지(總持)"라고도 합니다.
흔히 진언을 통해 깨달음을 성취하려는
한국과 일본의 진언종과 같은 종파에서는
특히 중요시되는 밀교 수행이 바로 구밀인 진언입니다.
2. 진언의 역사
진언은 오랜 역사를 거쳐서 발달되었습니다.
고대 인도 경전인 <베다>를 보면
많은 신들을 찬양하는 많은 주문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신에 대한 제사나,
병을 치료하거나 장수를 기원하는 의식,
또는 비를 내리게 하거나 재난을 쫒는 의식 등에서
고대 인도에서는 진언이 많이 사용되어졌습니다.
<아타르바 베다>는 주문 모음집이고,
<우파니샤드>에서는 '옴(Aum)'에 대한 고찰이 행해집니다.
<우파니샤드>는 '옴'을 우리의 의식 세계와
연관지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옴(AUM)'에서 A는 깨어있는 의식을,
U는 꿈꾸는 의식을,
M은 숙면 상태의 의식을 각각 나타냅니다.
그리고, M 다음의 침묵은 제4의 초월 의식,
즉 분별이 사라진 깨달음의 절대적 세계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한편, 인도에서는 진언을 외우는 것이
요가 수행의 일종인 정신 통일법으로
정신을 통일하고 삼매에 드는 수단으로
여러 종교에서 널리 이용되어졌습니다.
그리고, 우주적인 신비한 힘을 빌어서
재앙을 없애는 용도로도 많이 활용었습니다.
이처럼 진언은 인도인의 종교 역사와 함께
유사 이래 항상 더불어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대승불교 시대에 와서도
<법화경>,<열반경>,<능가경> 등에서도
'다라니'가 설해지고 있습니다.
용수보살이 지은 <대지도론> 58권을 보면
다음과 같이 불교의 진언에 대해 설하고 있습니다.
"외도의 주(呪)는 중생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이를 존중한다.
그러나, 반야바라밀의 모든 주는 모든 집착을 멸하고
부처님의 지혜를 얻게 한다.
그러므로 같은 주(呪) 라 하더라도
불교의 주는 대명주(大明呪,크게 밝은 주)이며,
무상주(無上呪, 위없는 주)이며,
무등등주(無等等呪, 그 어디에도 비길데가 없는 주)이다."
이처럼 베다 시대부터 대승불교에 이르기까지
진언이 일관되게 전승되어 왔슴을 알 수 있고,
점차 차원을 달리하여 변천되어 왔슴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도 베다의 주문(진언)은
인도 민중들의 세속적 욕망 충족과
신비적 신앙에 기반을 두고 있었던데 반해,
대승 불교에 들어와서는 불교적 자각에 의하여
깨달음을 추구하는 밝은 진언으로 행해졌던 것입니다.
그러면, 진언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요?
진언을 형성하고 있는 말의 성질을 보면
다음의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3. 뜻이 없는 진언
첫째는 아무런 뜻이 없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이티, 미티, 키티, 비크샨티,
파다니, 스와하("Iti miti kiti vik anti padhani sv ha)" 나,
또는 "히리, 미리, 키리, 미리, 이리레, 카타레,
케투무레(Hili mili kili ilile katale ketumule)" 등입니다.
전자는 <유가사지론> 제 45권에 나오고,
후자는 <불모공작경 佛母孔雀>에 나오는 진언입니다.
뜻 없는 진언은 요가 행자가 마음을 집중하여
무아의 경지에서 무의식적으로 나타내는 말입니다.
이러한 뜻 없는 말에 음조를 나타내기 위해서
'아' 소리나 '이' 소리를 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를 기원하는 강우(降雨) 진언에는
"사라사라, 시리시리, 수루수루
(sara sara siri siri suru suru)" 의 의성어 진언이 있습니다.
이처럼 뜻없는 진언은 주밀(呪密)의 경전에서
흔히 설해지면서 치병이나 재난 소멸 등 주문에 사용되었습니다.
대승 불교에서는 요가행을 수행하는 행자가
마음을 전일하게 하는 방편으로도 사용했습니다.
이처럼 뜻없는 말이 어떻게
진언에 사용되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요가 수행자가 실재로 수행하는 동안에
마음이 집중되어 무의식적으로 하는 말이 진언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진언은 법 그대로의 세계의
대립을 초월한 뜻 없는 말이며,
만약 뜻이 있다해도 그 말은 그 뜻에만 한정되어 있는
상대적인 말이 아니라 절대 세계를 나타낸 말이라는 것입니다.
4. 뜻없는 말과 있는 말이 혼합된 진언
둘째는 뜻없는 말과 뜻있는 말이 혼합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능가경> (다라니품)에서 보이는
"tutte butte putte katte amale vimale nime
hime vame kale kale ·······tu tu tu tu ······" 의 다라니에서는
뜻 없는 말들 사이에 뜻 있는 말 "amale, vimale, nime, hime, vame" 등을 넣었습니다.
그리하여 '때 없는 것이여'
'때를 떠난 것이여'
'눈(雪)같은 것이여'
'없는 것이여'
'흰 것이여' '떠난 것이여' 하고
바라는 바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신이 바라는 세계가
구체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 효과가 있습니다.
5. 뜻이 있는 진언
세번째로는 모두가 뜻이 있는 말로 되어 있는 것입니다.
<반야심경> 의 "반야바라말주"를 비롯해
"정삼업주(淨三業呪)" 등 대승경전에 많이 나오는 진언입니다.
"아제 아제 파라 아제 파라 상아제 모지 사바하
(gate gate paragate parasa gate vodhisvha ;
간 것이여, 간 것이여, 피안에 간 것이여,
다 같이 피안에 가는 것이여, 사바하)."
"옴, 스바바바, 슛다, 살바, 달마, 스바바바, 슛도, 함
(Oin svabh va suddha sarvadharma svabh va suddho ham ;
옴, 자성 청정한 일체 제법이여, 나는 자성 청정하도다)."
이처럼 뜻 있는 진언은 지관을 닦는 것이므로
지혜를 열어서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뜻 있는 다라니를
뜻을 생각지 않고 염송하면
뜻 없는 것같이 되어서
공(空)의 정(定)에 침잠하게 되어
지혜를 열지 못한다고 흔히 이야기합니다.
그러므로 뜻 있는 진언은 그 뜻을 알고 염송하면
지관 쌍수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중국 밀교의 대가라고 할 수 있는
선무외는 <대일경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진언문이 홀로 비밀의 뜻을 성취하는 이유는
진실한 뜻으로써 가지(加持)하는 것이니,
만약에 오직 입으로만 진언을 염송하여
그 뜻을 생각지 않으면 단지 세간이 이익을 얻게 되나,
어찌 금강의 근본 성품을 성취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진언은 말이나 글자를 통해
법을 증득하도록 고안된 특별한 언어입니다.
또한, 이와 같은 특별한 말로써
법신의 비밀을 열게 되면 법신 아닌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밀교에서는 진언을 염송함으로써 지혜의 세계가 열리면
들리는 모든 소리가 진리를 나타내는 소리요,
내가 하는 말이 모두 부처님의 진실어가 아님이 없다고 합니다.
말이 진실하면 마음이 이에 따르고,
몸이 이를 따라서 부처님 그대로의 몸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선무외는 《대일경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 소리와 글자가 부처님의 가지신(加持身)이다.
이 가지신은 능히 일체의 종류에 따라서
나타나는 몸이 되어 머물지 않는 곳이 없다"
이처럼 진언과 다라니는
허위가 없는 진실한 말이므로
진언을 엄송하는 것은 일상적인 언어 속에서도
진실한 말을 쓰는 수행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언은 반드시 신밀인 인계를 수반합니다.
이것이 밀교의 약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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