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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역사

불교의 역사 (85) - 탄트라 밀교(1) - 욕망에 대한 밀교적 관점과 힌두 사크티 신앙

by 아미타온 2025. 3. 1.

<불교의 역사 (85) - 탄트라 밀교(1) - 욕망에 대한 밀교적 관점과 힌두 사크티 신앙>

 

<인도의 스투파 전 - 2024 국립중앙박물관)>

 

 

8세기로 넘어가면서 인도의 밀교는

'탄트라 밀교'라는 새로운 형태가 출현합니다.

 

탄트라 밀교의 출현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는 현실 그대로를 진리의 형태로 보는

밀교의 사상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모든 현실 존재(심지어 욕망까지도)를 긍정하고

그것을 그대로 진리화시키는 입장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둘째, 힌두교의 샤크티(Sakti) 신앙, 

즉 성(性)적인 힘과 창조력을 숭배하는 신앙을 수용하여
남녀간의 성적인 결합까지 신성시하고

이를 의례화하는 모습을 나타내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배경 속에서 출현한 인도 후기 밀교를

흔히 "탄트라(tantra)"라고 합니다.
 
한국,일본,중국 등의 동북아 불교권에서는
<대일경>과 <금강정경>을 중심으로 한 밀교를 

"순수밀교"라고 하며 정통 밀교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남녀간의 성적인 결합까지 포용하는

탄트라 계통의 밀교를 좌파적인 밀교라는 뜻의 

"좌도 밀교"라고 하여 이단시하고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탄트라 밀교는 한국 불교의 오랜 전통 속에 살아온

우리에게는 익숙하기 않은 불교 형태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탄트라 불교에 대한 많은 오해가 존재합니다. 

 

이번 시간에는탄트라 밀교가 출현하게 된 배경인

밀교의 욕망을 바라보는 관점과

인도의 사크티 신앙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인도의 연꽃의 생명력 - 2024 국립중앙박물관)>


(1) 밀교에서 욕망을 바라보는 관점
 

인도의 밀교 수행자들은 밀교를

대승 불교의 가장 발전적인 모습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밀교는 '번뇌(욕망)'와 '보리(깨달음)가 둘이 아니라는

대승의 공사상을 가장 적극적으로 계승하였습니다.


그래서, 번뇌(욕망)마저도 보리를 이루는 약재로

정화할 수 있다는 혁명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도 후기 밀교의 대표적인 경전인

<헤바즈라 탄트라>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씀이 있습니다.


이 말씀은 밀교 행자들이

욕망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좋은 가르침입니다.

"욕망 때문에 우리는 고통을 받는다.
그러나, 욕망을 통해서

우리는 또한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지한 수행자들은 이를 전혀 모르고 있다.
욕망을 꿰뚫고 지나가려 하지 않고

오히려 욕망으로부터 도망가려고만 한다."  

 

<풀과 연꽃>


밀교 행자들이 밀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좋은 비유가 있습니다.

 

바로 독초(毒草)의 비유입니다.


소승불교(혹은 초기불교) 수행자가 길을 가다

독초를 발견하였습니다.

 

 수행자는 독초 근처에 울타리를 치고, 

사람들에게 이쪽으로 지나가지 말라고 경고를 했습니다.


다음으로 대승 수행자가 독초을 발견했습니.


대승 수행자는 독초의 줄기를 잘라 

그것을 방편으로 사용해서
사람들의 병을 치료하는 약재로 전환해서 사용했습니.


마지막으로 밀교 수행자가 독초를 발견했습니.


밀교 수행자는 아무 거리낌없이 

독초를 뿌리채 뽑아 으적으적 씹어먹어
 독을 모두 영양가 있는 자비와 지혜의 액기스로 정화시켰습니.

 

<인도의 스투파 전 - 2024 국립중앙박물관)>


 
이 비유는 밀교 수행자가 밀교를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여기서 독초는 삼독(三毒)을 의미합니다.


삼독은 탐욕(욕망)과 분노와 정견에서 벗어난 

어리석은 견해와 잘못된 망상 분별입니.


초기불교에서 삼독은 윤회와 괴로움의 원인이므로 

경계하 피하고 버려야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대승불교에서 삼독은 더욱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과감히 삼독 안에 뛰어들어(하화중생의 의미)

중생들과 동고동락하는 가운데
삼독이 다만 삼독에 머무는게 아니라 보리로 전환되어지는,
또는 번뇌와 보리가 결국은 하나에서 출발했다는 철학적 의미까지 발전되었습니다.
 
그런데, 밀교에 와서는 번뇌고 보리고 

완전히 공한 성품일뿐만 아니라 형상조차도 공해버렸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조심해야 하는 것은

 독초를 먹어도 중독되지 않는 경지에 한해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독초'라고 개념되어진 상태에서 이야기가

 상징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됩니.
 
이와 같이 밀교는 현실을 그대로 진리의 현현이라고 바라봅니다.

욕망 조차도 말입니다.

  
이 육신을 통해 성불을 이룬다는

즉신성불의 대긍정의 철학적 바탕에 서 있는 밀교는
욕망마저도 수용하여 자비와 지혜를 낳는 엑기스로 정화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러한 대긍정적인 밀교 철학이

후기 탄트라 밀교 전통을 낳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던 것입니다. 

 

<인도의 풍요의 여신, 락슈미 - 2024 국립중앙박물관)>

 

(2) 힌두교의 샤크티 신앙
 

한편, 불교와 힌두교는

'인도'라는 동일한 문화 토양 속에서 경쟁하며 발전했습니다.


힌두교는 쉬바와 샤끄티, 비슈뉴 등

여러 신격(神格)을 신앙하는 종교입니다.


그리고, 힌두교의 각 유파들은

자신들이 신앙하는 종교적 성향에 따라

주존(主尊)으로 모시는 신격이 각각 다릅니다.

힌두교 사상은 전통적 창조신인 브라만을
남성 원리를 가리키는 쉬바(Shiva) 

여성 원리인 샤크티(Shakti)로 나눕니다.


쉬바에 대해 절대적이며 이성적 속성을 부여하고,
샤크티에 대해 생산적이며 활동적인 속성을 부여하여

우주가 지닌 절대와 현상의 양면성을 표현하였습니다.
  
힌두교에서 쉬바가 순수한 존재이며,

시간을 초월한 완전성으로서 로고스(Logos)적인 신격입니다.


반면 샤크티는 시간적 변화와 창조의 에너지이며, 

자기 실현의 기쁨과 사랑을 나타내는 에로스(Eros)적인 신격입니다. 

 

<인도의 스투파 전 - 2024 국립중앙박물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에너지의 표상으로서 끊임없는 변화의 과정으로 파악됩니다.

 

세계의 이러한 변화는 우주의 창조적 에너지인

샤크티로부터 솟아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샤크티는 모든 인간의 근원에 깃들어 있는

정신 및 육체적 힘의 구심점이 된다는 것입니다.

힌두 탄트라를 수행하는 샤크티 파는

인간의 육체와 우주적 원리를 동일시하여
남녀간의 성교(性交)를 통해 

내재된 양성(兩性)의 에너지를 일깨움으로서

해탈에 도달하는 수행체계를 발전시켰습니다.

 

힌두 샤크티파의 요가 행자들은 

샤크티가 신체 내부에서 또아리를 튼 뱀(쿤달리니)의 모습으로 

잠들어 있는 힘이라고 여기며 이것을 깨워 일으켜야 해탈에 이르게 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샤크티 파의 힌두 탄트라 행자가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는
내재하는 샤크티를 통해서 시간을 초월한 쉬바와 결합하는 일입니다.

 

<인도의 여신>

 

 

힌두교에서는 남성적 <존재>와 여성적 <변화>의 결합을

신비스러운 결혼(Mahamaituna)으로 표현합니다.

 

이러한 결합은 경전 가운데서 성적 결합으로 상징되며,

실제로 섹스가 수행의 중심이 되기도 합니다.
 
힌두 탄트라의 유파인 샤크티 파는

슈누파, 쉬바파와 함께
오늘날에도 현대 인도 힌두교를 특징짓는 중요한 종파입니다.

 

현재 인도 벵갈,아셈 지방에 샤크티 파의 신도가 많습니다.

 

힌두교의 대부분의 여신들은 샤크티의 다양한 화신입니다. 

샤크티를 간단히 '데비'(여신)라고도 부릅니다.

 

샤크티의 자애로운 모습의 여신으로는

'우마', '파르바티', '앙비카' 등으로 알려져 있고,
거칠고 파괴적인 모습의 여신은 검은 '칼리',

악마를 파멸시키는 '두르가', 천연두의 여신 '시탈라'로 나타납니다.

 
아무튼 샤크티 파의 여신 숭배와

력(性力)을 숭배하는 요가와 신앙적 특성은
약 8세기 경에 크게 세력을 확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인도 후기 불교인 탄트라 밀교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