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불교 사찰기행(31) - 엔랴쿠지 서탑>
1. 서탑 참배로
오늘은 엔랴쿠지 서탑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엔랴쿠지 중심인 동탑에서
서탑 지구로 내려가는 참배로가 있습니다.
서탑 참배로는 일본 전국의 천태종 신도들이 봉납한
석등이 세워져 정갈한 분위기입니다.
히에이산의 맑은 기운과 하나되어
마음을 고요히 하며 걸을 수 있는 멋진 참배로입니다.
2. 정토원
서탑 참배로 입구에는 히에이산을 개창한
사이초 스님의 유골을 모신 정토원(淨土院)이 있습니다.
정토원은 822년 56세로 입적한 사이초 스님의 유골을
천태종 2대 종정이 된 제자 엔닌 스님이 모신 도량입니다.
엔닌 스님은 우리 신라 청해진 장보고 장군의 도움으로
당나라 유학을 통해 <입당구법순례행기>를 쓴 유명한 고승입니다.
3. 12년 농산행
정토원은 "12년 농산행"이라는 특별한 수행 도량이기도 합니다.
12년 농산행은 12년간 정토원을 떠나지 않고
사이초 스님을 살아계신 듯 모시는 수행을 말합니다.
하루 세 차례 스승께 공양하는 공양행과
'청소지옥'이라 부를 정도로 정토원 안팎을 깨끗하게 청소하며
엄격한 면학 공부에 힘쓰는 수행을 말합니다.
천일회봉이 초인적인 "동(動)"의 수행이라면
12년 농산행은 초인적인 "정(靜)"의 수행인 것입니다.
12년간 정토원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는 수행자를
“시진(侍眞)”이라고 합니다.
시진(侍眞)은 '진정한(眞) 사무라이(侍)'라는 의미로
근본 스승을 살아 계신 듯 모시는 수행자라는 뜻입니다.
일본의 무사인 사무라이(侍)의 원래 의미도
주인을 잘 모시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정토원의 시진(侍眞)은 아무나 될 수 없습니다.
시진을 희망하는 스님은 정토원에서 매일 3천배를 하며
부처님을 친견하기 위한 ‘호상행(好相行)’이라는 수행을 합니다.
3천배는 빨리 급하게 절을 마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부처님을 친견하기 위한 목적으로 가피를 기도하며 절합니다.
그렇게 해서 부처님을 친견하는 것은 몇 달이 걸릴 수도 있고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호상행을 통해 부처님을 친견한 수행자는 스승의 인가를 받아
계단원에서 12년 농산행을 서원해야 자격이 주어집니다.
준비된 수행자만이 할 수 있는 엄격한 수행인 것입니다.
정토원에서 12년 농산행을 수행하는 분들을 생각하며
우리의 불교 기도와 수행도 진지하게 임해야 합니다.
4. 상행당과 법화당
정토원에서 참배로를 걸어가면 상행당과 법화당이 나옵니다.
상행당은 아미타 부처님 주위를 돌면서
7일간 염불하는 상행 삼매 수행을 하는 곳입니다.
법화당은 법화경을 독송하며 선정을 닦는 곳입니다.
천태종의 염불 삼매와 선정 수행을 하던 유서깊은 장소입니다.
5. 석가당
한편, 서탑 지구의 중심은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석가당입니다.
석가당은 일본 에도 시대의 건축으로 지붕 곡선이 날렵하고 힘있는 전각입니다.
석가당은 석가모니 부처님께 차분하게
기도할 수 있는 정갈한 기도터입니다.
히에이산 서탑 지구의 참배로를 차분히 거닐면서
일본 천태종 수행의 의미를 돌아보면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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