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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불교 사찰 기행

일본 불교 사찰 기행(30) - 엔랴쿠지 동탑

by 아미타온 2025. 3. 7.

<일본 불교 사찰 기행(30) - 엔랴쿠지 동탑>

 



엔랴쿠지는 동탑, 서탑, 요카와의 세 구역으로 나뉘는데,

동탑 지구가 엔랴쿠지의 중심입니다.

 

 

1. 근본중당과 사이초 스님

 

동탑 지구의 가장 중심은 근본중당입니다.

 

 

 

근본중당은 엔랴쿠지를 개창한 사이초 스님(最澄,766-822)이

약사여래 부처님을 모시고 수행한 엔랴쿠지의 근본 도량입니다.

 

 

 

사이초 스님은 히에이산 아래

비와호가 있는 사카모토에서 태어났습니다.

 

 

12살에 출가하여 19살 때 동대사에서 구족계를 받은

엘리트 승려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불교의 타락상을 보며

홀연히 고향으로 돌아와 히에이산에 초막을 짓고

12년간 홀로 은둔하며 수행 공부 했습니다.

 

 

 

그는 불교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해 많은 불경을 독파했습니다.

 

 

그러다 ‘모든 사람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법화경에 입각한

천태종의 ‘법화일승(法華一乘)’의 가르침에 깊이 몰입했습니다.

 

 

 

사이초 스님은 22살 때 현재의 근본중당 자리에

약사 여래 부처님을 손수 제작하여 모시고

불상 앞에 기름 등잔을 밝히며 서원했습니다.

 

 

“깨달음을 얻기 전에는 결코 이 곳을 떠나지 않겠다”

 

 

근본중당에서 깨달음을 얻은 사이초 스님은 후학들에게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진리의 빛을 밝히는 등불이 되라고 가르쳤습니다.

 

 

그 유훈을 이어받아 근본중당의 등불은 1200여년 세월동안

한번도 꺼진 적이 없어 ‘불멸의 법등’이라고 불립니다.

 

 

이처럼 치열한 구도의 열정의 사이초 스님은

교토로 수도를 옮긴 일본 간무 천황의 귀의를 받고

당나라에 유학 후 엔랴쿠지에 일본 천태종을 개창했습니다.

 

 

2. 계단원

 

근본중당 위로 올라가면 계단원이 있습니다.

계단원은 일본 천태종 스님들이 계율을 받는 장소입니다.

 

 

 

사이초 스님은 기존 출가 구족 계단과는 독립된

대승 보살 계단을 세워야 한다는 강한 신념을 가졌습니다.

 

 

엔랴쿠지에 독립된 대승 보살 계단을 설립하는 문제는

기존 불교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그러나, 사이초 스님의 뜻을 받든 제자들에 의해

스님 입적 후 7일 만에 계단 설립이 허가되어 이후부터

엔랴쿠지 스님은 여기서 보살계를 수계하게 되었습니다.

 

 

계단원에서 바라보면 울창한 삼나무가 서 있어

소신을 굽히지 않는 사이초 스님의 기개가 느껴집니다.

 

 

3. 동탑과 아미타당

 

엔랴쿠지 제일 높은 곳에 동탑과 아미타당이 나란히 서 있습니다.

 

 

일본 천태종은 법화, 밀교, 염불, 참선, 계율 등

다양한 불교를 공부하고 수행합니다.

 

 

동탑은 1층에 밀교의 대일여래 부처님을 모시고,

2층에는 법화경을 모시면서 천태밀교를 수행합니다.

 

 

아미타당은 아미타 부처님을 모시고

극락 왕생을 위한 염불을 수행합니다.

 

 

두 전각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동탑은 법화의 밀교 교학을 상징한 전각이고,

아미타당과 연결한 것은 법화일승사상을 건축적으로 구현한 것입니다.

 

 

4. 엔랴쿠지 회관과 정진식

 

한편, 동탑 지구에는 숙박 휴게소인 엔랴쿠지 회관이 있습니다.

 

 

비와호를 조망할 수 있는 명당으로

1층에는 카페가 있고, 2층에는 식당이 있습니다.

 

 

벽에는 현대적 감각으로 그린

사이초 스님의 멋진 초상이 걸려 있습니다.

 

 

공양하는 천인상과 선정에 드신 부처님 상도

사랑스럽게 표현돼 있습니다.

 

 

식당에는 템플스테이 하는 사람뿐 아니라,

참배객들도 식사할 수 있는 ‘정진식’이 있습니다.

 

 

엔랴쿠지는 ‘천일회봉’을 비롯한 엄격한 수행으로 유명한데,

이처럼 엄청난 수행을 하려면 잘 먹어야 합니다.

 

 

엔랴쿠지의 맛있는 정진식을 먹고,

울창한 삼나무의 맑은 기운이 감도는

엔랴쿠지 동탑을 둘러보면 수행의 열정이 샘솟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