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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역사

불교의 역사(89) - 티벳 밀교(3) - '람림'과 보리도차제

by 아미타온 2025. 3. 31.

            

<불교의 역사(89) - 티벳 밀교(3) - '람림'과 보리도차제>

 

 

1. 람림(깨달음에 이르는 단계적 수행법)

 

티벳 불교의 수행법의 특징은

‘람림(Lamrim)’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람림은 밀교 수행으로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준비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람림’의 ‘람’은 '길(道)'이고,

‘림’은 '단계'라는 뜻입니다.

 

람림은 ‘깨달음으로 이끄는 단계적 수행법’입니다.

 

 

2. 스승에 대한 귀의

 

람림에서 스승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스승은 제자의 의식이 어느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판단해서

그에 알맞은 수행방법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시기를 정합니다.

 

두통약을 먹어야 할 환자에게 소화제를 주거나,

소화제를 먹어야 할 환자에게 항암제를 준다면

약이 환자에게 도움이 안 될 것입니다.

 

수행이 약이라면 수행자는 환자입니다.

 

자격 있는 스승을 만나서 안내를 받는다면

쓸데없이 길을 헤매지 않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됩니다.

 

제자는 스승의 가르침을 철저히 믿고 수행하며,

스승은 환자를 다루는 의사처럼

책임감을 가지고 제자를 보살피게 됩니다.

 

그래서, 티벳 인들은 올바른 스승을 만나

철저히 신뢰하고 따르는 것이

깨달음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3. 문사수(聞思修)

 

티벳 불교의 수행에서도

문사수(聞思修)는 모든 단계에서 기본적으로 강조됩니다.

잘 듣고, 잘 사유해서, 잘 닦는 수행의 과정입니다.

 

보리심에 대한 가르침을 듣고

다음과 같이 생각하는 것입니다.

 

“모든 중생이 수없이 많은 전생 중

어느 생에선가 한번쯤은 내 어머니였을 것이다.

어머니로서 내게 사랑을 베풀고 보살펴 주었던 분들이

지금도 윤회 속을 떠돌며 고통을 당하는 중생으로 살고 있으니

중생들을 부처님의 경지에 이르도록 안내하고 싶다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 보리심이다"

 

이와 같이 들은 보리심에 대해 깊이 명상해서

내 마음 속에 보리심을 일으키고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초보 단계에서부터

한 가지 가르침을 들을 때마다

생각하고 명상하는 단계를 거친 다음에

마음이 확고해지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가르침을

스승에게서 받습니다.

 

따라서, 육도윤회에 대해서 듣고 생각하고

명상하는 단계가 몇 달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4. 보리도차제

 

티벳 불교의 꽃이라고 하는 ‘람림’ 수행은

아티샤 스님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인도에서 티벳에 온 아티샤 스님에게

서부 티벳 왕족 출신의 장춥외 스님은

수행법을 설명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쓰여진 책이 《보리도등론(菩提道燈論)》입니다.

 

그러나 《보리도등론》은 수행의 핵심만 간결하게 쓰여졌기 때문에

그 후로 주석서가 많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주석서 중 가장 방대하고 대표적인 것이

1402년에 쫑카파 스님(1357∼1419)이 지은 

《보리도차제론(菩提道次第論)》입니다.

 

쫑카파 스님은 겔룩파의 창시자인 만큼

지금까지도 겔룩파에서는 《보리도차제론》을

가장 중요한 수행의 지침서로 삼고 있습니다.

 

다른 종파들도 아티샤의 ‘람림’ 수행법을 받아들여

수행지침서를 만들어서 제자들을 지도해 왔습니다.

 

'람림'의 기본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수행자의 마음가짐에 따라

초급과 중급과 고급의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초급은 다음 생에 좋은 곳에 태어나기를 바라면서 수행하는 사람이고,

중급은 자신이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적으로 수행하는 사람이고,

고급은 모든 중생들을 윤회에서 해탈시키기 위해서

부처의 경지에 오르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낮은 단계의 수행은 높은 단계로 올라가기 위한 기반이 되는 것이므로,

소승의 수행을 확고하게 한 후에 대승과 밀승(密乘)의 단계로 올라간다.

 

하사도(下士道, 소승), 중사도(中士道, 대승), 상사도(上士道, 밀교승)

3단계로 차례를 거쳐 올라가는 것입니다.

 

모든 수행자의 궁극적인 목적은 부처의 경지에 오르는 것이다.

완전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지혜와 자비심이라는 두 날개를 갖춰야 한다.

계율을 잘 지켜야 보살의 서원을 이룰 수 있다.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명상을 해야 한다.” 

 

람림 수행에서 가르치는 주제들은

① 스승에게 완전히 의지하는 것,

② 불법(佛法)을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인간의 몸으로 태어난 것이 소중하다는 것,

③ 죽음이 언제 닥칠지 모르며, 세상의 모든 것이 항상 변한다는 것,

④ 육도윤회 가운데 삼악도에 태어나는 것이 위험한 이유,

⑤ 윤회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삼보에 귀의하는 것,

⑥ 업(業)의 원리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⑦ 모든 중생에 대해서 평등심을 기르고

    내 어머니라고 생각하고 보리심을 일으키는 것,

⑧ 이기심이 가져오는 피해를 생각하며

    남을 나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도록 훈련하는 것,

⑨ 남들의 고통을 내가 떠맡고

    내 행복을 남들에게 나눠준다는 생각에 익숙해지도록 훈련하는 것,

⑩ 내가 모든 중생들을 도와서 해탈시키기 위해서

    부처의 경지에 오르고 싶다는 보리심을 일으키는 것,

⑪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는 훈련을 하는 것,

⑫ 모든 것의 공성을 통찰하는 훈련을 하는 것 등입니다.

 

 

5. 초급수행, 하사도(下士道)

 

초급 수행인 하사도의

가장 기본적인 가르침은

'업(業, karma)'에 관한 것입니다.

 

‘카르마’는 '행동'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에서 온 말이지만,

 의지가 포함된 행동을 의미하는 불교 용어로 바뀌었습니다.

 

‘업’은 어리석음과 집착과 미움 등의

번뇌에 오염된 중생들이 의지를 갖고 한 행동들입니다.

 

행동은 몸과 생각과 말로써 나타날 수 있다.

행동에 담긴 의도는 아주 미세하기 때문에

수행자가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는다면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업에는 우리 자신의 의도가 섞여 있기 때문에

업을 선택하는 권한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저지른 업의 결과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업과 업보는 서로 다른 것이기 때문에 불교를 '숙명론'이라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업은 우리의 의지에 의해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업보를 피할 수 없다고 해서

업이 숙명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업과 업보를 동일시하기 때문입니다.

 

의도가 담긴 행동을 하고 나면,

그 의도가 우리의 의식 속에 잠재력으로 남게 됩니다.

나중에 그 잠재력이 발휘될 기회가 생기면 업보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6. 계율과 윤회

 

우리가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 속에 감춰진 의도는

잠재력으로 의식 속에 남기 쉽기 때문에 계율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율은 부도덕한 행동을 하려는 의도를

막아주는 방벽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좋은 업을 쌓기 위해서는 계율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미 저지른 업이 심어 놓은 잠재력들을

완전히 제거하는 방법은 해탈과 성불뿐입니다.

 

모든 중생은 행복을 원하고 고통을 싫어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명성과 획득을 원하고,

상실과 두려움을 싫어하고,

이기심을 기르다가 결국 실패하고 맙니다.

 

어떤 이들은 조금 더 장기적인 이익을 구하기 때문에

업에 대해서 배우고 더 장기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행동을 합니다.

 

그러나, 그런 행동들만으로는

영원한 이익을 얻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은

윤회의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길을 구합니다.

 

육도에 윤회하는 중생 가운데 천상계의 천인들은 즐거움에 빠져 있고,

수라계의 아수라는 신들에 대한 질투로 가득 차서 수행할 여유가 없습니다.

 

축생들은 수행할 정신적 능력이 없고,

본능적 욕구에 따라 생존만을 생각하며 삽니다.

 

아귀들은 고통과 질투에 짓눌려서

자신들이 가진 것에 대해서 만족하지 못하고,

깨끗한 물을 보면 고름과 피라고 생각하고,

엄청난 식욕을 채우려고 하지만 결코 만족하지 못합니다.

 

지옥 중생들은 미움과 탐욕으로 저지른 행동의 결과로

고통받고 있기 때문에 수행할 여유가 없습니다.

 

인간의 세계도 탐욕과 분노로 가득 차 있거나

질병에 시달리는 일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불법을 만나서 수행할 기회를 만듭니다.

 

그런 경우를 가리켜 ‘귀중한 사람의 몸’으로 태어났다고 말합니다.

수행할 조건이 갖춰진 인간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귀중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죽음은 언제 닥칠지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업의 인과법을 생각하며 

인간의 수명을 귀하게 여기며 수행에 힘씁니다.

 

즉, 인간으로 태어난 가치를 자각하고,

계율을 잘 수지하여 좋은 윤회를 맞이하는 것입니다.

 

이상의 것들이 초급 수행인 하사도에서 생각하는 주제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