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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역사

불교의 역사(91) - 티벳 밀교(5) - 티벳 밀교 수행

by 아미타온 2025. 4. 14.

<불교의 역사(91) - 티벳 밀교(5) - 티벳 밀교 수행>

 

<달라이 라마>

 

 1. 예비 수행

 

이상과 같이 세 등급의 수행을 거친 후에

비로소 밀교 수행을 하게 됩니다.

 

밀교를 수행할 때는 현교를 버려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밀교는 현교 위에 부가되는 것이지 대체되는 것이 아닙니다.

 

밀교 수행자는 단지 밀교 경전을

독송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밀교 명상을 하기 위해서 경론(經論)에 대한 지식을 얻어야 합니다.

 

밀교 수행은 욕망과 질투와 혐오 등의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들을 거부하기보다는

오히려 그것들을 건전하고 유익한 힘으로 변화시킵니다.

 

그것은 내 앞으로 달려드는 야생마를 길들이는 것과 비슷합니다.

 

야생마의 앞을 가로막고 멈추라고

소리치다가는 말에게 채일지도 모릅니다.

 

밀교 수행은 옆으로 비껴서 있다가

야생마가 내 곁을 지나가는 순간에 등 위에 올라타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말을 타고 활달하게 초원을 자유자재로 달리게 됩니다.

 

밀교 수행에는 자기 제어와 수용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밀교 수행에 들어가기 전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독특한 예비 수행들이 있습니다.

 

① 오체투지,

② 금강살타(Vajrasattva) 명상,

③ 만다라(mandala) 공양,

④ 구루 요가(guruyoga) 등을

각각 10만 번씩 수행한 후에 본격적인 밀교 수행에 들어갑니다.

 

즉, 밀교 수행에 들어갈 자격을 갖추는 것입니다.

 

<오체 투지>

 

2. 오체 투지

 

오체 투지를 할 때는

내 앞의 허공에 부처님이 연화좌에 앉아 계시고,

부처님의 좌우에 보살님들과 역대 고승들이 둘러싸고 있고,

불경(佛經)이 부처님 뒤쪽에 쌓여 있고,

부처님의 앞쪽으로는 불교의 수호신들이 모여 있다고 상상합니다.

 

내 좌우에는 각각 어머니와 여자 친척들,

아버지와 남자 친척들이 서 있고,
내 앞에는 원수와 적들이 서 있고,

내 뒤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친구들이 있다고 상상합니다.

 

원수를 앞에 세우고

친구를 뒤에 세우는 것은 평등심을 기르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모여 있는 사람들 주위에

육도 윤회 속의 모든 중생들이

인간의 형상을 하고 함께 서 있다고 상상하면서,

 내가 절을 하는 동안에 다른 사람들도 모두 같이 절을 한다고

상상하며 오체투지를 합니다.

 

땅에 엎드릴 때는 과거의 잘못을 모두 참회하고,

일어설 때는 부처님의 말씀과 행동과 생각이

나를 가득 채운다고 상상합니다.

 

< 티벳 밀교의 금강살타  >

 

3. 금강살타 명상

 

금강살타 명상은 100개의 음절로 된 진언이라고 해서

'백자진언(百字眞言)'이라고 불리는 진언을 10만 번 암송합니다.

 

이 수행을 할 때는 나를 비우고

금강살타 보살이 내 안으로 들어와

내가 금강살타 보살이 된 상태에서

진언을 암송함으로써 과거의 악업을 정화합니다.

 

금강(金剛,vajra)은 제석천이 가지고 있는

금강저(金剛杵)라는 무기를 가리키는 말합니다.

어떤 것도 깨뜨릴 수 있는 번개와 같은 무기입니다.

 

이 무기는 어떠한 것도 당해낼 수 있는 최강의 무기로

금강은 절대성을 상징하는 용어입니다.

 
밀교에서는 주로 번뇌의 마(魔)를

항복 받는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금강정계 밀교에서 금강은 진리를 의미할 때 사용하고 있는 말입니다.


금강살타 보살은 진리 그 자체인

대일여래의 설법을 받아 중생에게 전달하는 존재이며

대일여래의 설법을 알고 깨닫는 능력이 이미 개발되어 있는 존재를 말합니다.

 

만다라 수행을 할 때는

불보살님께 세상의 모든 귀중한 것을 바친다고 상상하면서

쌀과 보석 등을 만달라 판 위에 올려 쌓았다가 다시 쏟으며

기도문을 외우는 것을 한 번으로 쳐서 10만 번을 되풀이합니다.

 

이 수행을 통해서 보시하는 마음을 기르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다고 다짐하는 마음을 기릅니다.

 

<구루 명상>

 

4. 구루 요가

 

구루 요가는 나를 비우고 스승과 내가 하나가 된다고 상상하며

스승에게 귀의하는 기도문을 외웁니다.

이 수행을 통해서 스승에게 헌신하고 의지하는 마음을 기릅니다.

 

이 수행을 통해서 수행자의 의식 속에

남아 있는 악업을 정화하고,

깨달음에 대한 확고한 열망을 기르며,

스승에 대한 신심과 헌신을 기르고 나면

이제 비로소 밀교 수행을 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이때 스승에 대한 믿음은

내 안의 불성에 대한 믿음을 이끌어 냅니다.

 

스승과 하나가 되는 것은

곧 나의 불성과 하나가 됨을 의미합니다.

 

<차크라>

 

5. 관상 단계

 

밀교 수행에는 ‘관상(觀想) 단계(생기차제, 生起次第)’와

‘완성 단계(원만차제, 圓滿次第)’의 두 단계가 있습니다.

 

관상 단계는 상상력을 이용해서

불보살님과 내가 합일되는 것을 관상하는 초기 단계입니다.

 

밀교의 불보살님을 관상하고

내가 그 불보살님의 모습으로 태어난다고 상상한 다음

내가 만달라 속의 불보살님이 되었다고 관상하면서

그 불보살님의 지혜로 중생들에게 도움을 준다고 상상합니다.

 

관상이 끝난 후에는 신의 모습조차

내가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것을 깨닫고 공성(空性)을 자각합니다.

 

<차크라>

 

6. 완성 단계와 차크라

 

관상 단계의 명상에 익숙해지면 완성 단계로 들어갑니다.

 

완성 단계는 우리의 육체 안에 흐르는

생명의 기운을 이용하는 고도의 명상법입니다.

 

이 기운은 정신적 신경 조직을 통해서 흐릅니다.

 

그 기운이 중맥(中脈) 속으로 들어와 흐르면

수행자는 안정감을 느끼고 명석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좌우맥이 중맥을 조이고 있는 몇 개의 신경 조직망이 있는데,

그 지점들을 ‘차크라’라고 부릅니다.

 

차크라는 사람의 사념체와 육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척추의 바로 앞쪽에는 정수리로부터

단전에 이르기까지 가느다란 중맥이 있고,

중맥의 좌우로 더 가느다란 좌우맥이 있다고 상상합니다.

 

그 맥을 사념체 속에서 상상합니다.

 

분별 망상을 할 때는 기운이 좌우의 맥으로 흐르지만,

마음이 한 곳에 모이면 기운은 좌우맥으로부터 중맥으로 흘러들어갑니다.

 

좌우맥과 중맥은 단전 부분에서 서로 만나는데,

그곳에서 기운이 중맥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좌우맥이 중맥의 옆에 나란히 흐르는데,

몇 군데서 중맥을 둘러싸며 조여서 매듭을 짓습니다.

 

그 매듭 부분이 차크라입니다.

 

기운이 중맥으로 흘러들어가서

차크라의 조임을 차례로 느슨하게 만듭니다.

 

중맥으로 기운이 흘러들어가게 하고,

차크라의 매듭이 느슨해지면

분별심이 생기기 이전의 본래의 지혜의 빛이 나타납니다.

 

모든 것의 공성을 통찰하고

무한한 자비심으로 가득 찬

지혜의 빛으로 된 상태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이 분별심으로 가득 차 있을 때는

기운이 중맥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좌우 맥으로만 흐릅니다.

 

티벳 밀교 수행에서 중요한 툼모(tummo)도

단전에서 불을 일으켜 중맥 안으로 기운을 흘러들어가게 하는 수행입니다.

 

그 불은 단지 몸을 따뜻하게 하려는 불이 아니라,

단전에서 일으키는 지혜의 불로서

중맥 속으로 지혜의 기운을 흐르게 하는 수행입니다.

 

사람의 몸에는 평소에 사용하는 육체적 몸(化身)과

아스트랄계의 몸(受用身)과

그보다 더 미묘한 차원의 몸(法身)이 있습니다.

 

완성 단계는 수행자의 몸과 말과 생각을

이 세상의 육체적 차원에서 벗어나게 해서

아스트랄계에서 발전한 사념체 속에 정신적 기운이 흐르게 하는 것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법신의 의식인 밝은 빛과 같은 미묘한 의식을 발전시키고,

사념체를 밝은 빛의 의식(法身)과 결합시켜 깨달음을 얻습니다.

 

<족첸 수행>

 

7. 족첸 수행

 

티벳 불교 수행에서 선불교(禪佛敎)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하는

닝마파의 족첸(rdzogs-chen) 수행의 결과는

밀교 수행과 동일하지만 강조점이 약간 다릅니다.

 

족첸은 실재의 본성을 직접 자각하라고 강조합니다.

 

사념체를 상상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법신(法身)을 직접 자각하라고 합니다.

 

이 법신은 인간의 말이나 감정 등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차원입니다.

 

족첸 수행은 선 수행과 비슷하며,

모든 경험을 수행과 관련시킵니다.

 

족첸은 실재의 심오한 차원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족첸 명상 중 어떤 것들은

밀교의 관상이나 차크라 명상과 비슷합니다.

 

족첸 수행을 하기 전에 갖춰야 할

예비수행도 밀교 수행과 같습니다.

 

밀교 수행 전체를 통해서

공성에 관한 명상은 필수적입니다.

 

현상 세계의 나는 한정된 기간 동안만

이 세상에 존재하다가 죽으면 소멸합니다.

 

그러나, 정신적 육체인 수용신은

죽음 이후에도 계속되기 때문에

신체적 몸보다 더욱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불교에서

육체적 자아의 실체가 없다고 가르치는 것은

육체에 근거한 나를 일시적인 옷이라고 생각하고

정신의 자각을 중요시한다는 뜻입니다.

 

결국 티벳 밀교의 수행법들은

모두 중생에게 내재된 본래적 지혜의 빛,

즉 불성을 드러내기 위한 방편들입니다.

 

이와 같이 티벳 불교의 수행자들은 석가모니 부처님과

인도의 정통적인 불교 학자들의 가르침들과

인도에서 발전한 밀교를 그대로 이어받아 수행했습니다.

 

티벳 불교의 현저한 특징은

지혜와 자비심, 보리심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며,

부처님과 합일되는 밀교 수행을 근본으로 삼는 것입니다.

 

그리고, 수행의 단계들을 제시함으로써

수행자 자신이 수행하고 있다는 확신을 할 수 있게 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안내한다는 점이 티벳 불교의 장점입니다.

 

이와 같은 특징들은

티벳 불교 수행자들만 수용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

불교 수행자라면 누구나 수용해야 할 가르침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