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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경

백유경(86) 5백 환희환의 비유

by 아미타온 2025. 4. 2.

<백유경(86)   5백 환희환의 비유>

 

<나주 불회사 비자나무 숲>

 

옛날 어느 음탕한 아내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외간 남자를 두고 남편을 미워하며

죽일 기회를 엿보았습니다.

 

마침 남편이 이웃 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몰래 계획을 세우고 독이 든 환약(丸藥)을 만들어

남편에게 주면서 거짓으로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지금 멀리 사신으로 가시는데,

혹 배고플 때가 있을까 걱정입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 환희환 5백 개를 만들어

당신에게 드릴 테니 배 고플 때 드십시오.”

 

남편은 아내의 말대로 그것을 받아 가지고

다른 나라로 떠났지만 미처 그것을 먹지 않았습니다.

 

밤중이 되어 숲 속에서 자다가 사나운 짐승들이 무서워

나무에 올라가 피해 있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그만 깜빡 잊어버리고

아내가 준 환희환을 나무 밑에 놓아두었습니다.

 

마침 그 날 밤에 5백 명의 도둑 떼가

그 나라 왕의 말 5백 필과 보물을 훔쳐 달아나다가

그 나무 밑에서 쉬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너무 빨리 달려 왔기 때문에

모두 배가 고프고 목이 말랐습니다.

 

그러다가 그 나무 밑에서 환희환을 보고

한 알씩 먹었습니다.

 

그래서 독약의 기운으로 5백 명의 도둑떼는

한꺼번에 다 죽고 말았습니다.

 

<나주 불회사 대웅전>

 

날이 밝자 그는 도둑 떼들이

모두 나무 밑에 죽어 있는 것을 보고

거짓으로 칼과 화살로

그 시체들을 베기도 하고 찌르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말들과 보물을 거두어 가지고

저 나라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그때 그 나라의 왕은 많은 사람을 거느리고

도둑들의 자취를 따라 쫓아 왔고

마침 도중에서 그는 왕을 만났습니다.

 

그 나라 왕이 물었습니다.

 

“너는 어떤 사람인가?

그 말은 어디서 얻었는가?”

 

그가 대답했습니다.

 

“저는 이웃 나라 사람입니다.

길에서 도둑 떼를 만나 싸우다가 칼로 베고 활로 쏘아

지금 그 5백 명의 도둑들을 모두 저 나무 밑에서 죽였습니다.

그렇게 하고 저는 이 말과 보물을 가지고 왕의 나라로 가는 중입니다.

만일 믿지 못하겠으면 사람을 보내어 도둑들이

상처 입고 죽어 있는 곳을 보고 오게 하십시오.”

 

왕은 곧 신하를 보내서 가 보게 하였더니

과연 그의 말과 같았습니다.

 

왕은 매우 기뻐하면서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 찬탄하였습니다.

 

그리고 ,나라에 돌아가서는 벼슬과 상을 후하게 주었고,

곧 많은 보물도 주고 또 마을을 떼어 봉해 주었습니다.

 

<불회사 목련>

 

 

그러자 왕의 옛 대신들은 모두 시기하고 질투하여

왕에게 아뢰었습니다.

 

“저 사람은 멀리서 온 사람으로서 아직 믿을 수 없사온데,

왜 갑자기 그처럼 깊이 사랑하고 대우하십니까?

게다가 벼슬이나 상을 저희들 옛 신하보다 더 많이 주십니까?”

 

그는 그 말을 듣고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누가 용맹스럽고 힘이 세어 나와 시험해 보겠는가?

저 넓은 벌판에 가서 능력을 겨루어 보자.”

 

옛 대신들은 깜짝 놀라면서

감히 나와 대적하는 이가 없었습니다.

 

그 뒤 그 나라의 큰 광야에 사나운 사자 한 마리가 나타나서

길을 막고 사람을 죽이므로 왕성으로 가는 길까지 끊어졌습니다.

 

그때 옛 대신들은 서로 의논하였습니다.

 

“저 멀리서 온 사람이 자처하기를

용맹스럽고 힘이 세어 아무도 대적할 이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 지금 만일 저 사자를 죽여 나라의 화를 없앤다면

그것은 참으로 장하고 놀라운 일이 될 것이다.”

 

이렇게 의논하고 왕에게 아뢰었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칼과 몽둥이를 그에게 주어 곧 보내었습니다.

 

<불회사 동백>

 

그때 멀리서 온 사람은 이미 왕의 명령을 받은지라,

뜻을 굳게 하여 사자를 향해 갔습니다.

 

사자는 그를 보고 분격하여 포효하면서 뛰쳐나왔습니다.

그는 당황하여 곧 나무 위로 올라갔습니다.

 

사자는 입을 벌리고 머리를 치켜들어

나무를 우러러보고 있었습니다.

 

그는 두렵고 다급해 잡았던 칼을 떨어뜨렸고,

마침 그 칼이 사자 목을 찔러 사자는 이내 죽어버렸습니다.

 

그때 그는 기뻐 뛰면서 왕에게 가서 아뢰었습니다.

 

그러자 왕은 더욱 그를 총애하고 우대하였습니다.

 

그러자 그 나라 사람들도 갑자기 공경하고

복종하면서 모두 그를 찬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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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회사 매화>

 

1. 수행자의 성취

 

이 긴 비유는 무엇을 상징할까요?

 

이 비유는 수행자의 성취의 과정을 나타냅니다.

 

음탕한 아내의 환희환은 더러운 보시를 비유합니다.

 

왕이 사신으로 보낸 것은 ‘좋은 선지식’을 상징합니다.

 

500명의 도둑 떼를 죽이는 것은 수행의 결과를 증득하여

다섯 가지 탐욕과 온갖 번뇌를 끊는 것을 비유한 것입니다.

 

다른 나라 왕을 만나는 것은 스승을 만나는 것을 비유합니다.

 

그 나라의 옛 대신들이 시기하고 질투하는 것은

외도들이 지혜 있는 사람을 비방하는 것을 비유한 것입니다.

 

주인공이 마음을 가다듬어 옛 대신들을 호통치는 것은

외도들이 감히 저항하지 못하는 것을 비유한 것입니다.

 

사자를 죽이는 것은 마군을 항복받고

마침내 깨달은 아라한이 되는 것을 상징합니다.

 

<불회사 동백꽃>

 

2. 보시

 

첫 출발인 보시가 비록 깨끗한 마음이 없었지만

그 보시가 인연이 되어 선지식을 만나서 좋은 과보를 얻게 됩니다.

 

5백 환희환의 깨끗하지 못한 보시도 공덕이 있는데,

하물며 착한 마음으로 기뻐하면서 행하는 좋은 보시야

말할 것이 없을 것입니다.

 

좋은 복전이 되는 곳에다

정성스런 마음으로 잘 보시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