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147) 신통력으로 굴복당한 악기땃따 이야기>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외도 수행자 악기땃따와 관련하여 게송 188번에서 192번을 설법하셨다.
악기땃따는 꼬살라 국왕 파세나딧의 부왕인
마하 코살라 왕이 아직 나라를 다스리고 있던 때 왕실의 제사장이었다.
그는 마하 코살라 왕이 세상을 떠나자
자기 재산을 모두 브라흐마 교단에 헌납하고
집을 나가 고행을 주로 삼는 수행자가 되었다.
그런 끝에 그는 일만 명이나 되는 추종자를 거느린 스승이 되었는데,
무서운 불의 용이 살고 있는 모래 언덕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앙가, 마가다, 꾸루 등 여러 나라의 국경이 교차하는 곳에 머물고 있었다.
그는 자신과 함께 생활하는 제자들과 여러 나라로부터
자기를 찾아오는 재가 신자들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산이나 숲 속 공원 정원에 있는
큰 나무를 찾아가서 음식을 바치고 예배하며 공경하시오.
당신들이 거기에 열심히 음식을 바치고 기도하면
그곳의 천신이나. 지신, 목신이 당신들을
모든 질병으로부터 보호해 주어 자유롭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소."
어느 날 부처님께서는 신통력으로써 악기땃따와
그의 제자들이 모두 아라한 과를 성취할 시기가 되었음을 아셨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먼저 신통 제일 목련 존자를 악기땃따에게 보내시고,
당신께서도 뒤따라 가시겠다고 말씀하셨다.
부처님의 지시를 받은 목련 존자는
악기땃따와 그의 제자들이 있는 곳에 도착하여
그들과 정중하게 인사를 나누고 하룻밤 쉬어갈 곳을 마련해 달라고 청했다.
그러자 악기땃따들은 낯설은 손님은 받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그러나 목련 존자가 하도 정중하게 재삼 청하자
무서운 불의 용이 사는 모래 언덕의 동굴로 안내하면서
허락은 하지만 신변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고 은근히 겁을 주었다.
과거의 인연으로 보아 이 악기나가(불의 용)와 목련 존자는 적대 관계였다.
그래서 목련 존자가 거기에 머무르는 동안 둘 사이에는 큰 싸움이 벌어졌다.
신통 제일 목련 존자에게 악기나가가 먼저 불을 내뿜으며
독 기운을 토하자 목련 존자도 지지 않고 그에 맞섰는데,
악기나가는 워낙 대단한 신통력의 소유자인 목련 존자를 당해 낼 수 없었다.
그리하여 악기나가는 목련 존자에게 굴복하여
모래 언덕 위에 나가 자기 몸으로 똬리를 틀어
목련 존자가 그 위에 편안히 앉게 하는 한편,
복종의 상징으로 머리를 높이 쳐들어 일산 모양을 만들어서
목련 존자의 머리에 햇빛이 비치지 않게끔 보호하는 자세를 취했다.
다음날 아침 악기땃따와 그의 제자들은
간밤의 낯설은 손님이 용의 제물이 되었으리라 생각하며
언덕 위로 가 보았다.
그런데 의외의 결과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바로 이때 부처님께서 모래 언덕에 도착하시었고,
목련 존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목련 존자는 악기땃따와 그의 제자들에게
부처님께서 자신의 스승이시며,
자신은 부처님의 대단치 않은 제자에 불과하다고 말해 주었다.
목련 존자의 말을 들은 악기땃따와 그의 제자들은
목련 존자의 신통력에 이미 질려 있었던 터에
더 위대한 스승이 계시다는 말에 그만 기가 질려 숨도 내쉬지 못했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조용한 음성으로 악기땃따와
그를 따르는 제자들에게 그들이 일반 재가 신자들에게
어떤 것을 가르치고 있었는지를 물으시었다.
이에 대해 그들이 사실대로 고하자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악기땃따여!
사람들이 산이나, 공원 숲 속 나무 등을 찾는 것은
어떤 위협을 느꼈을 때일 것이니라.
그렇지만 그것들은 그 사람들을 보호해 주지 못하느니라.
사람들이 의지할 곳은 다만 부처님과 불법의 진리와 승가가 있을 뿐이니,
삼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생사 윤회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도와주느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 다섯 편을 읊으시었다.
위험과 두려움이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산이나 나무숲이나
성스럽다는 수도원 따위를 찾아
그곳을 의지처로 삼으려 한다.
그런 곳은 안전한 의지처가 아니다.
그런 곳은 으뜸가는 의지처가 아니다.
설사 그런 곳을 의지처로 삼더라도
모든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다.
누구든지 붓다와 다르마와
그리고 그 승가를 의지처로 삼으면
맑고 올바른 지혜로써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를 보게 된다.
둑카(고)의 실존의 진리
둑카의 원인(집)의 진리
둑카의 완전한 소멸(멸)의 진리
둑카의 소멸로 인도하는 길(도)의 진리.
이것이야말로 가장 안전한 의지처
이것이야말로 가장 으뜸가는 의지처
이것을 의지처로 삼았을때
비로소 그는 모든 둑카로부터 해탈하리.
부처님의 이 설법 끝에 악기땃따와 그의 제자들은
모두 아라한 과를 성취하고, 교단에 들어와 비구가 되었다.
이와 같이 악기땃따와 그의 제자들이 모두 비구가 되고 난 뒤,
여러 나라로부터 온 그의 재가 신자들은
자기네 스승에게 인사를 올리고 설법을 들으러 왔다가
악기땃따들이 모두 가사를 입은 채 부처님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들은 마음속으로
'저 고따마 사문과 우리 스승 중 누가 더 탁월할까?
우리의 스승일까, 고타마 사문일까?
아마도 우리 스승이 더 탁월하겠지.
왜냐하면 고따마 사문이 우리 스승을 찾아온 것이니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시었고,
악기땃따도 그들의 의문을 풀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악기땃따는 부처님의 발 앞에
제자로서의 예를 올린 다음 합장을 올리면서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렇게 사뢰었다.
"부처님이시여!
부처님께서는 저의 스승이십니다.
저는 부처님의 제자입니다."
이리하여 그 자리에 모였던 여러 나라의 사람들은
부처님의 위대하심에 깊은 인상을 받고 부처님을 진실로 존경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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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굴복
이번 법구경 이야기는
부처님께서 불의 신을 모시는 우루벨라 카사파 3형제와
그 1000명의 제자를 신통력으로 굴복시키고 제자로 삼는 장면과 비슷합니다.
녹야원에서 5비구를 제도하신 후
제일 첫 포교의 대상으로 카사파 3형제를 그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그 이유는 마가다 국에서 당대 제일의 브라만으로 존경받던 이들을 먼저 굴복시킴으로써
빠른 시간 내에 불교 교단을 마가다 국에 자리잡고자 하는 전략적 선택이셨던 것입니다.
코살라 국 왕실의 제사장 출신으로 명성이 높았고
은퇴후에는 일만 명의 배화 교도를 이끌고 있던
코살라 국에서 이름높은 바라문인 악기땃따 교단을 공략한 것도
카사파 3형제를 공략한 것과 같은 동일한 포교 전략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카사파 3형제를 제도할 때는
부처님께서 친히 가셔서 독룡을 굴복시키고
카사파 3형제들에게 수많은 신통력을 보이고
여러가지 방편을 보이신 후 이들의 귀의를 받아내셨습니다.
그러나, 악기땃타에게는
신통 제일인 목련 존자를 대신 보내시고
사전에 미리 상대의 기를 죽여놓은 다음
부처님이 출현하셔서 완전히 굴복시키는 새로운 전술로
카사파 3형제에 비해서는 비교적 간단하게 악기땃타 교단을 접수할 수 있었습니다.
악기땃타 교단을 접수함으로써 코살라 국왕을 비롯한 백성들에게
보다 효율적이고 빠르게 불법을 전파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추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독룡을 굴복시켰슴에도 불구하고
굴복하지 않고 고집을 피웠던 카사파 3형제에 비해
악기땃따는 자신의 권위에 대한 자만심과 고집이 상대적으로 작았고
꿇어야 할 분에게 꿇을 줄 아는 유연함과 지성이 갖추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비교적 빠르게 부처님에 대한 귀의가 이루어졌고
불법의 진리를 받아들이자 빠른 시간 내에 아라한 과에 오를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교단의 아라한들이 신통을 사용하시는 것에 대해
엄하게 경책하신 부처님께서 신통을 사용하시는 장면이 몇 차례 등장합니다.
그러나, 카사파 3형제나 악기땃따처럼
기성 교단의 권위 있는 대장으로
포교에 있어 전술적으로 중요한 포교 대상이
고집을 피우고 신통의 힘으로 굴복되는 상황이면
신통력도 중생 제도의 방편으로 사용하셨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도 있습니다.
부처님은 악기땃따에게 5편의 게송을 읊으셨습니다.
게송의 내용은
삿된 믿음을 버리고
불법승 삼보에 대한 바른 귀의,
그 중에서도 법(다르마)에 대한 귀의를 강조하는 가르침을 주십니다.
2. 법(진리)에 대한 귀의
예전에 인도 성지 순례를 갔을 때
붓다가야 부처님 깨달음의 성지 입구에서
나무 신에게 세속적 복락을 구하기 위해 기도하는 여인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한발만 더 가면 부처님께 귀의하고 기도해도 되는데,
나무 신에게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처님과 부처님의 진리에 대한 귀의가 되지 못한 채
세속적인 여러 가지 복락만 기원하다가
울고 웃다 죽는 불교 신자가 우리 주위에는 부지기수입니다.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든지 붓다와 다르마와
그리고 그 승가를 의지처로 삼으면
맑고 올바른 지혜로써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를 보게 된다.
둑카(고)의 실존의 진리
둑카의 원인(집)의 진리
둑카의 완전한 소멸(멸)의 진리
둑카의 소멸로 인도하는 길(도)의 진리.
이것이야말로 가장 안전한 의지처
이것이야말로 가장 으뜸가는 의지처
이것을 의지처로 삼았을때
비로소 그는 모든 둑카로부터 해탈하리."
삼귀의는 부처님을 깨달으신 스승으로 인정하며,
그분의 가르침이 보편적 진리임을 인정하고 수행하겠다는 약속이며,
그분의 가르침을 따르는 수행자 무리인 승가에 대한 존경과 신뢰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삼귀의가 가치가 있는 것은
맑고 올바른 지혜를 통해
4가지 성스러운 진리,
고집멸도의 사성제를 보게 하고 눈뜨게 함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참으로 깊은 통찰이 있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을 보는 자, 여래를 본다."는 부처님의 말씀처럼
삼귀의를 통해 4성제의 다르마에 눈뜨고
4성제의 진리를 자신의 안전하고 으뜸가는 의지처로 삼아야 합니다.
그 속에서 삼귀의가 자신을 밝힐 수 있는 자등명의 의지처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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