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청평사>
1. 소양강과 청평사
춘천 청평사.
청평사는 춘천 북내면 깊은 산골
오봉산 자락에 있습니다.
그래서, 깊은 산골에 자리한 청평사에 가려면
두 가지 코스가 있습니다.
하나는 소양강 댐에서 배를 타고 가는 코스,
또 하나는 화천 방향에서 산을 넘어 육로로 가는 코스입니다.
저는 두 가지 코스를 다 가보았는데,
소양강 댐에서 배를 타고 가는 코스가 더 낭만적이었습니다.
국민 가요 <소양강처녀>의 무대인
소양강에서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배를 달려 청평사 입구 선착장에 도착해서
청평사를 가려면 1km 계곡길을 걸어 올라가야 합니다.
계곡길을 올라 청평사를
가려면 땀이 나고 힘들지만,
시원한 계곡 소리, 푸른 산빛을 맞으며
올라가는 길은 정취 있습니다.
그리고, 부처님 만나러 땀 흘리고 공을 들여
도량을 오른다는 잔잔한 기쁨이 있습니다.
2. 상사뱀과 공주 전설
청평사 계곡에는 인어공주 같은 동상이 있습니다.
상사뱀 전설이 남아 있는 공주의 동상입니다.
고려 공녀 출신으로 원나라 황후가 된
<기황후>의 일생을 다룬 하지원 주연의 드라마가 방영되었죠.
기황후는 중국 원나라 황제인 순제(順帝)의 정부인이 되었는데,
그 순제에게 공주가 있었습니다.
공주는 그녀를 모시던 호위병 한 명과 깊은 사랑에 빠졌습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황제는 화가 나서
그 호위병을 죽여 버렸습니다.
죽은 호위병은 공주를 잊지 못해
저승에 가지도 못하고 상사뱀이 되었습니다.
상사뱀은 몰래 궁궐에 들어가 공주 몸을 칭칭 감아서
공주는 놀라고 병이 깊어졌습니다.
그러다 고려 땅 청평사가 영험하다는 소문을 듣고
중국에서 청평사로 기도드리러 오게 되었습니다.
공주는 청평사 계곡에서 목욕재계하고
부처님께 불공을 드리려 했는데,
갑자기 상사뱀이 다시 나타나
공주의 몸을 휘감기 시작했습니다.
공주는 놀라서 청평사 부처님께
불공을 드린 후에 다시 보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불공을 드리러 간 공주가 나오지 않자
몸이 달은 상사뱀은 청평사의 중문(中門)인 회전문을 통과하려 했습니다.
그러자 하늘에서 비바람과 뇌성벽력이 쳐서
상사뱀은 벼락에 맞아 타 죽었다고 합니다.
3. 도량과 재계
애욕과 집착에 눈이 먼 상사뱀을 절을 지키는 도량신과
사천왕이 용납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절은 부처님을 모신 도량입니다.
세속적 욕망을 벗어놓고 몸과 마음을
청정히 재계한 후 부처님을 만나야 합니다.
부처님을 만나기 전에 일주문, 천왕문을 지나는 이유는
그 문 앞에서 세속적 번뇌를 다 내려놓고
부처님을 만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부처님을 만날 때 몸과 마음가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4. 회전문
청평사에는 상사뱀의 전설이 남아 있는
회전문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보물로 지정된 회전문의 ‘회전(廻轉)’은
‘윤회전생(輪廻轉生)’의 줄임말입니다.
회전문을 들어와서 애욕과 집착으로
돌고 도는 윤회의 삶에서 벗어나자는 진리가 담겨 있습니다.
청평사에서 천왕문의 역할을 하는 회전문에서
상사뱀이 불타 죽은 이유를 잘 명상해 보면 좋겠습니다.
5. 청평사와 이자현
청평사는 고려 문종 때의 문신 이자현이 중창하였습니다.
이자현은 고려 문종 때 문과에 급제한 후
‘대악서승(大樂署丞)’이란 높은 벼슬에 올랐으나
벼슬을 버리고 오봉산에 입산하여 스스로를 ‘청평거사’라고 칭했습니다.
당시 있던 ‘보현원’을 ‘문수원’이라 고치고
여러 암자를 짓고,
‘맑고 평화롭게 번뇌를 쉬며 수행하는 암자’라는 뜻의
‘청평식암(淸平息庵)’이라는 글자를 바위에 새겨 수행 공간으로 가꾸었습니다.
6. 고려선원과 영지
청평사 초입에 ‘고려선원(高麗禪院)’이 있는데,
이자현이 참선 수행하던 장소라고 합니다.
예술적 감각이 뛰어났던 이자현은
‘영지(影池)’라는 연못과 멋진 정원을 조성하여
자연과 벗하며 고려선원에서 마음 공부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남아 있는 영지는 오봉산의
푸른 산세가 물에 비춰 아름다움을 자랑합니다.
그래서, 고려선원에는 고려말의 고승인
나옹 화상, 보우 스님을 비롯한
많은 선사들도 잠시 머물면서 공부했다고 합니다.
춘천부사를 지낸 조선 후기의 문신 박장원(朴長遠)은
청평사를 유람하며 이렇게 읊고 있습니다.
나라 안의 많은 명산을 수없이 보아왔건만
두 손을 마주 잡고 사면을 에워싸듯 두르면서
비거나 부족함이 없이 온화하고 빼어나며
기이하기로 이 산에 비길 곳 없도다
7. 국보 극락보전
청평사는 5개의 봉우리가 있는 오봉산이
병풍처럼 버티고 서 있는 작은 도량입니다.
회전문에서 대웅전, 극락보전, 관음전 등의
전각이 층층히 정갈하게 서 있습니다.
청평사는 일제시대까지만 해도 국보로 지정된
극락보전으로 유명한 정토 도량이었습니다.
청평사 극락보전은 전각의 천장 장식인 보개(寶蓋)가
화려하고 아름다워 고려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유명했습니다.
그러나, 6.25 동란의 민족적 비극 속에 회전문만 남기고
청평사의 모든 전각은 불타 없어서
지금의 청평사는 1970년대에 새롭게 지었습니다.
8. 대웅전과 극락보전
회전문을 통과하면 제일 먼저 대웅전이 있고,
극락보전이 있습니다.
대웅전에서 우리 사바 세계의 교주이신
석가모니 부처님께 먼저 인사드리고,
극락세계의 교주이신 아미타 부처님께 인사드리고 염불하면 좋습니다.
절은 부처님께 예배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부처님의 법을 듣는 법회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절에 가서 부처님께 삼배만 드리고 빨리 오지 말고,
법식에 맞추어 각 전각을 참배하며
각각의 불보살님이 설하는 경전을
한 두 페이지라도 독송하며 법의 가르침을 받고 오면 더욱 좋습니다.
9. 신앙심
청평사는 천년의 긴 세월 동안
많은 수행자들이 마음을 닦고,
극락왕생을 발원했던 기운 좋은 도량입니다.
이 유서깊은 도량에서 여유있게
시간을 보내며 예배하고 염불하고 경전 독송하며
자신의 내면을 맑히고 부처님에 대한
신앙심을 순수하게 갖추면 좋을 것입니다.
춘천에 가면 소양강 댐에서
배를 타고 청평사를 꼭 가보시기 바랍니다.
회전문의 전설이 남아 있고,
이자현의 공부 향기 가득했고,
고려 시대를 대표하는 극락보전이 있던
청평사에서 평화로움을 맛보시기 바랍니다.
<유튜브 극락회상 - 춘천 청평사>
https://youtu.be/l3crA085u9U?si=y1DjNFB7wqHa01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