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속리산 법주사, 복천암>
1. 법주사의 창건 설화
충북 보은의 속리산 법주사.
속리산(俗離山)은 ‘속세를 떠난 산’이라는 뜻입니다.
속리산은 수려하고 깊은 산중이라 세속과 절연하며
도를 닦기 좋은 산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이품송을 지나 속리산 입구에 도착하면
‘호서(湖西, 충청)제일 가람 법주사’라는 일주문이 나타납니다.
일주문을 통과하여 시원한 숲길을 걸어가면
속리산 멋진 암봉에 둘러싸인 대도량 법주사가 나옵니다.
법주사(法住寺)는 '불법이 머무르는 도량'이라는 뜻입니다.
법주사의 창건에는 재미있는 설화가 전합니다.
신라 진흥왕 때 서역에서
경전을 싣고 온 스님이 있었습니다.
그 스님은 경전을 봉안하고
불법을 펼칠 도량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전을 실은 나귀가
속리산 법주사에서 움직이지를 않았다고 합니다.
스님은 이곳이 경전을 모시고 불법을 펼칠
부처님이 점지해준 좋은 도량터라고 보고 법주사를 창건했습니다.
불법을 세상에 펼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선인들의 노고가 있었는지 생각하게 되는 설화입니다.
2. 법주사와 미륵 신앙
법주사는 통일 신라 시대
미륵 신앙을 펼쳤던 진표 율사가 중창했으며,
그 제자들이 미륵 신앙을 크게 선양하였습니다.
큰 미륵대불 부처님이 도량의 중심에 서 있고,
능인전 뒤 보물로 지정된 석조 미륵 마애 부처님도
법주사의 뿌리 깊은 미륵 신앙을 상징합니다.
개인적으로 독특한 상호와 수인을 취하신
석조 미륵 마애 부처님을 바라보고 있으면
신비롭고 평안한 마음이 듭니다.
미륵 부처님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뒤를 이어
우리 사바 세계를 ‘용화 세계’라는 불국토로 조성하여
중생들을 제도하신다는 미륵 신앙의 중심이 되는 부처님입니다.
3. 팔상전
법주사에 들어가면 팔상전이 나옵니다.
팔상전은 우리 나라에 남아있는
목조탑 양식의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전각입니다.
그래서, 국보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팔상전은 석가모니 부처님과
석가모니 부처님의 일대기인
'팔상성도(八相成圖)' 벽화를 모시고 있습니다.
불교 공부는 부처님의 삶을 통해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명상하고 실천하는데서
출발한다는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4. 대웅보전
법주사의 중심전각 대웅보전.
대웅보전에는 법신(法身) 비로자나불,
보신(報身) 노사나불,
화신(化身) 석가모니불의 세 부처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진리의 몸인 법신(法身)과
보살행의 공덕의 과보로서의 몸인 보신(報身)과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한 화신(化身)의
3가지 몸을 나타낸다는
대승불교, 특히 화엄경의 불신관(佛身觀)에 입각한 세 부처님입니다.
아미타 부처님은 중생 제도의 큰 서원과
보살행의 공덕의 과보의 몸을
나타내시는 보신(報身) 부처님을 대표합니다.
2600년전 인간의 모습으로 오셔서
중생들을 교화하신 석가모니 부처님은
화신(化身) 부처님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모든 부처님의 근본은 진리의 몸인
불멸의 법신(法身)이라는 심오한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5. 원통보전
관세음보살님을 모신 원통보전.
원통보전에 모셔진 관세음보살님은 참으로 거룩합니다.
그리고, 관세음보살님을 향한 깊은
공경과 사랑의 마음으로 법을 청하는
선재 동자의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불보살님을 향한 공경과 사랑의 신앙심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
그 몸짓과 눈빛을 통해 잘 느낄 수 있습니다.
6. 희견 보살상
천 오백년의 긴 역사를 자랑하는 대찰인
법주사는 많은 석조 보물들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희견보살상입니다.
법화경 <약왕 보살품>을 보면
약왕 보살님의 전생인 희견 보살님이 나옵니다.
희견 보살님은 법화경을 설해주신
부처님에 대한 공경과 감사를 표현하기 위해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싶었습니다.
희견 보살님은 신통력을 구족하여 신통력으로
많은 물품을 부처님께 공양할 수 있었지만,
가장 소중한 당신의 몸으로 소신 공양을 하셨습니다.
당신의 몸에 향유를 바르고 그 몸에 불을 붙이자
그 몸에서 난 불빛이 1200년이나 불타며 세상을 밝혔다고 합니다.
법주사의 희견보살님은 부처님께
당신의 몸을 공양하기 위해
화로를 들고 계신 모습을 하고 계십니다.
부처님을 향해서라면 가장 소중한 몸마저도
다 바치고 싶다는 뜨거운 공양과 신앙의 마음 세계를 생각하며
저의 부처님에 대한 공경과 신앙의 마음을 새롭게 다잡게 됩니다.
7. 쌍사자 석등
두 번째는 쌍사자 석등입니다.
대웅보전 앞에 두 마리 사자가
기지개를 켜듯 몸을 펴고 등불을 잡고 있는 모습입니다.
부처님의 설법을 흔히 사자의 외침, 즉 사자후라고 합니다.
백수의 왕인 사자가 아무 거칠 것 없이 기지개를 쫙 펴고
세상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친다면 산천초목이 벌벌 떨겠지요.
세상을 밝히는 부처님의 법은
그 정도로 강렬한 가르침이라는 것입니다.
국보로 지정된 쌍사자 석등은 부처님의
지혜 광명의 가르침이 세상을 향해
쩌렁쩌렁 울린다는 가르침을
정말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8. 석련지
세번째는 석련지(石蓮池)입니다.
극락 세계의 연못을 상징하며
화강암으로 조성한 아름답고 우아한 석련지입니다.
꽃과 구름, 덩굴 등으로 아름답게 장식하였고,
석련지에 물을 담고 연꽃을 띄워서
부처님의 극락세계라는 것을
우아하게 표현한 아름다운 석련지입니다.
극락의 큰 연못을 상징적으로
우아하게 잘 표현한 우리 선인들의
신앙심과 세련된 미의식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9. 석조
네번째는 석조(石槽)입니다.
법주사에는 한때 3000명이
넘는 스님들이 상주하며 공부했다고 합니다.
그 때 수많은 스님들이 사용하던
식수를 담아두던 돌로 된 물통이 석조인데,
그 엄청난 크기에 놀라게 됩니다.
통일신라 때인 720년 경에 만든 것이라 하니
법주사의 역사와 함께 해 온 석조입니다.
10. 철솥
법주사에는 많은 스님들이 먹을
밥을 짓던 거대한 철솥도 남아 있어
얼마나 큰 도량이었는지 짐작하게 합니다.
법주사를 참배한 조선 선조 때의 문인인
황준량(1517~1563)도 법주사의 철솥과 수조가 감동적이었나 봅니다.
황준량은 다음과 같은 시를 통해
법주사의 정취와 철솥과 석조의 거대함을 노래하였습니다.
옥 같은 기암절벽이 폭포에 씻기고
구곡의 절경은 별천지로구나.
철솥을 만든 것은 어느 때였던가.
석조가 가로놓여 이 산천 짓누르네.
법당에는 천길 되는 불상을 안치하고
탑에서는 풍경소리 골짝마다 전해지네.
11. 복천암과 한글 창제
법주사에서 문장대 가는 계곡길을 2km 걸어가면
법주사의 제일 큰 암자 복천암(福泉庵)이 있습니다.
얼마 전 세종대왕과 신미대사의 한글 창제 과정을 그린
‘나랏말싸미’라는 영화가 상영되었습니다.
이 영화에는 한글 창제에 큰 공을 세운
신미 대사와 그 제자 학조 대사가 등장합니다.
이 두 분 스님이 상주했던 도량이
바로 법주사의 암자 복천암입니다.
세종의 둘째 아들로 신미대사와 함께
한글 창제에 공헌했던 세조는
신미 대사를 스승으로 깊이 공경하며 복천암을 찾았다고 합니다.
계곡길을 거닐다 보면 신미 대사를 만나러 온 세조가
목욕했던 목욕소가 남아 있습니다.
12. 한글창제에 큰 공을 세운 신미 대사
복천암은 극락보전에
아미타 부처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아미타 부처님께 참배하고 옆을 보면
신선 같은 모습의 신미 대사상이 있습니다.
신미 대사는 세조 때 재상을 지낸 김수온의 친형으로
학문에 밝고 덕성이 뛰어나 세조가 스승으로 모셨습니다.
그리고, 세조와 함께 <간경도감>에서 불경을 간행하여
경전을 대중에게 보급하는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신미 대사는 중국어, 몽골어, 일본어, 산스크리트어 등
6개 국어에 능통한 어학의 천재였습니다.
영화 <나랏말싸미>에도 나오듯 세종의 한글 창제에
신미 대사의 어학 실력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글 창제 후 한글로 편찬된 서적 중에
<월인천강지곡>, <석보상절> 등 불교 관련 서적이 대부분입니다.
한글 창제에 큰 공을 세운 신미 대사가
불교를 믿던 당시 일반 민중들을 위해
쉬운 한글로 편찬한 노력의 산물인 것입니다.
세종은 죽기 전에 유언으로 신미 대사에게
'우국이세 혜각존자(祐國利世 慧覺尊者)’라는 시호를 내렸습니다.
'나라를 위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고,
지혜를 깨우친 위대한 존자'라는 시호를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글을 모르는 백성들을 가엾이 여겨
이들에 대한 깊은 자비심으로 한글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운 신미 대사에 대한 세종의 애뜻한 사랑 때문입니다.
법주사에 가면 이 위대한 선지식의 유골이 남아 있는
복천암에 들러 감사 인사드리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유튜브 극락회상 - 속리산 법주사 복천암>
https://youtu.be/zpKiWPcV8Sk?si=wyTQJsV2IjoAMld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