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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인물사

불교인물사(71) - 일본 정토진종의 창시자, 신란(5) - 스승과의 만남

by 아미타온 2025. 6. 21.

<불교인물사(71) - 일본 정토진종의 창시자, 신란(5) - 스승과의 만남>

 

<교토역 주변의 일본 정토진종 본산 동본원사>

1. 스승 호넨과의 만남

 

교토 육각당에서 기도의 응답을 받은

신란 스님은 구세 관음인 쇼토쿠 태자의 계시의

깊은 뜻을 알기 위해 스승 호넨 스님을 찾아갔습니다.

 

호넨(法然) 스님은 교토 히가시야마(東山) 요시미즈(吉水)에서

아미타 부처님께 귀의하여 오롯이 염불하는 전수(專修) 염불의 길을

대중들에게 포교하던 일본 정토불교의 서막을 연 큰 스승이었습니다.

 

당시 호넨 스님은 69세의 노승이었고,

신란 스님은 29세의 젊은 나이였습니다.

 

신란 스님이 호넨 스님 문하로 들어가게 되면서

일본 정토 불교의 가장 빛나는 두 거성의 만남이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신란 스님은 히에이산 하산한 후

육각당에서 100일 기도를 간절히 한 것처럼

호넨의 가르침을 듣기 위해 100일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스승 호넨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스승 호넨의 가르침으부터

아미타 부처님의 자비로운 본원에 의지하여

오롯이 염불하면 반드시 극락 왕생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습니다.

 

신란 스님은 자신은 탐진치 삼독이 치성한

말법 시대에 살고 있다는 깊은 자각을 하였습니다.

 

신란 스님에게 자신의 유일한 탈출구는 스승 호넨으로부터 받은

정토문의 참다운 가르침 뿐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신란 스님이 히에이산에서 그렇게 고행 난행을 해도 수행의 결과에

만족할 수 없었던 것은 어쩌면 호넨과 같은 훌륭한 스승이 없어서였는지도 모릅니다.

 

신란은 스승 호넨과의 만남에 정말 감사했고,

이 스승과 함께라면 지옥이라도 함께 가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평생 스승 호넨의 가르침에 입각해서 살려고 했고

스승의 '염불위본(念佛爲本)'의 가르침을 세상에 전하면서 살기를 바랬습니다.

 

<정토진종의 가르침 - 동본원사>

 

2. 스승 호넨에 대한 깊은 공경과 귀의

 

후일 신란 스님의 제자들이 멀리 관동으로부터

자신들의 흔들리는 믿음에 대해 토로했을 때

<탄이초>에 나오는 다음의 단오한 이야기는

신란 스님이 스승 호넨에  얼마나 깊은 공경과 믿음을 가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머나먼 관동(關東)에서 교토까지

십여개 국의 국경을 넘어서 생명을 걸고 찾아온 그 목적은

아미타 부처님의 정토에 왕생하는 길을 물어 듣고

확실히 하고자 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이 신란이 염불 이외에

정토로 가는 길을 알고 있다거나,

또는 그러한 것들이 쓰여져 있는

경전들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하여

그 진상을 알고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그것은 큰 잘못이다.

 

만약에 그렇다고 하면 나라나 히에이산에 가면 

훌륭한 학자들이 많이 있을 것이니

그런 사람들을 만나서 정토에 왕생하는 요점을 납득하고

흡족할 때까지 잘 들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 신란은 단지 염불하여 아미타 부처님에게 구제받고자

선지식의 가르침을 받아 그것을 믿을 뿐

특별한 다른 가르침이라고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염불은 참말로 정토에 왕생할 수 있는 씨앗이 되는 것일까?'

또는 '지옥에 떨어지는 업일 것인가?' 하는 것은

나 신란에게는 전혀 알 바가 아니다.

 

가령 스승인 호넨 스님에게 속아서

염불하여 지옥에 떨어진다 하더라도

조금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것은

염불 이외의 것을 수행함으로써 부처가 될 수 있는 몸이

염불을 했기 때문에 지옥에 떨어졌다면 속았다는 후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수행도 하지 못하는 이 몸이기에,

나에게는 어차피 지옥은 면할 수 없는 결정된 곳이기 때문이다.

 

아미타 부처님의 본원이 진실이라면

석가모니께서 설하신 가르침도 거짓말이 아닐 것이며

석가모니께서 설하신 가르침이 진실이라고 하면

선도 대사의 해석도 거짓말이 아닐 것이며,

선도 대사의 해석이 진실이라면 호넨 스님의 가르침

또한 어찌 거짓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호넨 성인의 가르침이 진실이라면

신란도 지금까지 허망한 거짓말을 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답답하고 어리석기 짝이 없는 몸이 받은 나의 신심은 이런 것이다.

그러니 이 후로는 염불을 받아들여 믿든 않든 그것도 당신들 각자가 결정할 일이다."

 

<동본원사 아미타당>

 

3. 악인 정기 신앙과 구원의 확신

 

신란 스님은 스승 호넨 스님의 가르침에 대한 공경 속에서

아미타 부처님의 본원과 자비를 깊이 궁구하였습니다.

 

그는 말법 시대의 시대 상황과 

말법 시대를 살아가는 자신을 솔직히 들여다봄으로서

한걸음 더 대담하게 나아가 '악인 정기'라는 독특한 사상을 갖게 되었습니다.

 

'악인 정기(惡人 正機) 사상'은 악인이야말로

아미타 부처님의 진정한 구제의 대상이라는 독특한 사상입니다.

 

신란 스님의 아미타 부처님으로부터의 구원의 확신은

말법 시대에 몸을 담고 있는 자신의 죄악성에 대한

깊은 통찰과 자각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신란 스님이 체험한 아미타 부처님의 서원과 자비에 의한 구원은

죄악이 깊은 말법 중생에게 주어지는 역설적인 구원이었던 것입니다.

 

아미타 부처님은 고통에 빠진 중생들을

구제하겠다는 서원을 세우셨는데,

선인과 악인 중 누구를 먼저 구제하겠느냐는 것입니다.

 

자식 중에 큰 병에 걸려 고통스러워하는 자식과

손가락이 까진 자식 중 누구를 먼저 구제하겠냐는 것입니다.

 

아미타 부처님의 자비는 누구를 더 불쌍히 여기고,

누구를 먼저 구원의 대상으로 삼겠느냐는 것입니다.

 

이 말법의 시대를 살아가는 악인들,

그 속에서 눈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악인들을

아미타 부처님은 더 가엾이 보시고 먼저 구제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악을 바라보는 시선이

신란 스님은 다른 사람들과 큰 차이가 있었던 것입니다.

 

누군가 악을 저지를 때

당시의 사람들은 참회하라고 꾸짖고 손가락질하거나 멀리했다면,

신란 스님은 우리들 모두 말법 시대의 악업 중생들이기 때문에,

나나 당신이나 악인인 것은 당연하다는 것입니다.

 

즉, 우리 모두 아미타 부처님의

가여움을 받는 중생이라고 하는

악인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 속에 숨은 무거운 죄업을 비탄하며 탄식하는 악한 사람들,

자신의 힘으로는 해탈을 꿈꿀 수 없어 부처님께 모든 것을 맡길 수밖에 없는 사람들,

이들 악인이 아미타 부처님의 자비로운 본원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타력 본원의 길로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신란 스님은 <탄이초>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선인조차 아미타 부처님의 정토에 태어날 수 있다.

하물며 악인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세간 사람들은 항상 이런 식으로 말하고 있다.

"악인인데도 정토에 태어난다. 하물며 선인은 말할 것도 없다."고 말한다.

 

이 말은 그럴듯하게 들릴지 모르나,

아미타 부처님의 본원 타력의 마음에 반대되는 것이다.

 

자기의 힘을 신뢰하고 선행을 닦아서

그것에 의하여 깨달음을 열고자 하는 사람은

본원의 작용을 믿는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에

미타 부처님의 본원에 위배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도 자력에 빠진 마음을 뒤집어 타력을 믿으면

아미타 부처님의 진실의 세계에 태어날 수가 있는 것이다.

 

번민이나 걱정거리를 모두 다 구비해 가지고 있는

우리들은 염불 이외의 다른 어떠한 수행으로는

미혹의 인생을 떠날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을 깊이 슬퍼하시어 본원을 일으키신

아미타 부처님의 진의는 이러한 악인을

부처로 이룩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타력을 믿는 악인은 가장 수승한 왕생의 정인(正因)인 것이다.

 

그러기에 선인조차 아미타부처님의 정토에 태어날 수 있다.

하물며 악인은 말할 필요가 없다."

 

사후의 세계에 대한 불안과 죄의식 속에서 고뇌하던 신란 스님에게

스승 호넨 스님을 통해 아미타 부처님의 구원의 빛이 비추어졌습니다.

 

이처럼 신란 스님은 자신과 함께 살아가는 말법 시대의 악인이야말로

아미타 부처님의 무조건적 자비의 광명이 전해져야 할 사람들이었다고

깊이 자각했던 것입니다.

 

<스승 호넨의 초상을 그린 족자>

 

4. <선택본원염불집>의 서사 

 

신란 스님은 스승 호넨의 문하에 있을 때

스승 호넨 스님으로부터 아미타불의 본원에 대한 확신과 함께

믿음과 염불을 통해 극락왕생의 길에 대한 정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스승 호넨 스님의

전수염불의 가르침을 강렬한 신념을 가지고

세상 사람들에게 정토법을 전하는 전법의 길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신란 스님에 대해 스승 호넨 스님도

두터운 신임을 보내고 깊이 사랑했습니다.

 

1205년 신란은 스승 호넨으로부터

몇몇 재자들 사이에 비밀리에 유통되고 있던

<선택본원염불집>의 서사(베껴 쓰기)와 스승의 초상화 제작을 허락받았습니다.

 

신란 스님이 <선택본원염불집>의 서사를 마치고 스승 호넨 스님에게 바쳤습니다.

 

그러자 호넨 스님은 직접 책의 제목인 <선택본원염불집>을 써 주시면서

"나무아미타불 왕생지업 염불위본"이라는 글을 써 주었다고 합니다.

 

나무아미타불 염불하는 업(수행)이

극락왕생을 이루는 가장 근본이라는 뜻입니다.

 

이에 신란 스님은 스승의 깊은 은혜에 감사하며

감격과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