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동 지방 여행(2) - 미토 가이라쿠엔(皆樂園)>

1. 미토 제1고교
홍도관 옆에는 미토 성터가 있습니다.
미토번의 도쿠가와 번주들이 대대로 살던 곳입니다.
미토 성은 미토 번 시절에는 큰 성이었습니다.
그런데, 메이지 천황에게 권력을 이양한
에도 막부 마지막 쇼군이 미토 번 출신이라고 했죠.
막부 체제의 번을 폐지하고 현을 만들어
중앙에서 지방관을 파견한 유신 신정부는
도쿠가와 막부 가문이 다시 일어날 것을
두려워하며 미토성을 파괴했습니다.
게다가 히로시마 원폭이 떨어지기 1주일 전인 1945년 8월 1일,
미국이 일본의 여러 도시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는데,
그 때 미토도 공습으로 도시의 3/4이 폐허가 되었다고 합니다.
옛 미토성의 정문인 오테몬(大手門)은 최근에 복원되었습니다.
미토성의 규모를 알게 합니다.
언덕 위에 있는 미토성터를 통과하여
내려가면 미토역이 나와서 성터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책을 읽는 사무라이 동상입니다.
홍도관에서 공부했던 사무라이겠죠.
에도 막부는 일본에서 250년간 지속되었습니다.
이 시대가 일본이 경제적, 문화적으로 제일 안정된 시기였다고 합니다.
사무라이들이 정치를 하고 관료를 해도 나라가 잘 돌아갔다는 겁니다.
그 바탕에는 사무라이들이 홍도관 같은 곳에서
문무를 함께 닦는 공부가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토 성터 안에는 초, 중, 고등학교가 있습니다.
미토 제1고, 제2고, 제3고가 있더군요.
일본은 공립 고등학교를 아직도
제1고, 2고, 3고 이렇게 부르는 모양입니다.
선동열, 김병현이 나온 야구 잘하는
광주 제일고(일고)도 일제 시대 명칭인 모양입니다.
미토 후학들도 홍도관 사무라이 선배들의 전통을 이어받아
열심히 공부하라는 뜻으로 동상을 세워 놓았다고 생각합니다.

미토 제1고입니다.
교문이 멋집니다.
날카로운 지붕 양식이
교토 히에이산 서탑 석가당 지붕을 생각나게 합니다.
저 문은 미군의 미토 대공습 때
유일하게 공습을 피한 문이라고 합니다.
저 교문으로 매일 등하교 하면 마음이 새로울 것 같습니다.

제1고는 남녀 공학입니다.
손을 들고 앞으로 전진하는
남녀 학생상이 있습니다.
학교 건물도 아주 멋집니다.
공부가 아주 잘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미토 성터 언덕에 있는
미토 여러 학교들을 지나서
미토 역 쪽으로 내려갔습니다.

미토성터 끝나는 지점에 있는
홍도관 학교와 가이라쿠엔 정원을 세운
도쿠가와 나리아키(1800~1860)의 동상이 있습니다.
이바라키 현 현청 소재지인 미토는 인구 25만의 작은 도시입니다.
나리아키가 만든 홍도관과 가이라쿠엔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미토를 찿으니
미토의 오늘을 만든 사람입니다.
나리아키는 미토 백성들을 다스리는데 있어서
때로는 엄하게,
때로는 너그러이 즐기는 여유를 주면서 다스렸다고 합니다.
학문과 무술을 닦는 홍도관을 만들어 열심히 공부를 시키면서도,
심신의 피로를 풀고 휴식할 수 있는 가이라쿠엔 정원을 함께 조성하여
한 쌍으로 균형을 맞추는 교육 철학을 가졌다고 합니다.
공부와 휴식이 잘 조화를 이루어야
마음의 여유 속에서 즐겁게 공부할수 있을 것입니다.

2. 가이라쿠엔
미토 성터를 내려와
버스를 타고 가이라쿠엔으로 향했습니다.
5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가이라쿠엔은 여름철은 오후 7시까지 문을 엽니다.
미토 역에서 10분 정도 걸렸습니다.

가이라쿠엔 정원은 문이 두개 있습니다.
하나는 호문정(고분테이) 표문이고,
또 하나는 동문입니다.
저는 호문정 표문으로 들어갔습니다.
도쿠가와 나리아키가 정원을 내다보며
사람들과 시를 즐기던 정자인
호문정(고분테이)와 바로 통하는 표문입니다.

가이라쿠엔(偕樂園) 은 맹자에 나오는
"옛 사람은 백성과 더불어 즐겼기 때문에
진정으로 즐길 수 있었다"는 구절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도쿠가와 나리아끼는 영주나 무사뿐만 아니라,
일반 백성들까지 '모두(偕) 함께 즐기는(樂) 정원'을
목적으로 조성했습니다.
오늘날 공원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실제로 그 시대에도 매월 3일, 8일은
일반 백성들에게도 가이라쿠엔을 공개했다고 합니다.
봉건 시대에 도쿠가와 나리아끼의 사고 방식은 시대를 앞서갔습니다.

들어가면 제일 먼저 왼쪽에는 대나무 숲이
오른쪽에는 삼나무 숲이 펼쳐집니다.
특히, 대나무 숲은 교토 치쿠린이
생각날 정도로 대나무가 쑥쑥 큽니다.

대나무도 사군자 중 하나입니다.
대나무 숲 이름이 '맹종죽림(孟宗竹林)'입니다.
맹자의 대나무 같은 의(義)의 종지를
숭상하는 숲이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시원한 대나무와 삼나무 숲을 지나니
기분이 좋습니다.
교토 치쿠린이 부럽지 않습니다.

3. 고분테이 (好文亭)
숲을 지나면 고분테이(好文亭)가 나옵니다.
고분테이는 일본식 정자입니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시인 묵객이나 가신, 영지 사람들과
시를 짓고 풍류를 즐기던 장소입니다.
나리아키가 직접 디자인한 정자입니다.
건축 감각도 남달랐던 모양입니다.
목조 3층 건물인 고분테이 본체와
목조 단층집 구조의 내부 저택이 함께 있습니다.
창의성과 소탈함을 느끼게 합니다.

고분테이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가이라쿠엔의 제일 절경입니다.
그런데, 가이라쿠엔은 오후 7시까지 개방하는데,
고분테이는 오후 5시에 문을 닫아서 못 들어가 보았습니다.
그래서, 아쉬움 속에 다른 정원만 둘러 보았습니다.
내일 시간이 되면 한번 가봐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곳도 멋진 나무들이 가득합니다.
저는 일본 3대 정원을 다 가보았습니다.
가나자와의 겐로쿠엔,
오카야마의 고라쿠엔,
이어 미토의 가이로쿠엔까지.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은 가나자와 겐로쿠엔이 최고이고,
광활한 자유로움은 고라쿠엔이 최고입니다.
가이로쿠엔은 1840년에 조성되었으니
역사는 일본 3대 정원 중에 가장 짧습니다.

가이로쿠엔은 정원 목적 취지와 사이즈가 최고입니다.
'백성과 함께 즐기기 위한 정원' 이라는 취지와
사이즈가 최고입니다.
센바 호수까지 포함해서 가이로쿠엔이라는데,
그 사이즈가 300만 평방 미터로
뉴욕 센트럴 파크에 이어 세계 2위 라고 합니다.

가이로쿠엔은 물이 없어 아쉽습니다.
바로 앞에 센바(千波) 호수가 있어서일까요.
높은 언덕에 세워져서일까요.

4. 매화 나무
고분테이를 지나면 매화 나무 숲이 펼쳐집니다.
약 100여종 3000그루의 매화 나무가 있습니다.

도쿠가와 나리아키는 매화를 좋아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선비들도 추운 겨울을 이기고
제일 먼저 꽃을 피우고 향기 그윽한 매화를
사군자 중의 첫번째에 놓고 좋아했지요.
도쿠가와 나리아키도 유학을 공부했기에 매화의 덕성을 좋아했습니다.
게다가 그는 실용적인 사람이었습니다.

매실 열매를 소금에 절여 군대나 흉년에
음식으로 먹을수 있는 실용성을 보고
자신의 영지 내에 매화 나무를 널리 심으라고 권장했습니다.
참 많이도 심었습니다.
매화 나무 숲이 진짜 넓습니다.

봄날에는 이렇게 매화꽃이 가득 펴서
절경이라고 합니다.
3000그루의 매화 나무라....
다음에 기회가 되면 봄날에 한번 오고 싶습니다.
홍도관에서 공부하던 학생들도
드넓은 가이라쿠엔을 거닐면서
휴식과 함께 마음의 여유와 쉼표를 가졌겠지요.

언덕 위에서 아래 쪽으로 내려가니 물이 조금 보입니다.
매화 나무 숲으로 인해 사이즈는 큰데,
물과 나무와 바위가 함께 하는 정원 같은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은 없습니니다.
고분테이에 올라가서 최고 절경을 보지 못해서인지
밋밋한 느낌입니다.
일본 3대 정원 중 하나라는
가이라쿠엔을 제대로 보기 위해
1박 2일을 미토에 투자를 했는데,
약간 허한 느낌입니다.
봄날 매화꽃이 필 때 오면 정말 멋질텐데,
그 외의 시기에 오면 '이게 뭐야'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게다가 센바 호수 바로 앞에는 기차길이 있습니다.
도쿠가와 미토 권력에 대한 유신 신정부의 심술인가요.
교토 난젠지 절 가운데 수로각이 지나는것처럼
기찻길이 지나고 있습니다.
기찻길옆 오막살이 도 아니고,
기찻길옆 일본 3대 정원이라~~~
이게 뭔가요??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가이로쿠엔 매화나무 숲을 거닐었습니다.

나올 때는 동문으로 나왔습니다.
동문 아래 '가이라쿠엔 마에(前)' 라는 기차역이 있고,
버스가 다닌다고 해서 버스를 타고 숙소가 있는 미토 역까지 갈려구요.
그런데, 기차역은 매화나무 시즌에만 정차하는 역이었고,
버스는 끊기고 택시까지 없었습니다.

동문 앞에는 큰 신사가 있습니다.
미토번 도쿠가와 초대 번주를 모신 신사입니다.

기차도 없고, 버스도 없고, 택시도 없고...
센바 호수 산책로를 걸어서 갔습니다.
미토 시민들이 산책하거나 조깅을 하더라구요.
동문으로 내려오는 바람에
가이라쿠엔이 얼마나 넓은지 자각했습니다.
뉴욕 센트럴 파크는 못 가봤지만,
세계 2위 가이라쿠엔 공원의 넓이를
두 발로 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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