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동 여행 후기(24) - 국립 도쿄 박물관 동양관>

1. 말법 사상과 경통(經筒)
도쿄 박물관 신관에는
진고지 특별전 외에도
일본 고고학 주요 발굴품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도쿄 박물관에는 총 12만점의 문화재가 있다고 합니다.
그 많은 문화재를 주기적으로 돌아가면서 전시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기에 따라 다른 문화재를 많이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의 고고학 발굴관>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이 경통(經筒)이었습니다.
정토 신앙이 흥기하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말법 사상 때문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 입멸 후
2000년이 지나면
부처님도 계시지 않고
불법의 깨달음도 없는
말법 시대에 도달하게 된다는 사상입니다.
경통은 말법 시대를 맞아
미륵 부처님이 새롭게 오시는 56억년 후까지
불법의 가르침을 보존하기 위해 경전을 넣어서
지하에 묻어둔 통입니다.
즉, 불법을 보존하기 위한 용도로 만든 경통입니다.
일종의 불교판 타임 캡슐인 셈입니다.
왼쪽에 있는 경통이
헤이안 시대 말기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경통이라고 합니다.
일본 10엔 동전의 모델인 교토 우지 뵤도인을 만든
후지와라 미치나가가 조성한 경통이라고 합니다.

경통에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말법 시대에 대한 자각 속에서
후세까지 불법의 유지를 발원하며 경통을 만들어
경전을 봉안할 정도로 절실한 말법관을 가졌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말법 시대라고 해서 절망하는 것이 아니라,
절망 속에서도 불법이 끊기지 않기를 발원하며
경통 속에 경전을 봉안하는 적극적 노력을 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러한 절실한 말법 시대의 자각 속에
아미타 부처님이 계시는 극락 정토에 대한 염원이 싹텄다고 생각합니다.

<무량수경>의 마지막에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불법이 완전히 소멸된 후에도
100년까지 무량수경만은 널리 유포되게 하겠다는 말씀이 나옵니다.
부처님의 말씀대로 무량수경을 저 속에 넣어서
불법이 소멸된 후에도 무량수경을 접하게 하여
극락왕생과 인연있는 중생들을 구제하고자 하는
자비심으로 봉안한 경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뼈 항아리
뼈 항아리입니다.
왼쪽 뼈 항아리에는
<나무아미타불>이 적혀 있습니다.
화장을 하고 망자의 극락 왕생을 발원하며
뼈 항아리를 조성한 것입니다.
일본의 정토 신앙의 흔적을 엿볼수 있어 재미있었습니다.

3. 박물관 정원
상설전과 특별전을 보고
도쿄 국립 박물관 정원으로 나왔습니다.
무더운 날씨지만,
나무가 많아서 시원한 바람도 불어왔습니다.
정원에는 카페 겸 식당이 있어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정원에는 일본의 초막과 다실이 많이 있습니다.

초막과 다실을 보면서 차분히 산책하면서
오전에 보았던 박물관 관람의 충만한 감동과 함께 휴식을 취했습니다.

4. 중국관
오후 시간도 도쿄 국립 박물관에서 보냈습니다.
바로 옆에 국립 서양 박물관이 있지만,
오후 4시쯤에 공항으로 떠나야 하기 때문에
한 군데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도쿄 국립 박물관은
'동양관'과 '호류지 보물관'을 상설 전시합니다.
<동양관> 중 중국관입니다.
중국관은 당나라 시대 수도였던
장안(시안)의 광택사 석불 유물을
중심으로 전시하고 있습니다.
당나라 측천무후 때 창건된 광택사의
7~9세기 석불 유물을 한 군데 모아
전시한 것입니다.
일본이 중일 전쟁을 일으키고
중국 장안에 있던 불교 유물들을
가져온 것으로 생각됩니다.
문화 약탈로 중국인들에게느 열 받는 일이지만,
덕분에 중국 고대 불교 유물들을 볼수 있었습니다.
청주 국립 박물관에 가면 볼수 있는
국보 석비 유물들을 아주 많이 전시하고 있습니다.

중국 당나라 시대의 석비 불상 유물인데,
그 표정과 윤곽이 너무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아미타 부처님이신듯
오른쪽에 부처님 보관을 쓴 관세음보살님이 계십니다.
협시하는 두 보살님 허리 곡선과 상호가 아름답습니다.
백제가 멸망하고 일본은 중국과 교역하며
당나라 양식의 불상을 많이 제작했습니다.
교토와 나라의 절에서
저런 유연한 허리 곡선과 상호의 불상을 많이 보았습니다.
교토 도지 금당 약사 여래 삼존불상도 그렇고,
나라 약사사 약사여래 삼존불 불상도 저 양식입니다.

일본의 훌륭한 불상이
중국, 한반도와 교류하며
모방과 창조의 과정을 거쳐
나온 불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처님 뒤에 서 있는
두 마리 용과 봉황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시무외인을 하신 보살님입니다.
모든 중생들의 두려움을 없애 주시고,
소원을 들어주시는 관세음보살님으로 생각됩니다.
상호도 위엄있으면서도 자비로우시고,
큰 광배와 기단에 새긴 경전이 인상적입니다.

광배 후면에는 수많은 부처님들을 조각해 놓았습니다.
관세음보살님을
모든 부처님들의 어머니,
불모(佛母)라고 하는데,
그 상징으로 생각됩니다.
아니면 모든 부처님들에 대한
공경을 나타내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중국 낙양 용문석굴에서
천불동의 수많은 불상들처럼
부처님 한분 한분을 새기면서
부처님의 자비를 염원했던 석공들이 생각납니다.

이 삼존불상도 간결하면서도
자비로운 불보살님의 모습입니다.

부처님 광배 뒤에는
불상을 조성하고 불사를 한
많은 분들의 이름과 조각을 새겨 놓았습니다.
저 부처님을 원불로 삼아
후세의 극락왕생을 기원한 사람들입니다.
저도 부여 무량사에 보시금을 내고
우리 가족 세 사람의 이름이 적힌
작은 원불 천불 관세음 보살님이 계신데,
그 생각이 났습니다.

중국 북위 운강 석굴의 불상입니다.
북위는 북방 선비족 유목 민족이 세운 나라입니다.
남성적이면서도 힘있는 부처님 상호입니다.
우리 고구려 불상도
저런 부처님 상호가 많습니다.

대세지 보살님이라고 합니다.
서 계신 모습이
부여 박물관의
<백제의 미소>
관음보살님과 많이 닮았습니다.
중국 수나라 시대의 불상이라고 합니다.
중국 수나라 시대가 백제 말기와 비슷하니
광배며 영락의 스타일이 부여 국립 박물관 불상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의자에 앉아 앉은
교각상의 미륵보살님입니다.
도솔천 왕생의 미륵 상생 신앙이
백제 시대 불교의 중요한 특징인데,
그 원류를 볼수 있어서 새로웠습니다.

반가 사유상을 하신 미륵 보살님입니다.
두 분의 성문과 두 분의 보살님이
함께 미륵 보살님을 협시하고 계십니다.
광배 위의 천인들의 모습도 환희롭고,
아래의 사자상과 범천, 제석천의 모습까지
어우러져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불상이었습니다.

5. 인도 간다라관
인도 간다라 관입니다.
저는 이 불상이 가장
감동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광배 위에는
제석천과 범천이 귀의하는 모습입니다.
좌대에 부처님을 올려다보는 제자분들의 모습도 따스합니다.
고귀하면서도 기품 있는 부처님의 모습이
평화로움과 환희심을 내게 합니다.

참 좋았던 부처님이셨습니다.

20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그 상호가 너무 선명하고 자비롭게 느껴집니다.
인도 간다라 지방을 중심으로
불상이 조성되던 시대에
사람들이 어떤 신앙과 가피를 구하며
불상을 조성했는지를 한번 느껴볼수 있었습니다.

교각상을 하신 미륵 보살님의 모습입니다.
우리나라 국보 중의 국보인
미륵 보살 반가 사유상과
일본 국보 1호인 광륭사
미륵 보살 반가 사유상의
원류가 된 미륵 보살님도 만날수 있어 좋았습니다.

연등불 수기에 나오는
부처님의 전생담입니다.
연등 부처님 오시는 길에
머리를 풀어 밟고 가시도록 하시는
부처님에 대한 깊은 공경심이 느껴지는 조각이었습니다.

아기 부처님께서
마야 부인의 허리에서
태어나시는 모습입니다.
마야 부인의 모습이
평화롭게 느껴졌습니다.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재가자들입니다.
저도 저 재가자들처럼 공경심을 갖고
부처님께 공양을 잘 올리는 불제자가 되어야 겠습니다.

헤라클레스 상입니다.
방망이를 든 모습이 힘이 있습니다.
헬레니즘의 인도와 그리스의 만남을 통해
헤라클레스도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신이 된 것입니다.

6. 한국관
우리나라 한국관도 있습니다.
경남 창녕 비화 가야
봉분에서 발굴된
비화 가야 왕관입니다.
소박하지만,
재미있습니다.

부산 동래에서 발굴된 향로입니다.
고대 중국 낙랑과 교류하던 흔적인데,
백제 금동 대향로의 원류가 된 향로입니다.
부산 동래에 가면 복천동 고분군이 있는데,
고향 부산의 유물을 일본에서 만나다니 기분이 묘합니다.

고려 최씨 무신 정권의
최충헌 묘비석입니다.
최충헌의 묘비석까지 가져갔으니
얼마나 많은 우리 유물들이 일본에 있을까요?

우리 나라 고대의 불상들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마모된 부처님의 표정 속에
우리 선조들의 부처님에 대한
공경의 마음이 흐르는 듯 합니다.

이 반가 사유상 미륵 보살님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작은 불상이지만,
깊은 선정에 잠긴 보살님의 모습이
참 깊이 있고 고요하고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이 분은 누구실까요?
일본 속의 우리를 돌아볼 수 있어
새로웠습니다.

7. 동남 아시아관
동남아시아 관에는 앙코르 유적을 중심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앙코르와트 갔을 때 보았던 가루라 상입니다.
멋집니다.

앙코르와트 신화의 모습을
섬세하게 조각한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앙코르와트도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배에 나가(뱀)를 새긴 앙코르 불상입니다.
앙코르와트와 태국의 추억이 생각납니다.

이 부처님 상도 인상 깊었습니다.
동남아의 정서가 잘 드러나는 불상입니다.
선정에 잠긴 듯한 부처님의 표정이 참 좋았습니다.
<동양관>에 와서 인도 간다라 시대부터
중국과 서역을 거쳐 우리나라, 앙코르까지
다양한 세계의 불상을 볼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다양한 시공간의 불상 유적이 많은 동양관은
불교하는 우리들이 차분히 둘러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동양관을 보고
마지막으로 호류지 보물관으로 향합니다.
하루 종일 도쿄 국립 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내니 여유있고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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