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동 지방 여행(25) - 국립 도쿄 박물관 호류지 관>

1. 호류지관
본관 - 신관 - 동양관을 거쳐 호류지 관에 왔습니다.
그야말로 도쿄 박물관 순례라는 생각이 듭니다.
박물관 가는 것을 좋아하고,
특히, 불교 유물을 다채롭게 볼수 있어
저는 재미있게 신이 나서 도쿄 박물관 순례를 했습니다.
나라 호류지는 쇼토쿠 태자가 불교를 받아들이고,
우리 백제, 고구려 장인들이 조성한
우리 고대 불교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도량입니다.
호류지 절을 가는 것도 가슴 벅찬 일이지만,
호류지의 불교 보물들을 만날수 있는 것도 가슴 벅찹니다.
호류지의 보물이 왜 도쿄 박물관에 있을까요?
1878년 메이지 시대에 호류지의 보물을
일본 황실에 헌납한 것이라고 합니다.
말은 헌납이지만,
메이지 폐불훼석의 시절에
헌납하지 않으면 안될 사연이 있었겠지요.
약 300여점의 불상, 불구, 경전 등을 헌납했고,
2차 대전 후 국가에 이관된 호류지 보물 300여점을 보존하기 위해
현재의 자리에 건물을 하나 지어서 전시하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호류지 보물관은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호수 위에 떠 있는 건물 앞에 연못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시원하고 멋진 건물입니다.
1999년에 리모델링하여 새롭게 재개관했다고 합니다.
6~7세기 일본 호류지의 불교 보물이
21세기 세련된 현대 건물에 전시되어 있으니 좋습니다.
안도 다다오 양식처럼 보이는데, 건물 전체의 외관도 멋집니다.

2. 관정번(灌頂幡)
1층에는 관정 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호류지 사찰 경내에 걸려 있던 장식인데,
관정 의식을 행할 때 부처님의 축복을 바라는 장식이라고 합니다.
저 관정 번 아래서 부처님의 가피를 받는
의식을 치루었던 것입니다.
섬세하고 화려하게 장엄한 금동 번이라서 인상적이었습니다.

3. 호류지 불상
호류지 특별관의 하이라이트는 2층입니다.
2층에는 불상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일본 아스카, 나라 시대인 6~7세기에
조성된 작은 불상입니다.
큰 불상은 법당에 봉안하고,
큰 스님이나 호족들이 개인 원불로 모시던
수많은 작은 불상들을 헌납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부여 국립 박물관에 가면 볼수 있는
백제의 미소 금동 관음보살상을
백여개 전시해 놓았다고 보면 됩니다.

한반도에서 들어온 것도 있고,
백제, 고구려 장인들이
일본 현지에서 조성한 것도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의 불심과 공력을 느낄수 있는 불상이라서
호류지에 갔을 때의 감동을 다시금 느낄수 있어 좋았습니다.

나라 호류지 금당과 보물관에서 친견했던
불보살님과 백제 관음 보살님을 생각하면서
한분 한분 꼼꼼히 부처님과 교감을 느껴보았습니다.

안온한 모습으로 중생들에게
어서 오라고 맞아주시는 보살님입니다.
은은한 미소가 참 좋았습니다.
마음이 밝아집니다.
백제의 미소 관세음보살님이 생각납니다.

머리에 아미타 부처님을 모시고,
손에는 중생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는
정병을 들고 계신 환한 웃음의 관세음보살님도 계셨습니다.

투박한 듯 보이지만,
단순하면서도 사유의 깊이가 느껴지는 미륵 보살님입니다.

부처님께서 입고 계신 가사 양식이
고구려 풍의 보살님입니다.
단아하면서도 은은하게 풍겨나오는
상호가 참으로 기품과 품격이 가득합니다.
우리 나라에는 삼국 시대 불상이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일본 도쿄 박물관에서라도 와서 친견하게 되니 좋습니다.

나가노 선광사에서 비불로 모시는
백제 성왕이 보내주셨다는
일본 최초의 삼존불상과 유사한 불상입니다.
하나의 광배에 삼존불이 계시니
세 분의 불보살님이 한몸처럼 느껴집니다.
1500년의 신 세월을 넘어
저렇게 온전하게 남아 계신 모습을 보니
참으로 좋았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잘 볼수 없는
부처님은 자리에 앉아 계시고
두 분의 보살님은 연꽃 위에 서 계신 모습입니다.
불보살님의 미소 속에 우리 백제 선인이 바라던
부처님의 자비과 사랑을 구하던 모습이 보이는 듯 합니다.

호류지 금당 석가모니 부처님 상호와
많이 닮아 있는 부처님입니다.
호류지를 다녀왔고,
호류지의 가치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우리 백제, 신라, 고구려 장인들이 만드신
한분 한분 불보살님을 만나니 환희스러웠습니다.

마야 부인과 천인상입니다.
경전에는 도리천에 계시는 마야 부인을 위해
부처님께서 도리천에 올라가 설법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부처님께서 설법이 너무나 기뻐셨는지
환희에 차서 춤을 추는 마야 부인과 천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덩실덩실 춤추는 마야 부인처럼
불법을 공부하는 환희로움 속에서
더욱 행복하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경전
당시의 불교 경전들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천불의 명호를 적은 경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천배나 삼천배를 할 때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면서
한배 한배를 올리는데,
부처님 전에 참회나 발원을 하기 위한 경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대 신앙인들의 부처님에 대한 공경심을
느낄수 있는 경전이었습니다.

인도 범어를 한자로 음독을 해 놓은 경전도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원음 그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고대인들의 열망이 강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저런 6~7세기 경전도 지금까지 보존되어 남아 있다니 대단합니다.

4. 호류지 금당 벽화 모형도
1층 휴게실 공간에는 호류지 금당 벽화 모형도와 함께
복원 동영상을 상영합니다.
1948년 호류지 금당 외벽을 수리하다가
금당 외벽이 불타는 바람에
고구려 담징이 그린 금당 벽화가 타버렸습니다.
그 때 불탄 금당 벽화를 10여년간 복원 작업을 통해
원본의 이미지를 만들고 채색해서 복원을 마무리했다고 합니다.

호류지 금당은 어두워서
제대로 금당벽화를 보지 못했는데,
휴게실에서 사진과 영상을 통해 보니까
온전한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불국토인 영산 정토입니다.
석가모니 삼존불을 중심으로
성문들이 함께 있는 간결한 영산 정토도입니다.
호류지 금당은 석가모니 삼존불을 본존으로 해서
약사 여래 부처님, 아미타 부처님의 삼존불을 모시고 있습니다.
각 부처님 뒤에 부처님의 정토를 그린 벽화를 그렸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벽화를 그린 분이 고구려에서 온 담징 스님입니다.

약사 여래 부처님의 불국토인 약사 정토도입니다.

아미타 부처님의 극락 정토도입니다.
인도 아잔타 벽화의 영향을 받은
관세음 보살님의 모습이 유명해서
가장 널리 알려진 호류지 금당 벽화입니다.
호류지 금당 벽화를 다시금 보고 느낄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세 분의 정토도 중간에는
보살님들이 개별적으로 모셔져 있습니다.
그윽한 눈매와 손의 맵시가 참 우아합니다.
6~7세기에 부처님의 정토를 이미지화해서
저렇게 우아한 정토도를 그린 우리 선조들이 필력이 놀랍습니다.

5. 교토 도지 입체 만다라 영상
마지막으로 동양관 지하 1층 뮤지엄 시어터에서
쿠카이 스님이 조성한 일본 밀교의 근본 도량인
교토 도지 입체 만다라 영상을 보았습니다.
매 시간 정시에 30분 정도 방영합니다.

일본에서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문화재 감상 방법으로 새롭게 시도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대형 스크린에 도지 입체 만다라의 조성 경위와
불부, 보살부, 명왕부, 천왕부 로 나누어서
입체 만다라의 모습을 선명하게 재현해서
가상 현실을 통해 손에 잡힐듯이 보여주는 디지털 체험 프로그램입니다.
도쿄 박물관에서 진고지 특별전의 쿠카이 스님의 밀교의 세계를
대중들에게 쉽게 교육시키려는 의도로 제작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올해 3월 교토 여행, 6월 고베 여행에 이어
3연속으로 쿠카이 스님과 인연이 되어서
올해는 쿠카이 스님의 밀교와 깊은 인연이 닿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유심히 영상을 보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영상을 영화처럼 그냥 틀어주는 것이 아니라.
빨간 제복을 입은 여성 나레이터가 나와서 라이브로 설명을 해 줍니다.
그래서 더 실감나고 재미있었습니다.
여성 나레이터 음성이 똑똑하고 귀에 잘 들어오는지
저런 분이 유튜브 나레이터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 밀교
특별관에서 교토 진고지 쿠카이 스님의 유물을 보니
밀교에 대한 관심이 생깁니다.
밀교는 신구의 삼밀가지를 통해
불호념, 불수념의 부처님과의 상응이 핵심입니다.
몸과 말과 생각으로
수인을 맺고, 진언을 하고, 관법을 하는 것은
불호념의 부처님과 불수념의 나의 상응(相應)을 하기 위함입니다.
절이나 박물관에서 불상을 보고
충만감과 환희로움을 느끼는 것도 상응의 일종입니다.
밀교 수행은 우리의 팔식(八識)을
부처님의 4지(또는 5지)로 전환하는
'전식득지(轉識得智)'를 기반으로 합니다.
나의 팔식을 부처님의 지혜로 전환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아미타 부처님의 가피(불호념)와 나의 순수한 염불(불수념)의 상응을 이루어
정갈한 마음 도량에 아미타 부처님을 모시게 되면
현실에서 정토 밀교를 닦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7. 내면의 평화
이제 5박 6일간의 일본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이번 일본 여행은 혼자 떠난 여행이었습니다.
무더운 날씨였지만,
내가 보고 싶고 가고 싶은 곳을 자유롭게 다니면서
일본의 여러 도량과 박물관의 불보살님께 인사드릴수 있었고,
일본 불교와 일본 문화라는 새로운 세상을 공부하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내면의 평화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영화 <쿵푸 팬더>를 보면
쥐 사부는 호랑이 제자의 외도와 배신으로 인해
마음의 평화가 깨진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곰 푸우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로 인해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의 혼란으로
마음의 평화가 깨진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쥐사부와 곰 푸우는 고뇌 속에
내면의 평화에 대한 원리를 발견했습니다.
그 평화의 원리를 장착하게 되면서
어떤 조건과 외부 상황 속에서
자신의 내면의 평화가 깨어지는 일은 없게 되었습니다.

나의 내면의 평화는 어디서 오는가?
이번 여행을 통해 나의 평화는
'정토 행자' 라는 나의 정체성과 함께
배우고 공부하는 앎에서 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극락가려는 이유는
'극락'이라는 좋은 환경 속에서
실존하는 아미타 부처님과 좋은 도반들과 불법을
공부하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나의 욕망은 배움에 대한 욕망이고,
그 욕망이 채워질 때 나의 내면의 평화가 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면의 평화는 그 어떤 조건 속에서도
마치 물이 침투할수 없는 단단한 돌과 같은
깨지지 않는 마음 상태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에노 역 가는 길에
국립 서양 미술관이 있습니다.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이
있었습니다.
내면의 평화는 깊이 있는 철학적 사유를 통해
조건 속에 깨지지 않는 평화의 원리를 발견하고
그 평화의 원리를 장착하게 될 때 얻어지는 것입니다.
영화 <쿵푸 팬더>의 인물들터럼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바라보고,
내면의 평화에 대한 원리를 찾기 위해
철학적인 사유를 깊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깊이 있게 사유해서 나의 '내면의 평화'의 원리를 찾아보고,
자신이 찾은 '원리'를 늘 의념해서 여행을 다닐 때나 삶 속에서
화두처럼 지켜보며 정말 그런지를 계속 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면의 평화'의 문은 쉽게 열리는 것이 아니라,
깊은 사유와 실천을 통해 열리는 것이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박 6일간 내가 선택해서
보고 싶고 가고 싶은 곳을 잘 보았기 때문에
자유롭고 충만한 여행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을 자양분으로 삼아
앞으로 나아가고 향상할 수 있도록
정토행자로서 내면의 평화 속에서
현실의 극락 정토에 살수 있도록 정진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무 아미타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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