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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경

백유경(21) - 왕의 버릇을 흉내낸 신하

by 아미타온 2023. 10. 23.

<백유경21 왕의 버릇을 흉내낸 신하>

 

 

옛날 어떤 신하가 왕의 환심을 사려고

다른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왕의 환심을 살 수 있겠는가?"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람이 말하였습니다.

 

"네가 왕의 환심을 사려거든 왕의 버릇을 보고 본받아라."

 

그는 왕의 버릇을 보기 위해 왕궁에 갔습니다.

그런데, 왕은 왼쪽 눈을 심하게 실룩거렸습니다.

 

그는 왕의 모습을 닮기 위해 자신도 똑같이

그것을 본받아 눈을 씰룩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을 본 왕이 그 신하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무슨 눈병이 걸렸기에 눈을 나처럼 실룩거리는 것인가? 

혹시 거센 바람에 눈을 다쳤는가?"

 

"저는 눈병에도 걸리지 않았고,

또 거센 바람에도 눈을 맞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임금님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것을 본받는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곧 크게 화를 내어

사람을 시켜 갖가지로 벌을 준 뒤에 나라에서 쫓아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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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순수한 동기와 불순한 동기

 

자식이 부모의 사랑을 받으려고 하고,

아내가 남편의 사랑을 받으려고 하고,

신하가 왕의 신임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러한 마음이 어떤 댓가를 바라거나,

아부를 통해 자신의 이익을 꾀하려고 하거나,

따뜻하고 순수하지 않고 탁하고 어리석을 때에는 

사랑이나 신임을 받으려는 방법이나 수단이 항상 문제가 생깁니다. 

 

주인공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왕에게 신임을 받으려고 한다면

왕에게 충성을 다하고,

자신이 맡은 일에서 정성과 최선을 다함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왕의 신임을 받는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주인공은 오직 왕의 신임을 받으려는

목적과 의도가 순수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 방법이 위에서 말한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라,

왕의 좋지 못한 버릇을 닮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아갔습니다.

 

눈을 씰룩이는 버릇이 있는 왕에게

이 버릇은 자신도 싫어하는 버릇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신하가 왕 앞에서 

자신의 버릇을 흉내내는 것을 보고 

장난을 치거나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들려는 의도로 보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왕은 신하에게 큰 벌을 내리고

멀리 쫒아버리고 말았습니다.

 

왕의 신임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하였지만 

결과는 오히려 반대의 결과가 나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상대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면서

사랑해 달라고 울고불고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상대가 원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해 주어야 합니다.

 

자기 생각대로, 자기 감정대로만

 행동하는 어리석음인 것입니다.

 

 

2. 삐딱선

 

이 이야기의 교훈을 확대하면

불교 공부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하거나 말씀을 듣다가

글귀에 조금이라도 이상한 문구가 있으면

자기 식으로 해석하여 그것을 비방하거나 헐뜯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처님이 당시 시대 상황상

여성이 출가 수행자가 되는 것을

주저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처님은 남녀를 차별하셨다.",

"여자들은 결코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는 식으로

논리를 몰아가며 비방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의

본래 뜻에 들어가지 못하고 착각에 빠집니다.

 

마치 왕의 씰룩거리는 눈만 본받는 것처럼

불교가 추구하는 좋은 가르침에는

관심을 두고 배우려고 하지 않고

좋지 않은 전통이나 말씀을 자기 식으로 해석하여

분란을 일으키는 일이 많습니다.

 

이렇게 삐딱선을 타게 되면

결국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사랑과 신임을 얻으려고 하거나,

여러분이 공부를 할 때에도

삐딱선을 타지 말고 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항상 지혜롭게 생각하여 올바른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