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양 표충사 >
1. 재약산과 표충사
밀양 표충사.
표충사는 영남 알프스 중 하나인 재약산(1119m) 자락에 있습니다.
'영남 알프스'는 가지산, 신불산, 영취산, 운문산, 간월산, 천황산, 재약산 등
경남 동부의 9개 산의 산세가 유럽 알프스와 흡사할 정도로 웅장하다는 별칭입니다.
이 중 재약산은 밀양 출신의 승병장 사명 대사가
승병들을 훈련시킨 '사자평'이라는 억새밭으로 유명합니다.
신라 흥덕왕 때 몹쓸 병을 앓던 왕자의 병을 낳게 한
약초와 약수가 많아 '재약산(載藥山)'이라고 합니다.
‘약(藥)’ 자 대신에 험한 산 '악(嶽)'자를 넣어
'재악산(載嶽山)이라고도 합니다.
표충사는 재약산이 마치 천왕님이 도량 뒤를
떡 하니 떠받치는 듯 산세가 아주 장엄합니다.
2. 원효 대사의 창건
표충사는 원효 대사가 처음 창건했다고 합니다.
나라의 번영과 삼국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명산을 찾아다니던 원효 대사가 재약산 정상에 올랐다가
남쪽 계곡 대나무 숲에서 오색구름이 이는 것을 보고
터를 잡아 절을 세우고, 처음에는 절 이름을 ‘죽림사(竹林寺)라고 했습니다.
그러다 신라 흥덕왕 때 왕자의 병을 고친
영험한 영정 약수의 이름을 따서 ‘영정사(靈井寺)’라고 불렸습니다.
지금의 표충사로 바뀐 것은 1839년 헌종 때 밀양 출신인
사명대사의 ‘표충사당’을 옮겨 오면서부터입니다.
‘표충(表忠)’이라는 절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충절의 호국 성지라는 뜻입니다.
표충사는 ‘대광전(大光殿)’을 중심으로 한 불교 영역과
‘표충서원’을 중심으로 한 유교 영역,
두 구역이 공존하는 특이한 가람 구조입니다.
3. 삼층석탑
불교 영역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삼층석탑이 눈에 들어옵니다.
전형적인 통일신라시대의 삼층석탑인데,
비율과 세부가 아름다운 석탑으로 보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특히, 삼층석탑 주위로 펼쳐진 산세까지 시원하여
호쾌한 느낌의 삼층석탑입니다.
4. 대광전
표충사의 중심 전각인 대광전(大光殿)은
석가모니 부처님, 아미타 부처님,
약사여래 부처님의 세 부처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진리의 빛, 자비의 빛을
중생들에게 방사해주시기 때문에
‘대광전(大光殿)’이라는 이름이 붙였다고 생각합니다.
세 부처님은 엄정한 상호의
큰 부처님으로 부처님 상호를 바라보고 염불하면
마음의 번뇌가 사라지고 마음이 청정해집니다.
대광전 바깥 벽화에는 고해 바다를 건너
극락으로 가는 반야용선이 그려져 있어
정토행자로서 마음이 새로워집니다.
5. 만일루와 염불 신앙
그리고, 표충사에는 정토신앙과 관련된 만일루가 있습니다.
조선 철종 11년(1860)에 월암 선사가 세운 만일루는
H자형의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아미타 부처님의 48원을 상징하는 48칸과,
108번뇌를 상징하는 108평으로 안쪽에 아미타불을 모시고 있습니다.
‘무량수각’ 또는 ‘서래각(西來閣)’으로 불리던 염불당으로,
조선 후기 서방 극락정토에 왕생하기 위해
사부대중들이 만일염불회를 결성하였던 곳입니다.
6. 효봉 스님
해방 이후에는 참선하는 선방으로 사용하였으며,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효봉 스님이 말년을 보낸 곳입니다.
효봉 스님은 일제 시대 때 법대를 나와 판사가 되었는데,
하루는 재판장에서 독립투사에게 사형을 내리는 판결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 때 독립 투사가 자신을 바라보는 형형한 눈빛에
일본 제국주의의 개가 되어 살고 있다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판사직을 내던지고 엿장수가 되어 전국을 방랑하다 스님이 되었습니다.
한번 화두를 틀고 앉으면 일어나지를 않아
일명 '절구통 수좌'라고 불렸는데,
표충사에는 효봉 스님의 독특한 사리탑인
천진 사리탑이 남아 있습니다.
천진 사리탑 뒤에는 몇 기의 작은 사리탑이 있는데,
만일염불회를 주관했던 월암 선사 사리탑도 남아 있으니
인사드리시기 바랍니다.
7. 우화루
대광전 앞에는 계곡을 향해 선 ‘
우화루(雨花樓)’라는 누각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법화경을 설하실 때
하늘의 천신들이 비오듯
꽃을 뿌려 공양했다는 일화에서 나왔습니다.
우화루에는 표충사와 관련된
여러 스님들의 초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우화루에 앉아서 바라보는 흐르는
계곡물과 산의 경치가 일품입니다.
특히, 누각에 앉았을 때 정면에
보이는 봉우리가 기가 막힙니다.
표충사 경내에는 팔상전, 관음전, 지장전 등의 전각들이 있는데,
구석구석 정성스럽게 가꿔진 도량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재약산에 둘러싸인 도량에서 따스한 햇빛과
시원한 바람을 받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평온해집니다.
8. 표충 서원과 사명 대사
한편, 표충서원에는 사명대사와 서산대사, 기허대사
세 분의 승병장을 모시고 있습니다.
조선이 유교 국가였던 탓에 스님인 세 분을
유교 예법대로 서원에 모시고 있는 것입니다.
임진왜란의 국난을 맞아 불살생을 서원한 스님들이
칼을 들고 싸워야 했던 아픈 역사의 현장입니다.
표충서원 옆 유물 박물관에는
밀양이 고향인 사명대사가
원불로 모시던 관세음보살님이 모셔져 있습니다.
승려로서 살생으로 인한 업보를 감당하고서라도
나라와 백성을 지키겠다는 충절의 큰 고뇌 속에서
관세음보살님을 신앙했던 사명 대사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표충사에는 사명대사의 금란가사를 비롯한
여러 유물들이 남아 있어 사명 대사의 흔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영남 알프스의 웅장한 산세 속에
포근하게 자리잡은 표충사!
밀양의 사명대사의 충혼이 남아 있고,
만일염불회의 전통이 남아 있는 멋진 도량입니다.
<유튜브 극락회상 - 밀양 표충사>
https://youtu.be/yOgnmWkYiFw?si=tzWvsfySavMGUGc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