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역사(10) - 찬불승과 연등불 수기 이야기>
1. 8상성도
이번 시간에는 '찬불승(讚佛乘, 부처님을 찬양하는 사람들)'
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절에 가면 부처님의 생애에서
특징적인 8장면을 묘사한 ‘8상성도(八相成道)’를 볼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출가하시고, 고행하시고, 깨달음을 얻으시고,
중생을 교화하시는 등의 8가지 장면들을 나타내고 있는 그림입니다.
8상성도의 첫 번째가 ‘도솔래의상(兜率來儀相)’입니다.
<도솔래의상>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생인 호명 보살이
도솔천에서 흰 코끼리를 타고 마야 부인의 태 속으로 내려오는 모습입니다.
불교는 6도 윤회를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간계뿐 아니라,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천상계의 6도를
자신이 몸과 말과 마음으로 지은 업(業)에 의해 윤회한다는 사상입니다.
2. 도솔내의상의 의미
도솔천은 착한 업을 지은 존재들이 태어나는 천상계 중의 하나입니다.
왜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생인 호명 보살은 도솔천에 계시다가
이 땅에 내려와 성불하셔서 부처님이 되셨을까요?
이 도솔천에서 내려온 부처님의 스토리는
찬불승들이 바라본 부처님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찬불승은 부처님을 찬탄하고 숭배하면서
‘어떻게 부처님과 같은 위대하고 자비로운 인격이
완성될 수 있었을까’라는 문제 의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부처님은 단순히 인간으로 태어나 6년간의
출가 수행으로 번뇌를 소멸한 한 분의 아라한이 아니라,
고통에 빠진 중생들을 교화하는 위대한 자비와 지혜를
구족하신 부처님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따라서, 부처님은 한 생의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으신 것이 아니라,
성불하기 위한 발심에서 시작하여 한량없는 세월을 보살로서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의 6바라밀을 수행한 결과
금생에 인도 카필라 족의 왕자로 태어나
6년간의 수행을 통해 성불하였다고 확신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부처님이 수없는 생동안
다양한 보살의 모습으로 6바라밀을 통해
중생들을 구제하는 고귀한 삶을 사셨고,
성불하기 전의 마지막 보살로서 호명 보살이 되어
도솔천에 계시다가 이 땅에 내려오셨다는 것입니다.
3. 연등불과 선혜 행자 이야기
그렇다면 부처님은 처음에 어떻게 보살로서 발심하게 되셨을까요?
찬불승들이 그린 부처님의 전생담에는
<연등불(燃燈佛)과 선혜 행자(善慧 行者)>의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과거 한량없는 오랜 세월 전에 연등불(燃燈佛)이라는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때 선혜(善慧,인도말로는 수메다)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그의 부모님은 수많은 재산을 남겨둔 채 일찍 세상을 떠났습니다.
선혜 행자(行者)는 수많은 재물과 부모의 죽음을 보고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 많은 재산을 모으느라고
나의 부모님은 얼마나 수고를 하셨을까?
이와 반대로 재물이 없어
헐벗은 사람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그런데도 이 분들은 죽을 때 한 푼도 가져가지 못했다.
나는 이제 재물 대신에 죽음으로도
빼앗을 수 없는 복락(福樂)의 종자를 심어야겠다.
나는 욕망에 끄달려서 생노병사에 집착하여
고통 속에 살아가는 삶에서 벗어나,
고통에서 벗어난 열반을 구하리라.’
선혜 행자는 성 안의 가난한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자기 집에 쌓아두었던 한없이 많은 재산과 보물을
모두 나누어주는 큰 보시를 행하였습니다.
그리고 물질과 번뇌의 욕망을 버리고 출가수행의 길을 떠나
히말라야 기슭에 집을 짓고 정진 수행하였습니다.
선혜 행자가 정진 수행하고 있을 때
연등 부처님이 나오셔서 이 땅에 출현하셨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선혜 행자는 부처님이 출현하셨다는 말씀을 듣고
너무 기뻐 가르침을 받기 위해 부처님을 찾아 길을 떠났습니다.
선혜 행자는 부처님을 만나 불법을 듣는 희유한 인연에
감사하며 부처님께 공양하기 위해 연꽃을 구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께 공양하기 위해
연꽃을 구하느라 연꽃을 구하기 힘들었습니다.
선혜 행자는 사방으로 연꽃을 찾아 뛰어다니다가
우연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청련화 7송이를 가진
구리 천녀라는 여인을 길거리에서 만났습니다.
선혜 행자는 뛸 듯이 기뻐하며 천녀에게 다가가
자기가 가진 전 재산인 은전 500냥을 줄 터이니
그 연꽃을 자기에게 팔라고 말하였습니다.
구리 천녀는 선혜 행자의 부처님에 대한
지극한 정성을 알고 크게 감동하였습니다.
그래서, 다음생에 인연이 되면 부부가 되자는 약속을 하였고,
다섯 송이를 선혜 행자에게 주고, 두 송이는 자신이 연등 부처님께 바쳤습니다.
이 전생의 인연이 바로 후일 석가모니 부처님의 부인이 되신
야소다라 왕비와의 인연이라고 합니다.
4. 선혜 행자의 귀의심과 연등 부처님의 수기
선혜 행자는 여인으로부터 연꽃을 얻어
너무 기뻐 부처님께 공양하러 갔습니다.
그런데, 마침 부처님이 오시는 길이
진흙탕이 파여져 있었습니다.
선혜 행자는 부처님에 대한 깊은 공경심으로
부처님이 진흙탕에 빠지지 않도록 자신이 입던 옷을 깔고,
그것도 부족하자 머리를 풀고 진흙탕에 엎드려 부처님을 건너게 하였습니다.
이 모습을 보신 연등 부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착하고 착하다.
그대의 심성이 참으로 착하구나.
그대는 오는 세상에 결정코 사바세계에 성불하여
‘석가모니’라는 부처가 되어 수많은 중생들을 제도하리라”
이러한 연등 부처님의 성불의 약속을 ‘수기(授記)’라고 합니다.
연등 부처님의 성불에 대한 수기(약속)를 받고 큰 믿음과 용기를 갖게 된
수메다 행자의 보살행과 수행으로부터
석가모니 부처님의 성불에 이르는 긴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선혜 행자의 부처님에 대한
지극한 공경과 보살심으로부터,
그리고 연등 부처님의 성불에 대한 수기로부터
석가모니 부처님은 출발했다고 찬불승들을 바라보았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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