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불교의 역사

불교의 역사(11) - 부처님 전생의 보살행을 담은 본생경

by 아미타온 2023. 11. 22.

<불교의 역사(11) - 부처님 전생의 보살행을 담은 본생경>

 

<문경 대승사 극락전 불상 벽화>

 

1. 본생경

 

지난 시간에 연등 부처님으로부터

성불의 수기(약속)를 받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생담에 대해 살펴 보았습니다.

 

찬불승들은 석가모니 부처님은

단순히 한 생의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생을 보살의 길을 서원하며

보살행의 공덕을 쌓아온 결과

부처님이 되었다고 바라보았던 것입니다.

 

찬불승들은 인도의 여러 문학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어

부처님의 보살행을 담은 전생담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유통시켰습니다.

 

이와 같이 석가모니 부처님의 보살행과 관련된

수많은 전생의 이야기를 담은 경전을

본생경(本生經)’이라고 합니다.

(인도 말로는 ‘자타카(Jataka)’라고도 부릅니다.)

 

본생경(本生經)은 보살로서 근본 서원을 세우고

보살로서의 전생(前生)을 살아간

석가모니 부처님의 이야기를 담은 경전이라는 뜻입니다.

 

본생경에는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석가족의 왕자로 태어나기 이전에

수많은 생을 거듭하는 사이에

국왕, 대신, 장자(長子), 서민와 같은 인간이나

코끼리, 사슴, 원숭이, 토끼 등의 동물로서 수많은 생을 살면서

갖가지 보살행의 선근공덕(善根功德)을 쌓은 이야기 547종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즉,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한 자비심을 바탕으로

깨달음을 구하는 뜨거운 구도심으로

보시, 계율, 인욕, 정진, 선정, 지혜를 닦는

치열한 보살의 모습이 다채롭게 펼쳐집니다.

 

본생경의 스토리는 수많은 상징을 통해

목숨을 아끼지 않는 진실된 보살행의 가치를 가르쳐주고,

세속의 욕락에 빠져 안일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큰 경종을 울려줍니다.

 

오늘은 <본생경>에 나오는 치열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 2편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달 속의 토끼>

 

2. 달 속의 토끼 이야기

 

첫째는, 우리들이 알고 있는 

<달 속의 토끼 이야기>입니다.

 

옛날에 아주 경치 좋은 곳에

토끼, 원숭이, 들개, 족제비가

오순도순 모여 살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비록 동물이었지만

열심히 수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동물들은 정진을 위해

단식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들은 단식이 끝나면 먹으려고

각자 음식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원숭이는 맛있는 망고를 준비하였으며,

들개는 우유와 꼬챙이 고기를,

족제비는 고기 7마리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토끼는 아무것도 준비해 놓지 않고

오직 단식 정진에만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인드라신이 이들의 구도정신을 시험하기 위해

탁발승으로 변신하여 나타났습니다.

 

다른 동물들은 자신이 먹기 위해 준비해 놓은 음식을

그 탁발승에게 전부 보시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토끼는 아무 것도 공양할 것이 없었습니다.

토끼는 생각 끝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겠습니다.

불을 피워주세요."

 

불을 피우자 토끼는 피워 놓은 불 속에 몸을 던졌습니다.

토끼는 자신의 몸을 던져 소신 공양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토끼의 몸은 불에 타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인드라 신이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실은 내가 너희들의 수행 정신을

시험하기 위해 탁발승으로 변신한 것이다.

토끼는 참으로 대단한 수행정신을 가졌구나."

 

인드라 신은 토끼의 수행 정신,

보시의 마음을 기리기 위해

큰 산을 물감으로 만들고

그것을 눌러 짜서 달 속에 토끼를 그려 넣었습니다.

 

그 토끼가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생의 보살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달 속의 토끼 이야기’가

바로 여기에서 연유된 것입니다.

 

<비둘기와 왕 이야기(돈황 벽화)>

 

3. 비둘기의 목숨을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 왕의 이야기

 

두 번째는 ‘비둘기의 목숨을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 왕의 이야기’입니다.

 

오랜 옛날 풍성하고 아름다운 나라에 왕이 있었습니다.

왕은 항상 자비를 행하여 일체중생을 가엾이 여겼습니다.

 

어느날 그 왕에게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들어 왕의 겨드랑이 밑으로 숨었습니다.

 

그리고, 비둘기 뒤를 쫓아 매 한 마리가 날아들었습니다.

 

매는 비둘기는 자신의 밥이니

왕에게 비둘기를 돌려 달라고 하였습니다.

 

왕은 자신의 서원은 일체 중생을 구제하는 것인데,

자신에게 의지한 비둘기를 죽게 내버려 둘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매는 일체 중생을 제도한다면서

굶주려 죽을 자신(매)의 목숨은

구제하지 않을 거냐는 대꾸했습니다.

 

그러자 왕은 다른 죽은 고기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매는 자신은 갓 죽인

더운 고기만 먹는다고 답하자,

왕은 비둘기를 살리기 위해 다른 생명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날카로운 칼로 자신의 다리 살을 베어 매에게 주고

비둘기의 목숨과 바꾸고자 하였습니다.

 

그때 매는 왕의 살로 비둘기와 바꾸려고 하면

저울질을 하여 평평해지도록 해야 공평하다고 말하였습니다.

 

왕은 곧 저울추를 가운데 달고

양쪽에 판을 두어 비둘기를 한쪽에 얹고,

자신의 다리에서 벤 살을 다른 한쪽에 얹었습니다.

 

<비둘기를 위해 목숨을 버린 왕 이야기>

 

그러나 다리 살을 다 베어도 비둘기보다 가벼워

다시 두 팔과 두 옆구리 살을 다 베었지만,

여전히 비둘기 무게 보다 모자랐습니다

 

왕이 스스로 저울판에

올라가자 균형이 맞았습니다.

 

그러자 천지가 진동하며,

왕이 어려운 법을 실천한 모습에

하늘에서 꽃비가 내렸습니다.

 

매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어려운 보살행을 실천하는지 물었습니다.

 

왕은 불도를 얻기 위함이며,

자신의 고통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서원하였습니다.

 

그러자 왕의 몸은 곧 회복되어

전보다 더 건강해졌다고 합니다.

 

다른 본생경의 이야기도

이 두 이야기과 비슷합니다.

 

부처님은 보살 시절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성불하겠다는 진실된 서원을 세우고

치열한 구도열과 목숨을 아끼지 않는 보살행을 통해

끝없는 향상과 성취의 길을 가셨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찬불승들은 이야기 형식으로

부처님의 치열한 구도열과 6바라밀행에 대한 전생담을 유포시켰습니다.

 

<문경 윤필암 관세음보살님>

 

4. 보살

 

그리고, '보살'이라는 새로운 수행자 상을 정립하였습니다.

 

처음에 보살은 성불의 서원을 세우고

자비와 보시와 계율과 인욕의

6바라밀을 수행하는 전생의 부처님의 모습을 의미했습니다.

 

그렇지만, 세월이 흐르며

대승 불교의 진실된 수행자는

본생담에 나오는 전생의 석가 보살을

이상으로 삼아 보살로서의 서원을 세우고

자비와 보시와 계율과 인욕의 6바라밀을 수행하는

고귀한 존재들을 보살이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이와 같은 대승불교의 이상적 수행자 상인

보살의 개념이 등장하게 된 데에는

찬불승들의 역할이 매우 컸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