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유경(31) 바닷물에 금을 그은 사람

<백유경(31)  바닷물에 금을 그은 사람>

 

<부산 해운대 동백섬 앞 바다>

 

 

옛날 어떤 사람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다가

은그릇 하나를 물에 떨어뜨려 잃어버렸습니다.

 

그는 가만히 생각하였습니다.

 

'지금 물에 금을 그어 표를 해 둔 뒤 나중에 다시 찾자’

 

그리하여 그는 두 달이나 걸려 사자국(師子國)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그는 자기 앞에 흐르는 물을 보고

곧 들어가 전에 잃은 은그릇을 찾으려 하였습니다.

 

사람들이 물었습니다.

 

“어쩌려고 그러는가?”

 

그는 대답하였습니다.

 

“나는 전에 바다에서 은그릇을 잃었는데 지금 그것을 찾으려 한다.”

 

“어디서 잃었는가?"

 

“처음으로 바다에 들어왔을 때 잃었다.”

 

“잃은 지 얼마나 되었는가?”

 

“잃은 지 두 달되었다.”

 

“잃은 지 두 달이나 되었는데 어떻게 찾겠는가?”

 

“내가 은그릇을 잃었을 때에 물에 금을 그어 표를 해 두었는데

  전에 표를 해 둔 물이 이 물과 다름이 없다. 그래서 찾는 것이다.”

 

“물은 비록 다르지 않지만 너는 전에 저기서 잃었는데,

  지금 여기서 찾은들 어떻게 찾겠는가?”

 

-------------------------------------------

 

<오륙도 앞바다>

 

1. 때를 놓치고, 장소를 간과한 어리석음

 

이 주인공의 어리석음은 무엇일까요?

 

첫째, 바다 위에서 은그릇을 떨어뜨렸을때

뒤로 미루지 말고 재빨리 그 은그릇을 찾으러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면 귀한 은그릇을 찾을 수 있었을텐데

주인공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할 때 무조건

뒤로 미루는 것은 좋지 못한 습관입니다.

 

상황을 잘 살펴 바로 일을 처리해야 할 때에는

바로 그 때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

 

특히, 은그릇과 같이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는

바로 그 때 찾기 위해 방법을 찾아야하는데,

주인공은 귀찮았는지, 갈 길이 바빴는지

그냥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둘째, 바닷물에 금을 그어 놓고

표를 해 두었다고 안심하는 어리석음입니다.

 

물에 금을 그어 놓으면 어떻게 됩니까?

 

새롭게 파도가 쳐서 금방 금이 없어져버리지요.

 

그런데, 어리석은 주인공은 

이렇게 물에 금을 그어 놓았다고 안심하고 길을 떠났습니다.

 

세째는, 다른 나라에 와서는 바닷물을 보고

바로 그 바닷물이라고 뛰어드는 어리석음입니다.

 

물론 사자국에 와서 본 바닷물도 같은 바닷물이지만,

자신이 은그릇을 잃어버린 바로 그 장소의 물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러한 착각의 어리석음이 또한 주인공의 어리석음입니다.

 

<부산 광안대교, 누리마루 앞 바다>

 

2. 때와 환경의 중요함

 

사람이 무슨 일을 하려고 하면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때와 환경의 중요함입니다.

 

무슨 일이든 해야할 때를 놓치게 되면

자신이 노력해도 성과를 얻기 힘들고,

좋은 장소와 같은 환경을 무시하고 

아무데서나 노력한다고 해서 성과를 얻기 힘든 법입니다.

 

예를 들어, 중학교 때 공부하고 배워야 할 것을

배우지 않고 뒤로 미룬다면 

나중에 고등학교에서 배워야할 것이 많아질 때

따라가려면 힘들 것이고

기초가 안되어 있어 높은 단계의 공부를 할 때 발목을 잡을 것입니다.

 

그리고, 공부를 할 때 조용하고

잘 정리돈 환경에서 공부를 해야지

시끄럽고 산만한 환경에서 공부를 한다면 집중이 잘 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처럼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다고

무조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에 맞는 시기에 맞게,

그리고 좋은 환경을 마련하는 것에 항상 신경을 써야 합니다.

 

아무리 은그릇을 찾고자 하는 마음을 항상 갖고 있더라도

때도 놓쳐버리고, 바다도 그 바다가 아닌 다른 바다에서

은그릇을 찾으려고 한다면

결코 은그릇과 같은 소중한 물건을 다시 얻을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슴을 알고 제 때 해야할 일을 하고,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하기 좋은 환경을 잘 갖추는 것이

자신이 해야할 일에 대한 노력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잘 통찰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