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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경

백유경(40) 말똥을 상처에 바른 사람

by 아미타온 2023. 12. 29.

<백유경(40) 말똥을 상처에 바른 사람>

 

<공주 마곡사 계곡>

 

옛날 어떤 사람이 왕에게 매를 맞았습니다.
그는 매를 맞고는 그 상처를 빨리 고치려고 말똥을 발랐습니다.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그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면서 말하였습니다.


"나는 상처를 치료하는 확실한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는 곧 집으로 돌아가 아들에게 말하였습니다.


"너는 내 등을 쳐라.

내가 좋은 치료법을 얻었는데 지금 시험해 보려고 한다."

아들은 아버지의 등을 쳤습니다.

아버지의 등에는 상처가 났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거기에 말똥을 바르고는

매우 좋은 방법이라고 의기양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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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 찻집>

 1. 일부러 괴로움에 빠지는 어리석음

 

옛날 인도에서는 매를 맞아 상처가 나면

말똥을 발라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는 민간 요법을 사용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주인공은 몸에 아무런 상처가 없는데도

이 민간요법을 보고는 일부러 몸에 상처를 내고는

말똥을 바르는 것이 매우 좋은 방법이라고 의기양양했습니다.

 

이 주인공의 어리석음은 무엇일까요?

 

몸에 난 상처에 말똥이 좋은지

실험해보는 실험 정신은 가상하지만,

상처가 생기지도 않은 몸에 일부러 상처를 내고

더러운 말똥을 바르는 것이 지혜로운 행동일까요?

 

부처님께서는 삶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이고득락(離苦得樂)의 길을 가르치셨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무엇 때문에 괴로운지

구체적으로 잘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늙고 병드는 고통 때문인지,

사랑하는 사람과 잘 이루어지지 않는 고통인지,

공부가 주는 스트레스 때문인지,

주변에 미운 친구가 있어 괴로운 것이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그런지 등등...

 

그런데, 자신이 괴롭지도 않은데,

일부러 억지로 괴로움을 만들고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는다면

어리석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공주 마곡사 도량>

 

2. 행복

 

질병에 시달리고 몸이 아픈 사람에게 약은 필요합니다.

그런데, 몸이 건강한 사람이 약을 먹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무런 약효가 나타나지 않을뿐 아니라,

오히려 약 때문에 건강하던 자신의 몸이 더 안 좋아질 수도 있겠지요?

 

땅이 척박하면 비료를 주어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야 작물이 잘 자랍니다.

 

그러나, 영양분이 풍부한 비옥한 땅에

비료를 주게 되면 땅은 비료분이 너무 많아 

오히려 작물이 웃자라게 되어 병충해가 많아지고 연약해 집니다.

 

마치 몸이 마른 아이에게

기름진 고기 같은 음식은 좋지만,

몸이 비만인 아이가 이러한 음식을 많이 먹으면

비만이 더 심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길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지도는 필요하겠지만,

매일 다녀 너무 잘 알고 있는 길을

지도를 갖고 다니는 것은 불필요한 짓이고 어리석음입니다.

 

눈이 좋은 아이가 눈이 나빠

안경을 끼는 아이를 부러워해서

일부러 TV를 가깝게 보곤 하여 눈을 나쁘게 하고

안경을 끼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짓입니다.

 

자신이 누리는 행복은 소중히 생각하고 잘 누려야 합니다.

아무 문제 없이 잘 살고 있다면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일부러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 다음

그 불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친다면

지혜로운 사람이 보기에는 미친 짓인 것입니다.

 

일부러 상처를 만드는 저 어리석은 사람을 잘 통찰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