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역사(39) - 화엄경(7) - 이구지(제2지)>
1. 더러운 때를 벗어버린 이구지
화엄경 <십지품>에서 보살의 2번째 경지는 "이구지(離垢地)"입니다.
‘구(垢)’는 ‘더러운 때’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이구지는 ‘더러운 때에서 벗어난 경지’라는 의미입니다.
부처님은 바보였던 주리반특 존자에게 마루를 걸레로 닦으면서
“먼지를 털고 때를 닦아라.”를 반복하여 외우라는 가르침을 주셨다고 합니다.
먼지를 털고 때를 닦으면 어떻게 될까요?
마루가 깨끗해지고 반짝반짝 빛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마음 속의 더러운 때를 계속 닦으면 어떻게 될까요?
맑고 깨끗한 거울처럼 빛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먼지와 때가 없기 때문에 거울은 맑고 깨끗하게 되겠지요.
이구지 보살은 바로 이런 맑고 깨끗한 기운으로
넘쳐나는 보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십선법
그러면 우리 마음 속의 더러운 때는 어떻게 닦아나갈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맑고 깨끗하고 빛나는 거울같은 인간이 될 수 있을까요?
그것은 도덕적인 노력을 통해 악(惡)에서 벗어남을 통해 가능합니다.
그래서, <십지경>에서는 이구지 보살이 더러운 때를 닦기 위해
십선법(十善法)의 중요성을 계속 이야기합니다.
‘십선(十善)’은 십악(十惡)과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몸과 말과 행동의 삼업(三業)으로 짓는
열 가지의 악을 거꾸로 돌리는 개념이 바로 십선입니다.
10가지 악은 무엇일까요?
먼저 몸(身)으로 짓는
1) 생명을 함부로 죽이거나
2) 남의 물건을 도둑질 하거나
3) 바르지 않은 성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둘째, 말(口)로서 저지르는
4) 거짓말을 하거나
5) 이간질하는 말을 하거나
6) 거친 욕설이나 상처주는 말을 하거나
7) 겉만 번지르르하고 수다스러운 말을 하는 것입니다.
셋째, 마음으로 저지르는
8) 탐욕과 지나친 욕심을 가지는 것
9) 성내거나 분노하는 것
10) 바르지 않은 도리나 나쁜 계율과 같은 삿된 소견에 빠지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10악을 되돌려 10악을 행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착한 행위를 하는 것이 십선법입니다.
즉, 10선법을 통해 선근을 기르고 마음의 때를 닦아내는 것입니다.
<십지품>에서는 보살이 십선법을 적극적으로 닦으면
아직 제련되지 않은 진금을 불 속에 넣고 제련하면
순금이 드러나 밝고 깨끗해지는 것처럼
이구지 보살의 청정함이 빛을 발한다고 설하고 있습니다.
3. 바른 말(正語)
이렇게 보살의 청정함이 빛을 발하는 이구지 보살은
말을 함에 있어서도 ‘팔정도’의 ‘정어(正語)’에 어울리는 말을 하게 됩니다.
이간질하는 말도 안 하고,
거짓말도 안 하고,
험하고 욕설 같은 말도 하지 않고,
달콤한 꾸민 말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진실된 말을 하지만,
순하고 이익된 말을 하고,
품위있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농담을 하더라도
그 농담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사려깊게 생각하면서 유머있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입니다.
4. 업의 청정
그리고, 남의 물건은 훔치지 않거니와 살인은 말할 것도 없고
여러 가지의 몸과 말과 생각으로 짓는 업(業)의 청정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람살이에서 괴로움 없이
청정하게 근심과 걱정 없이 살아가고,
현재의 자신의 삶과 미래의 자신의 삶도
보다 나은 조건과 환경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업(業)의 청정밖에는 없는 것입니다.
업의 청정을 이룬 이구지의 보살은
대단히 가볍고 순수하고 그 마음이 비단결처럼 곱다고 합니다.
말과 행동과 생각을 십선에 충실하도록
하려다보니 얼마나 고와지겠습니까?
십선으로 가득 찬 세상은
미래의 부처님인 미륵 부처님의 용화 세상입니다.
미륵 부처님이 도래할 때에는 일체 모든 중생이
십선을 행하는 세상이 되리라는 서원을 세운 부처님이 바로 미륵부처님입니다.
이와 같이 일체 중생들이 다 십선법을 지키며 행하는 미륵 부처님의 세상은
아미타 부처님의 극락 세상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과 재미가 있을 것입니다.
5. 지계 바라밀
아무튼 이구지 보살은 6바라밀 중에서 십선법을 기반으로
‘지계(持戒, 계율지킴) 바라밀’을 적극적으로 닦음으로서
자신뿐 아니라 세계를 맑고 청정하게 합니다.
초지의 환희지 보살은 보시 바라밀을 적극적으로 닦는 것처럼 말입니다.
<십지품>에서는 이구지 보살의 보살행을 다음과 같이 찬탄하고 있습니다.
"불자여! 보살은 또 중생에 대하여 이익케 하려는 마음,
안락케 하려는 마음, 인자한 마음, 가엾이 여기는 마음,
딱하게 여기는 마음, 거두어 주려는 마음, 수호하려는 마음,
자기와 같다는 마음, 스승이라는 마음, 구제하려는 마음을 내며
보살행을 행하며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사람들은 그릇된 견해에 빠져 있고,
마음씨도 바르지 않으며, 인생의 미로를 헤매고 있다.
우리는 진실의 길, 바른 길로 그들을 나아가게 해야 되겠다.
사람들은 서로 화합함이 없이 싸움으로 날을 보내어
항상 노여움과 원망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큰 자비심을 그들에게 가르쳐주겠다.
사람들은 만족할 줄 모르고 남이 가진 것을 욕심내고 있다.
우리는 행동과 말과 마음이 깨끗한 생활로 그들을 인도해가겠다.
사람들은 탐심, 노여움, 어리석음의 삼독을 갖추고
또 다른 번뇌의 불 때문에 타오르고 있다.
우리는 모든 번뇌의 불을 꺼 줌으로써
편안한 열반의 세계에 그들을 안정시키겠다.
사람들은 지혜의 눈이 감겨 무지와 어둠 속에 있다.
우리는 그들의 눈에 빛을 주겠다.
사람들은 악마의 그물에 걸려서 악마의 숲에 이끌려 들어가고,
지옥, 아귀, 축생 따위의 윤회의 세계에 헤매고 있다.
우리는 그 윤회로부터 그들을 벗어나게 하여
편안한 지혜의 경지에 안주케 하겠다.
사람들은 괴로움이나 근심이 많고
노여움이나 애욕에 얽매였으며 미혹의 옥에 갇혀 있다.
우리는 미혹으로부터 그들을 끌어내어 열반에 안주하도록 하겠다."
6. 청정한 보살행
이처럼 이구지 보살은 자신뿐 아니라
악업의 과보로 고통받는 미혹한 중생들의 실상을 보고
반드시 미혹에서 건져내고 중생을 이롭게 하겠다고
청정한 업을 맑히는 보살행을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십선법에 대한 인식과 행위의 폭을 넓혀 나가
계율을 잘 지키는 바라밀행을 닦아나가면
모든 더러움에서 벗어난 청정함을 얻는 이구지에 이르게 됩니다.
우리도 십선법과 계율에 대한 이해와 지킴을 바탕으로
마음의 때를 닦아 맑고 청정해질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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