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유경(50) 자기 눈을 스스로 멀게한 장인>
조각을 잘 하는 장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기술이 뛰어났기 때문에 궁중에 불려가 여러가지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궁중의 일은 하루도 쉴 틈이 없었습니다.
자유도 없었고 몸도 고단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궁리 끝에 한 가지 꾀를 냈습니다.
"대왕이시여!
저는 이제 더 이상 조각가로서 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제 일을 하다가 그만 눈을 다쳐 실명을 하여 장님이 되고 말았습니다."
왕은 조각가가 거짓으로 장님 노릇을 하는 줄 몰랐습니다.
그러나, 장님이 되었다면 이제 쓸모가 없으니
궁중을 떠나도 좋다고 허락했습니다.
함께 일하던 목수가 이를 보고 흉내를 내었습니다.
그는 조각가가 거짓으로 장님 행세를 한 줄 모르고
실제로 자기의 두 눈을 송곳으로 찔러 장님이 되고 말았습니다.
"대왕이시여, 저도 두 눈이 멀었습니다.
밖으로 내보내 주소서."
왕은 그에게도 궁중에서 나갈 수 있도록 허락했습니다.
그가 궁 밖으로 나오자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이 사람아!
두 눈이 장님이 되어서 밖으로 나오면 무엇 하는가.
이제부터 자네는 평생토록 고생만 하게 생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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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단함
자유는 없고 시키는 일만 힘들게 해야 하는
궁중 생활이 장인들에게는
참으로 고단하고 견디기 힘들었나 봅니다.
궁중에서 벗어나고자 조각가 장인은
거짓으로 장님 흉내를 내고 탈출했고,
목수 장인은 실제로 자기 눈을 송곳으로
찔러서라도 벗어나고자 했던 것입니다.
얼마나 그 생활이 괴롭고 힘들었으면
그런 행동까지 하였을까 하는 생각에
어리석고 못났다는 비난 대신
그 삶에 대해 안타깝고 가엾은 마음이 먼저 듭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기를 원합니다.
이러한 원함과는 달리 부자유스럽고
불행한 환경에 처할 때가 많습니다.
옛날에 왕들이 통치하던 시절 장인들은
관청에 나가 강제로 시키는 일을 해야 했습니다.
요즈음에도 "국방의 의무"라는 미명 하에
남자들은 군대에 가서 의무 복무해야 합니다.
궁중에서 탈출하기 위해 눈을 뽑은 목수처럼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생이빨을 뽑은 연예인도 있었습니다.
얼마나 가기 싫었으면 그렇게까지 했을까 동정이 가기도 합니다.
향을 싼 종이에는 향기로운 향내가 나고,
생선을 싼 종이에는 고약한 비린내가 난다고 합니다.
똑같은 종이지만 무엇을 싼 종이인가에 따라
완전히 서로 다른 종이가 됩니다.
이처럼 우리 인간은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는지가 참으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예술적 재능을 마음껏 펼칠 환경이라면
장인들은 신이 나서 일을 하겠지만,
자유도 없고 쉴틈없이 일을 시키는 환경이라면
장인들은 탈출만을 꿈꾸겠지요.
2. 지혜
우리들은 자신을 행복하고 자유롭게 만들고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자신의 진로와 환경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며 선택해야 합니다.
<백유경>의 조각가와 목수처럼
부자유스럽고 고통스럽기만 한 환경 속으로
자신을 몰아넣게 되면 그 삶이 참으로 황폐해지고 고단합니다.
자신을 황폐하게 만드는 부자유한 환경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는 사람들의 마음과 노력은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그러나, 그 애씀과 노력이 좋은 결과를 내어야 합니다.
저 어리석은 목수처럼 자신의 눈을 실제로 찌르게 되면
궁중에서 탈출했다 하더라도 평생을 장님으로 살 수밖에 없습니다.
부자유한 노예 생활에서 벗어난 결과가
평생 앞을 볼 수 없는 신체적 불구라면
그 삶이 앞으로는 얼마나 고단하고 힘들겠습니까?
자유 없고 고단한 궁중 생활이라는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눈을 자신이 찔러 장님이 되는 잘못된 수단을 강구한다면
정말 "상처 뿐인 영광"밖에 그 목수에게는 남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얻기 위해 노력하되
그 노력과 방법이 삿되거나 어리석지 않고 정당하고 지혜로와야 합니다.
우리가 지혜를 갈고 닦는 노력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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