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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불교 성지 순례

중국 불교 성지 순례(1) - 낙양 백마사(白馬寺)

by 아미타온 2024. 1. 29.

<중국 불교 성지 순례(1) - 낙양 백마사(白馬寺)>

 

<낙양 백마사>

 

1. 중국 불교 성지, 낙양과 서안

 

이번 시간부터는 중국 불교 성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대승 불교는 중국을 통해서 들어왔고

역사적으로 중국 불교의 크고 작은 영향을 받아왔습니다.

 

수많은 구법승들이 중국에 유학을 했고,

선종, 밀교, 정토 등 중국에서 형성된 교학, 수행 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저는 2017년 여름 중국 불교 성지 순례를 했습니다.

 

중국의 심장인 중원(中原)의 고도 ‘서안(장안)’과

‘낙양’을 중심으로 여러 중국 불교 유적지를 참배했었습니다.

 

그 때의 추억과 경험을 토대로 이번 시간부터

중국 불교 성지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로 중국에서

최초로 세워진 절이라는 백마사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백마사는 중국의 고도인 낙양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 민요 <성주풀이>에서

“낙양성 십리하에 높고 낮은 저 무덤은~”으로 시작하는 그 낙양입니다.

 

낙양은 중국 고대 9개 왕조의 수도였고,

시인 묵객이 즐겨 찾던 유서깊은 장소입니다.

 

<낙양에 세워지는 아파트>

 

그러나, 제가 방문했을 때 차창 밖으로 스쳐보는 낙양은

화려하지도 고색창연하지도 않았습니다.

 

도시 현대화를 위해 대형 아파트 공사를 많이 하고 있었는데,

준공되지 않은 을씨년스런 아파트들이 즐비했습니다.

 

도로와 집들은 고도 낙양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어수선했고 무질서했으며 아무런 멋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갖고 있던 중국 고도 낙양의 이미지와는 달랐습니다.

 

<백마사>

 

2. 중국불교 초전 법륜지, 백마사

 

낙양에서 제일 먼저 백마사를 참배했습니다.

 

백마사는 중국 불교 초전 법륜지입니다.

 

중국에 최초로 불교가 전해진 도량입니다.

 

<성교서래(聖敎西來)>

 

백마사 입구에는 <성교서래(聖敎西來)>,

즉 '성스러운 불교가 서쪽에서 전래됐다'는 뜻의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중국에 불교가 최초로 공인된 것은 AD 68년 후한 명제 때입니다.

 

한나라는 처음에 장안에 수도를 정했지만,

왕권이 약해져 큰 난리를 겪으면서 수도를 낙양으로 옮겼습니다.

 

낙양으로 수도를 옮긴 한나라를 ‘후한(後漢)’이라고 부릅니다.

 

한 무제(BC140 ~ 84)때 장건에 의해 실크로드가 개척되어

서역의 상인들이 중국과 교역을 했기 때문에

이전에도 민간에서는 불교가 전래되었을 것입니다.

 

<백마사 문수 보살님>

3. 후한 황제 명제의 불교 공인

 

그러나, 황제가 공식적으로 불교를

공인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입니다.

 

불법이 중국에 들어와 국가의 공인을 받아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곤란과 노고가 있었는지를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후한의 황제인 명제는 몸이 황금색으로 빛나는

신인(神人)이 궁전으로 날아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고 합니다.

 

그 꿈이 신기해서 다음날 신하들에게

"그 신인이 도대체 누구인가?" 하고 물었습니다.

 

그때 한 신하가 대답했습니다.

 

"저 멀리 천축(인도)이라는 나라에

부처님이라는 성인이 계신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 신인 (神人) 은 부처님인 것 같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명제는 대월지국에

사신을 보내 불상과 불경을 얻어오도록 했습니다.

 

백마사 입구에는 최초로 불상과 불경을 싣고 왔다는 백마의 석상이 있습니다.

 

<중국 최초로 불상과 불경을 운반한 백마상>

4. 불교 경전을 싣고 온 백마의 공덕

 

명제의 소식을 받은 대월지국에서는

축법란’과 ‘섭마등’이라는 두 스님을 보내고,

함께 흰 백마가 불상과 불경을 싣고 중국에 불법을 전하도록 했습니다.

 

긴 서역의 사막을 걷고 걸어

불상과 불경을 싣고 중국 땅에 최초로

불법을 전래한 백마는 고단함에 지쳐서인지

중국에 온 얼마 뒤에 숨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비록 축생이지만 백마의 공덕을

기리고자 절 이름 을 ‘백마사(白馬寺)’로 짓고,

백마사 인근에 ‘백마총’이라는 무덤을 지어주었다고 합니다.

 

두 명의 승려와 함께

머나먼 중국 땅으로 길을 떠나야 했던 백마는

자신이 원해서 그 길에 올랐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원하든, 원치 않았던 백마는 큰 공덕을 지었고,

중국에 최초로 불법을 전하는 가치있는 생을 산 유일한 백마가 되었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흰말이 있고 그 흰말들 중에서

불상과 불경을 실어본 말도 꽤 많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흰말 중에서 오직 이곳 백마사의 흰 말만이

자신의 형상을 이름으로 한 절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절을 찾거나 이 절의 유래를 아는 사람들은 백마사 문을 넘나들 때마다

‘백마사’라는 이름 앞에서 두손 모아 예배를 하고 있습니다.

 

축생인 백마사의 말이 그 영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최초’로 중국에 불상과 불경을 싣고 온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보잘것 없고 작아 보이는 최초라 할지라도,

모든 것은 시작이라는 처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처음은 씨앗이며 창조입니다.

 

<백마사 부처님>

 

그런데, ‘최초’로 낙양 땅에 뿌려진 불법의 씨앗은

중국 전역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고

동아시아 전체에 열매를 피우게 했으니 그 백마의 공덕은 참으로 큽니다.

 

당연히 중국이라는 땅에 최초로 불상과 불경을 싣고 온 백마는

가장 위대한 흰 말이자 모든 축생 중에서

가장 큰 공덕을 지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최초로 불법을 전한 축법호/ 섭마등 스님 그림>

 

5. 축법호와 섭마등 스님이 번역한 42장경

 

백마와 함께 중국에 불교를 전한 ‘축법란’과 ‘섭마등’은

백마사에서 최초의 한역 경전인 <42장경>을 역경했다고 합니다.

 

42장으로 된 짧은 비유와 부처님의 말씀으로 이루어진 42장경은

우리가 자주 접하는 경전입니다.

 

<백마사 도량>

 

<42장경> 중 한 장의 이야기를 한번 살펴볼까요?

 

어떤 사람이 내가 도를 지켜 큰 자비를 행한다는 말을 듣고,

내게 와서 나를 꾸짖고 욕했다.

그러나 내가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더니 그는 욕하기를 멈췄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자네가 어떤 사람에게 선물을 주었으나,

그 사람이 받지 않는다면 그 선물은 어떻게 되겠는가?”

 

“내게로 돌아 올 것이다.”

 

“지금 자네가 나를 욕했지만

나는 그것을 받지 않았으니

그 욕은 자네에게 돌아간 것이다.

그것은 마치 메아리가 소리에 응하고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아서

끝내 재앙을 면할 수 없으니 삼가 악을 짓지 말아라”

 

악한 사람이 어진 사람을 해치는 것은

마치 하늘 우러러 침을 뱉는 것과 같다.

하늘을 향해 뱉는 침은

하늘로 가지 않고 자신을 향해 다시 떨어진다.

 

또 바람을 거슬러 티끌을 날리는 것과 같아서

티끌은 남에게 가지 않고 돌아와 자기에게 모일 것이다.

어진 이는 해칠 수 없는 것이요,

화는 반드시 자기를 멸망시킨다."

<42장경 중에서>

 

이런 짧은 비유와 이야기로 된 <42장경> 이야기가

두 분의 최초의 역경승에 의해 번역되어

중국인들에게 불법의 진리가 차츰차츰 전해진 것입니다.

 

<백마사의 대형 향로와 향 연기>

 

6. 향로와 기도

 

백마사는 중국 최초의 가람답게

정갈하게 잘 장엄되어 있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천왕전, 대불전, 대웅전, 비로전 등의

전각에 모셔진 불보살님들이

중국 불상의 특징과 개성을 잘 표현하고 있어 새로웠습니다.

 

백마사는 각 전각 앞에는 큰 향로가 있었습니다.

 

그 큰 향로에는 큼직한 향이 피워져

그 향에서 나는 연기가 자욱했습니다.

 

신은 향기를 먹는다고 믿는 중국인들은 좋은 것 많이 드시라고

아주 굵고 긴 향을 부처님께 공양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큰 향을 사르며 자신의 소망을 담아 중국 불자들이

부처님께 불공 드리는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

 

<천왕전 천왕님>

 

7. 천왕전

 

백마사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천왕전을 참배했습니다.

 

천왕전에 모셔진 천왕님이

수호하고 있는 화려한 곳간은 법의 창고,

즉, 법장(法藏)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려한 비단천에 화엄경 4구게가 적혀 있었습니다.

 

<대불전 석가모니 불, 문수 보현 보살님>

 

8. 대불전

 

대불전에는 세 분의 불보살님이 모셔져 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과 문수, 보현 보살의 삼존불입니다.

 

중국 명나라 때 조성된 부처님인데,

장중하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부처님이셨습니다.

 

그리고, 문수, 보현 양 보살님을 협시하고 있는

제석천과 범천의 옷주름이 예술이었습니다.

공을 들여 조성한 노력이 느껴졌습니다.

 

<백마사 관세음보살님>

 

9. 관세음보살님

 

대불전 후면에 모셔진 관세음보살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관세음보살님의 33응신을 나타내는 비단 자수가 섬세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부처님, 보살, 천인, 남자, 여자 등의 다양한 모습으로 응신하는

관세음보살님의 변화신을 섬세하고 꼼꼼하게 수를 놓아 장엄했습니다.

 

<비단으로 짠 관세음보살님 33응신>

 

관세음보살님을 정말로 사랑하는 분이 한땀 한땀 공을 들여

조성한 비단 자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로전 비로자나 부처님>

 

10. 비로전

 

백마사 가장 깊숙한 곳에는 비로전이 있습니다.

비로자나 법신불의 자비 광명이 온 우주 법계에 편재된다는 뜻으로

백마사의 가장 깊고 은밀한 곳에 모시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로전 양 측면에는 수많은 화신 불보살님들의 모습이 장엄되어 있었는데,

비로자나 부처님의 상호와 광명 변조의 의미가 마음 깊이 다가오는 전각이었습니다.

 

<호국 우민 (나라를 보호하고 백성을 돌본다는 뜻)>

 

고즈늑한 도량 분위기와 푸른 정원과 나무들이 많아서 참배하는

불자의 마음을 정갈하게 해 주는 힘이 있는 도량이었습니다.

 

중국 불교 초전 법륜지인 백마사를 보면서

우리도 백제, 신라 초전 법륜지를 잘 가꾸고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마상>

 

백마사를 보면서 2천년 전 백마사에 뿌려진

백마의 최초의 공덕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축생이지만 최초로 중국에 불법을 전한 백마의 의미와 가치를 보면서

인간으로 태어나 부처님 전에 의미있고 가치있는 것을 남길 수 있는

부처님께 부끄럽지 않은 불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