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불교 성지 순례(3) - 숭산 소림사(少林寺)-2>
1. 대웅보전 부처님
소림사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대웅보전이 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을 본존으로
아미타 부처님, 약사여래 부처님을 모시고 있고,
아난 존자와 가섭 존자, 문수 보살과 보현 보살이 협시하고 있습니다.
‘길상(吉祥)’을 상징하는 짙은 청색인
감색 모발 색상이 유난히 돋보이는 부처님입니다.
우리나라처럼 법당 안에 들어가서
부처님께 참배할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2. 향 공양
대웅보전 앞에는 향을 공양하는
중국인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들어옵니다.
중국인들은 6법공양(꽃,초,향,쌀,과일,차 공양) 중에서
향공양을 최고의 공양으로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엄청나게 큰 향로에 큰 향을 사르며
정성스럽게 예배드리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됩니다.
3. 입설정과 달마 대사
입설정(立雪亭)이 나옵니다.
입설정은 혜가가 팔을 끊어 스승 달마에게 믿음을 보인
혜가단비(慧可斷臂)의 전설이 남아 있는
소림사에서 선 불교의 결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입니다.
달마 대사가 중국에 왔을 때 중국에는 불교가 성행하고 있었습니다.
수만개의 절을 짓고, 경전을 읽고 외우고, 복을 구하는 불자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전하고자 하셨던
불법의 진리를 제대로 수행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달마 대사는 중국 불교의 현실에 직면하고도
인도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달마는 숭산의 험준한 뒷산에 있는 동굴로 들어가
9년 동안 면벽도 하고 숭산도 오르며 때를 기다렸습니다.
몇년동안 동굴에서 좌선을 하는 인도에서 온 신비한 스님이 있다는 소문에
이런 저런 스님이 찾아와 제자가 되기를 간청했지만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면 자존심이 상한 사람들은 달마 대사에게
욕을 하거나 손가락질을 하며 돌아섰습니다.
그래도 때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이처럼 법을 전하고자 하는 사려 깊음과
법을 전할 제자를 기다리는 마음이 법을 전하는 달마의 선(禪)의 마음이었습니다.
4. 달마와 혜가의 만남
어느해 겨울, 신광(神光)이라는 무사가 달마를 찾아왔습니다.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치는 날이었습니다.
신광은 무릎을 꿇고 동굴 속의 달마 대사가 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
하루 이틀 매서운 추위가 몰아쳤지만,
신광은 물러서지 않고 자리를 지켰습니다.
달마 대사가 밖으로 나왔습니다.
“법을 구하는 네 마음이 대단하구나.
너는 무엇을 원하느냐?”
“마음이 괴롭고 아프고 불안합니다.
부디 저를 바른 법의 세계로 인도해 주소서”
“바른 법은 보통 의지와 신념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너를 믿기가 어렵구나.
물러가라!”
순간 신광은 자신의 왼팔을 칼로 베어
법을 구하는 자신의 마음과 스승에 대한 믿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피빛으로 물든 눈과 팔 잘린 신광을 보며
달마 대사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법의 그릇이 될만한 제자를 만났음에
기쁨과 함께 큰 당혹감이 함께 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신광의 마음은 왜 괴롭고 힘들고 아프고 불안했을까요?
전란의 시대에 가족이 몰살당한 아픔과 증오 때문인지,
전쟁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였던 죄책감과 삶의 허망함 때문인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막연하고 답답하고 불안해서 괴로웠는지,
아무튼 신광은 마음이 괴롭고 힘들고 아프고 불안했습니다.
신광의 팔을 치료하고,
신광을 진정시킨 후에 달마는 신광을 제자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신광의 법명을 ‘혜가(慧可)’,
즉, ‘가히 지혜를 얻을만한 자’라고 이름했습니다.
달마는 혜가에게 면벽 수행을 시켰습니다.
그러나, 혜가의 마음은 계속 괴로웠습니다.
혜가는 스승에게 자신의 괴롭고 불안한 마음을 토로하자
달마가 혜가에게 물었습니다.
“너의 그 괴롭고 힘들고 불안한 마음을 이리 가져와 봐라.
내가 너의 마음을 온전하게 편안하게 해 주겠다.
그 괴로운 마음을 내 앞에 꺼내 놓아라.”
혜가는 답답했습니다.
달마의 비상한 법력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할 비법과 비술을 전수해야 할텐데,
정체도 모르고 보이지 않는 괴로운 마음을 꺼내 놓으라니!!!
“어떻게 마음을 꺼내 놓을 수가 있었습니까?”
“꺼내 보일 수 없는 마음이라면 내가 지금 너를 편안하게 하였느니라”
순간 혜가는 큰 깨달음을 얻고
중국 선불교의 2조 혜가 대사로서 우뚝 섰다고 합니다.
입설정은 중국 선불교 최초의 깨달음이 어루어진 장소입니다.
4. 혜가 대사의 안심(安心)
스승 달마의 한 마디에 어떻게 혜가는 마음의 평화,
즉, 안심(安心)을 얻었을까요?
혜가는 팔을 잘라 스승에게 자신의 믿음과 의지를 내보일 수는 있어도
괴로운 마음을 꺼내 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조국을 짓밟는 적들에 대한 증오와 분노,
도륙당한 가족과 백성을 바라보는 죄책감과 허무함,
어떻게 살지를 몰라 방황하던 답답함과 불안감 등등의
괴로운 마음을 막상 꺼내 놓으려고 하니 잡을 수도 없고 꺼낼 수도 없었습니다.
꺼낼 수 없고 잡을 수 없는 마음을 보고 마음의 이치를 깨달았습니다.
“마음이 일어나면 법이 일고,
마음이 사라지면 법이 사라진다.”
꺼낼 수 없는 괴로운 마음이라면
일체유심조의 이치로 그 괴로운 마음을 버리기만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마치 먹장 구름이 사라지면 푸른 하늘이 드러나는 것처럼
환경과 인연 따라 이리 저리 변하는 괴로움에 집착하는
무상한 마음을 버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잡을 수 없고 꺼낼수 없는 마음이라면 괴로움에 집착하는
그 망념의 마음도 실체가 없기 때문에 버리기만 하면
‘불성’ 또는 ‘자성청정심’이라는 푸른 하늘과 같은 마음이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혜가는 바로 이것을 깨닫고 마음의 평화인 안심(安心)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5. 혜명
소림사에서 입설정을 본 인연으로 달마의 안심 법문이
내 마음 깊이 들어와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기를 기원했습니다.
그리고, 선종의 종조인 달마와 혜가의 가르침이
남아 있는 유서깊은 선종 도량을 거닐었습니다.
그런데, 현대에 소림사의 수행 전통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는
방장문은 열쇠로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청정한 수행의 결계를 잃고 수행의 향기 대신
사람들로 붐비는 관광지화 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씁쓸했습니다.
스승의 가르침과 부처님의 혜명을 지켜내기 위해
승가가 바르게 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임을 자각할 수 있었습니다.
6. 소림 무술
소림사가 있는 등봉은 소림사 무술을 배우는 학생들과
무술 학교들이 많았습니다.
소림사를 참배하고 극장에서 소림 무술쇼를 보았습니다.
소림사 입구의 무술 학교에는 붉은 츄리닝 차림의
어린 학생들이 열심히 무술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가이드는 무술학교에서 무술을 배우는 아이들을
‘붉은 개미’라는 뜻의 ‘레드 앤츠(Red ants)’라고 불렀습니다.
무술 쇼에 나오는 사람들은 저 레드 앤츠 중에서
선발된 재능있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20살이 채 안 되어 보이는 어린 학생들이
숨을 헉헉거리고 땀을 흘리면서 무술쇼를 하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대견스럽고 한편으로는 안스럽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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