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유경(58) 진흙에 벼만 섞어 담벽을 바른 사람>
옛날 어떤 사람이 남의 집에 가서 그 집의 담벽을 바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집의 담벽은 흙칠이 편편하고 바르게 되어 있어 아주 보기 좋았습니다.
그는 물었습니다.
"진흙에 무엇을 섞어서 바르기에 이처럼 편편하고 좋습니까?"
주인은 대답하였습니다.
"벼와 보리를 베어다가 물에 푹 담가 두었다가
진흙에 섞어 벽을 바르면 이렇게 됩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습니다.
"벼와 보리를 섞어 쓰는 것보다 벼만 쓰면 벽이 더 희고 깨끗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 진흙도 골고루 잘 붙을 것이다.’
그는 곧 벼만 베어다가 진흙과 섞어서 골고루 발랐습니다.
그리고, 담벼락이 고르고 편편하게 펴지기를 바랬지만
벼만 바른 담벼락은 울퉁불퉁해지고 모두 벌어졌습니다.
결국은 벼만 버리고 담벽까지 망쳐버렸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벼와 보리를 섞어 쓰는 것만 못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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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기 생각대로 한 사람
옛날 우리 조상들은 황토를 이용하여 집이나 담벽을 만들었습니다.
황토에 볏짚을 함께 반죽해서 흙집이나 담벽 작업을 했던 것입니다.
인도에도 옛날에는 이렇게 진흙으로 집이나 담벽을 만들었나 봅니다.
그리고, 진흙에 벼(쌀)와 보리의 겨를 함께 섞어 바르면
훨씬 매끈하고 고르게 벽이 판판하게 펼쳐지고 접착력이 좋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어리석은 사람은 보리보다 쌀이 훨씬 희고 비싸니까
보리는 섞지 않고 그냥 쌀만 갖고 진흙과 섞어 사용하려고 하였습니다.
모든 물질에는 다 쓰임이 있는 법입니다.
어느 한가지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여러 물질을 함께 섞어 사용할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약방의 감초”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한약방에 가서 약을 지으면 꼭 감초를 섞어 줍니다.
감초는 약의 성질은 없지만,
단 성질이 있어서 약과 잘 조화를 이루고
약의 독성을 중화시켜주는 작용을 한다고 합니다.
한약에 사용되는 이러한 감초처럼
진흙벽을 만들 때 보리를 함께 섞어 쓰면
벼만 단독으로 쓰는 것보다 진흙벽을 튼튼하게 만드는데 효과적이었나 봅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은 그러한 이치를 모르고
자기 생각에만 빠져서
벼만 넣고 진흙과 혼합하여 낭패를 보고 말았습니다.
2. 지식
지식, 즉 안다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지식은 우리가 인과(원인과 결과)와 시비(옳고 그름)를 알고
좋은 결과와 옳은 일처리를 위해 가장 기본적인 앎입니다.
그런데, 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지식을 따르지 않고
자기 생각에만 빠져 행동하면 벼만 섞어 담벽을 만드는 사람 꼴 나는 것입니다.
벼만 섞지 않고 보리를 함께 섞는데는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마치 배추에 고춧가루만 넣으면 김치가 되지 않고,
여러가지 양념을 첨가해야만 맛있는 김치를 만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왜 벼만 넣지 않고 보리를 함께 넣어 흙벽을 만드는지 생각하고
모르면 그 지식과 기술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지 않고 자기 생각에만 빠져서 경솔하게 일처리 하다가
낭패를 본다는 사실을 잘 알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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