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강경(12) - 제4 묘행무주분(1) - 보시 >
제4분 묘행무주분(妙行無住分) - 묘한 행은 머무름이 없다
"더 나아가 수보리야.
보살은 그 어떤 것에도 의지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보살은 보시를 위하여 색(色), 소리(聲), 냄새(香),
맛(味), 촉감(觸), 또는 법(法) 그 어떠한 것에도 의지하지 않는다.
수보리야.
이것이 바로 보살이 상(相)에 머물지 않고 보시행을 하는 마음자세이다.
왜냐하면 보살이 상에 머물지 않고 보시행을 한다면
그로 인해 얻는 즐거움은 상상할 수도 없고, 헤아릴 수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동방(東方)의 허공을 헤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헤아릴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수보리야. 서방, 남방, 북방, 그리고 아래와 위의 허공을 측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헤아릴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수보리야. 보살이 상에 머무르지 않고 보시하면
그러한 덕행으로 인해 얻는 즐거움은 허공과 같이 커서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보살은 이러한 나의 가르침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느니라."
1. 무주상(無住相) 보시
금강경 제 4분의 제목은 "묘행무주(妙行無住)"입니다.
아름다운(묘한) 행동은 집착함(머무름)이 없다는 뜻입니다.
"아름다운 행동은 집착함이 없다."
참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아름다운 행동(묘행)"이란 "보시"를 의미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보시행을 통해
집착함이 없는 마음가짐으로 묘행을 실천하는지를 설합니다.
즉, <금강경>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무주상(無住相)의 보시,
즉, 상에 머무름(집착함)이 없는 보시를 설하는 것입니다.
2. 제1바라밀, 보시행
"더 나아가 수보리야. 보살은 그 어떤 것에도 의지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보살은 보시를 위하여
색(色), 소리(聲), 냄새(香), 맛(味), 촉감(觸), 또는 법(法)
그 어떠한 것에도 의지하지 않는다.
수보리야. 이것이 바로 보살이 상(相)에 머물지 않고 보시행을 하는 마음자세이다.
3장에서 부처님은 타인의 고통을 덜어주는 보살의 삶을 살고자 서원한 수행자는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이라는 그릇된 생각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러한 자세는 보살이 닦아야 할 수행인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의 6바라밀 수행을 할 때도 적용됩니다.
그래서, 4장에서 부처님은 6바라밀의 첫째인 보시를 예로 들어 말씀하십니다.
보시는 '내가 가진 것을 타인과 나누는 것'입니다.
불교에서 보시에 3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첫째, 물질(재물)을 나누는 재(財)보시,
둘째, 진리(부처님 법)를 나누는 법(法)보시,
셋째, 중생들의 두려움을 함께 나누는 무외시(無畏施)가 그것입니다.
재보시와 법보시의 의미는 쉽게 이해되지만,
무외시의 의미는 약간 생소할 수 있습니다.
무외시란 예를 들어 병고의 고통당하며 두려움에 떠는 사람에게
병문안을 가서 따뜻한 말로 위로를 해 주며
병고의 고통과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 그 마음을 평온하고 따뜻하게 해 주는 보시입니다.
또는 초상이 났을 때 문상을 가서
망자를 잃은 슬픔과 두려움에 잠겨 있는 사람들을 위로해 주는 이러한 보시를 말합니다.
또는, 실연으로 고통받는 친구나 일이 안 풀려 힘들어하는 후배를
따뜻한 말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이러한 보시를 말합니다.
따라서, 무외시는 돈이나 지식이 없이도 행할 수 있는
따뜻한 격려, 위로, 관심, 애정어린 표정이나 말과 행동을 말합니다.
틱낫한 스님의 <금강경>에 보면 이러한 대목이 나옵니다.
누군가 찾아와 틱낫한 스님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고 한다.
"스님! 다른 사람을 도울려면 월급이 많은 직업을 선택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의사나 기술자가 될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팃낫한 스님은 의사나 기술자가 되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에 쏟아야 하기 때문에 보시할 시간이 없고,
의사나 기술자가 된 뒤에는 더욱 바빠져서 보시를 할 시간은 물론
자신을 위해 쓸 시간도 없게 된다면서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하십니다.
보시의 진정한 의미를 안다면
보시는 재산이나 지식이 많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무외시의 의미를 잘 알아서 자신의 일상에서 사소한 것이라도
보시할 마음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시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처럼 보시는 돈, 시간, 지식이 많다고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무외시의 의미를 안다면,
자신의 일상에서 자신이 보시의 마인드를 갖춘다면
언제든 보시를 행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중생을 고통에서 구제하리라는 서원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살아가는 보살의 제 1번은 무엇일까요?
재물이든, 지식이든, 진리이든,
중생들을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따뜻한 말이든
인색하지 않고 보시를 통하여 중생들을 구제하는 것을 제1번으로 삼습니다.
그래서, 보시를 6바라밀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된다고 하여 "제 1바라밀"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보살의 삶을 살고자 서원한 사람은
보시를 행하려는 마음가짐을 갖고
보시를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출발이 됩니다.
3. 양무제와 무공덕
그런데, <금강경>에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이러한 보시를 행할 때의 마음 가짐을 설하는 것입니다.
<금강경>의 가르침에 의하면
색깔, 소리, 냄새, 맛, 촉감, 법, 그 어디에도
집착함(머무름)이 없는 마음으로 보시를 행하라고 설합니다.
그렇다면 색깔, 소리, 냄새, 맛, 촉감, 법에
집착한 보시는 어떤 보시를 말하는 것일까요?
중국에서 수많은 절을 세우고 스님들에게 공양하여
"불심천자(佛心天子)"라고 불리웠던 양무제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달마 대사가 중국에 불교를 전하기 위해 양무제를 만났을 때,
양 무제가 달마대사에게 "보시의 공덕"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자신이 불법을 천하에 펴기 위해
많은 절을 세우고, 많은 스님들을 양성하며,
자신은 천자의 삐까번쩍한 비단옷 대신
누추한 승복을 입고 항상 생활하고 있슴을 자랑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보시의 공덕이
얼마나 크냐고 달마 대사에게 묻자,
달마 대사는 "없다(無)"라고 딱 잘라 말했다고 합니다.
누군가의 고통을 덜어주고 행복을 기원하는
보시 본연의 순수한 마음이 아니라,
마음 속에 무언가 댓가를 바라거나 계산이 깔려있는 보시,
자신의 명성을 드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행하는 보시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마음 속에 무언가 때가 끼어 있고
바라는 것이 있는 이러한 보시를 '색성향미촉법에 집착한 보시'라고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보시지만, 거래와 흡사한 보시입니다.
보시를 해서 즐거운 보시가 아니라,
상대의 반응이나 댓가와 공덕에 집착하는 보시를
"색성향미촉법에 집착함이 있는 보시"라고 이야기합니다.
4. 고부갈등과 무주상
드라마를 보면 고부 갈등이 많이 나옵니다.
힘든것 다 참아가며 자식 하나 바라보고 공들여 키웠는데,
아들이 며느리와 알콩달콩 웃으면서 사는 것이 배가 아픕니다.
아들이 어머니인 자신에게는 무관심한 것 같아 서운하고,
소중한 아들을 며느리가 빼앗아가는 것 같아 며느리도 밉습니다.
그래서, 며느리도 아들도 다 싫고 자신도 괴롭다..
이렇게 심술궂고 괴로워하는 시어머니의 스토리를 많이 봅니다.
이러한 어머니가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은 무엇일까요?
바로 <금강경>의 가르침을 잘 이해해서
마음이 어디에도 집착함이 없는 무주상보시의
마인드를 체득하는 수 밖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자식을 키운 것이
자식의 행복을 위한 것도 있었지만,
그 속에는 "내 자식이다. 내 새끼다."하는 집착과
무언가 댓가와 공덕을 바라는 때가 끼어있슴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이것을 자각하고 마음을 비울 때 온 가족이 행복해집니다.
그래서 금강경 4장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보시를 행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중생을 고통에서 구제하려고 하는 보살은
당연히 제일 먼저 보시행을 실천해야 한다.
그러나, 보시를 행하는 목적은
중생의 고통을 덜어주고 중생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보시를 행하는 자신도 그 마음이 행복하고
자신의 마음이 맑아지기 위해서다.
그러려면, 보시를 할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해야 하나?
보시를 행할 때 마음 속에 계산이나 댓가 등등의 때가 묻으면 안된다.
색성향미촉법 등등의 그 어떠한 상에도 집착하거나
공덕을 바라지 않는 순수한 마음으로 보시해야 한다.
보시는 보시하는 자신의 마음가짐과 마인드에 따라
그 보시의 성격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가르침을 설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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