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불교 성지 순례(7) - 중국 화엄종찰, 장안 종남산 화엄사>
1. 중국 화엄종의 종찰, 화엄사
불교 사상 가운데 화엄 사상이 가장 어렵다고 합니다.
법계연기, 무진연기, 육상원융, 이사무애, 사사무애, 상즉상입 등
쉽지 않은 개념과 교학 체계가 즐비한 불교 사상이 화엄 사상입니다.
중국 장안 종남산 입구에 화엄사가 있습니다.
화엄경의 가르침을 공부하고 연구하고 체계화해서
화엄 교학을 완성했던 선지식들이 숨쉬고 있는 화엄종의 종찰입니다.
우리 나라의 수많은 폐사지처럼
중국 화엄사도 탑 두 개만 남은 옹색한 폐사지입니다.
차가 올라가기 힘든 곳이라서
입구에 주차하고 산길을 한참 걸어 올라가야 합니다.
화엄 교학을 완성했던 위대한 선지식들을 생각하며
땀을 흘리며 붉은 황토길을 올라갔습니다.
2. 황토 구릉
화엄사 올라가는 길은 황토 구릉으로 된 산길입니다.
황하의 퇴적물과 황토 고원의 황사가 쌓여 만들어진
황토 구릉이 이런 곳이구나 하는 것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큰 비라도 오면 산사태가 일어날 것 같은 황토산입니다.
양산 내원사 척판암에 가면
원효 대사가 산사태로 위태로운 종남산 운제사의 대중들을
구하기 위해 널판지를 던졌다는 널판지의 전설이 있습니다.
중국의 화엄사도 정말 비가 오면 산사태가 날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황토 고원에 굴을 파고 산다는 주거 공간인 요우동입니다.
옛날 이런 황토 고원에서 공부하고 수행했던 수행자는
저렇게 황토산에 굴을 파고 지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고 하는데,
이 곳 화엄 도량이 번성했을 때에는 이 곳 저 곳에
저렇게 황토굴을 파고 화엄경과 화엄 사상에 대한 사색을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머리 쥐나게 공부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3. 의상 대사와 현수 법장 스님
운주사에서 나온 <현수 법장 연구>라는 책이 있습니다.
우리 나라 의상 대사의 사제(師弟)로
'중국 화엄 교학의 완성자'라는
현수 법장 스님의 화엄 사상에 대해 다룬 책입니다.
현수 법장 스님은 화엄 사상을 사유하며
의문이 드는 부분은 사형인 신라의 의상 스님께
사람을 보내어 편지로 견해를 물어 보았다고 합니다.
의상 대사는 중국 당나라에 유학하여 화엄의 가르침을 배울 때
스승인 지엄 화상이 있던 종남산 지상사에 주로 머물렀다고 합니다.
현수 법장 스님도 의상 대사와 함께 지상사에서 공부했습니다.
사형 사제지간인
의상 대사와 현수 법장 스님은 지상사에 주석했지만,
화엄 종찰인 화엄사를 자주 오가며 방문하셨겠지요?
두 분이 화엄사에 오시면 저 황토 토굴방에 머무셨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몰락한 종갓집 같은 중국 화엄사 도량
화엄사 입구에는
'대화엄사'라는 현판이 걸린 삼문이 있습니다.
우리 나라 지리산에 있는 구례 화엄사도 생각나고,
일본 나라의 대화엄사인 동대사도 생각났습니다.
대승 불교 최고봉의 불교 교학을 꽃피운 중국 화엄종의 종찰이
몰락한 종갓집처럼 너무나 옹색한 모습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안타깝고 가엾게 느껴졌습니다.
이것이 현재 중국 불교의 현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최근 들어 폐사지를 보수하며 도량 불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5. 화엄 조사 부도탑
화엄사에는 탑 2기만 남아 있습니다.
아랫쪽의 큰 부도탑은 화엄종의 초조인 두순 스님,
윗 쪽의 작은 부도탑은 4조 청량 징관 스님의 부도탑이었습니다.
화엄 교학을 완비한 2조 지엄 화상과
3조 현수 법장 스님의 부도탑은 볼 수 없었지만,
이 두 분의 부도탑도 이 곳에 있다고 생각하고 예배를 올렸습니다.
중국 정부에서 관광지로 관리하는 대안탑이 있는
장안 대자은사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어수선한 모습입니다.
도량을 지키고 수호하는 중요성에 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재나 법난 등의 사태로 근본 도량이
무너지는 상황이 온다 하더라도
그 후학 중 누군가는 돌아와 이 근본 도량을
지키고 가꾸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화엄종의 두 조사들의 부도탑이 아직까지 남아 있으니
지금 불사를 하고 있는 화엄사도 잘 정비되고 결계가 지어졌서
대승 불교의 꽃이라고 하는 화엄의 도량이 잘 장엄되어지기를 기원해 보았습니다.
6. 중국 화엄종 초조, 두순 스님 부도탑
장안 출신으로 종남산 화엄사에 머물면서
<법계관문(法界觀門)>이라는 '화엄관법'을 수행했다는 화엄의 초조 두순 스님.
진공관(眞空觀), 이사무애관, 사사무애관의
3가지 화엄 관법을 이 곳에서 수행하면서
화엄 교학과 수행 토대를 쌓았던 두순 스님의 향기를 잠시나마 느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순 스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2조 지엄 화상에 의해
의상 대사와 법장 스님이 배출되어 우리 나라와 중국의 화엄 교학이 꽃피울 수 있었습니다.
화엄 교학으로 인해 우주 법계의 중중 무진연기에 다가갈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었으니 초조 두순 스님께 감사의 예를 올렸습니다.
7. 종남산
화엄사에서 바라본 종남산입니다..
넓은 관중 평야 남쪽에 우뚝 솟은 종남산은
마치 불보살님께서 품을 벌려 안아 주시는듯 했습니다.
화엄사 도량은 비록 무너졌지만,
그 곳에서 바라본 종남산 전망은
포근하고 따스하고 시원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전망의 화엄사에 앉아
종남산을 바라보며 화엄 관법을 하고 있으면
법계에 들어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 화엄사를 내려오며
탑 두 개만 남은 화엄종찰 화엄사를 보고
안타까움을 느끼며 돌아선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뻬이징의 나비의 날개짓이
뉴욕의 태풍의 인연이 될수도 있다는
중중 무진연기하는 법계에서는 화엄사를 본 작은 인연이
마치 나비 효과처럼 큰 태풍으로 전개될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입니다.
1400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화엄 조사들의 숨결이 남아 있는
유서 깊은 도량을 참배했다는 자체로 의미있고 가치있는 화엄사 순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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