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인물사(5) - 신라 불교의 새벽별, 원효 대사(5) - 무애>
원효 대사는 요석 공주와의 인연을 계기로 승복을 벗어던졌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세속인이 되어
'소성 거사(小姓 居士)'라 자칭하며 민중들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는 과감하게 당시 귀족 불교에 대해 인연을 끊고,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밑바닥 민중들과 어울렸습니다.
이러한 원효의 삶은 <삼국유사> 등의 기록이나,
아니면 여러 가지 설화들로 각색되어 전설이 되어 남아 있습니다.
<삼국유사>에서는 이러한 원효의 삶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그리고 있습니다.
*****
원효는 광대처럼 바가지를 두드리면서
자라처럼 몸을 움츠리고 곱사처럼 등을 굽히며
두 소매를 휘젓고 다리를 세 번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춤을 추면서
"모든 것에 걸림이 없는 사람이라야
단번에 생사를 벗어날 수 있다네
(일체무애인 一切無碍人 일도출생사 一道出生死) "
라고 하는 <화엄경>의 사상을 담은
해방과 자유의 노래인 <무애가>를 부르고 다녔다.
<삼국유사>
*****
즉, 문자를 모르는 민중들을 위해
원효 대사는 누구나 즐겁게 부르고 출 수 있는 노래와 춤으로
불교의 이치를 쉽게 말하고 설명함으로써
일반 민중들을 제도하는 방편으로 사용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고통받는 민중들에게 자유와 해방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옛 고구려, 백제 땅까지 "천촌만락(千村萬洛)"을 돌아다니며
이 노래를 퍼트리고 춤추며 돌아다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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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마춤과 무애무
예전에 이슬람 신비주의 수피즘의 춤인
<세마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세마춤은 13세기 "잘랄레딘 루미"라는
페르시아 출신의 이슬람 종교인에 의해 고안된 춤입니다.
그의 가르침에 따라 이러한 춤을 추는
사람들의 교단을 "메블라나 교단"이라고 합니다.
이슬람교는 경전인 코란의 오역 방지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아랍어로 된 문자로만 기록, 독송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아랍권 이외에 전파된 지역의 경우
코란의 가르침은 지식인들의 전유물이었고
아랍어를 모르는 일반 민중들이 어려운 코란의 가르침을 통해
하나님 알라를 만나는 것은 어려웠다고 합니다.
이들이 어려운 코란의 가르침을 통해
하나님 알라를 만나는 것 아니라,
실천적 명상과 체험을 통해
하나님 알라로 나아가기 위해 고안된 춤이 바로 세마춤이라는 것입니다.
하얀 치마옷을 입고 머리를 약간 기울이고
한 손은 하늘을 다른 한손은 땅을 향하며
시계 반대 방향으로 계속 돌아가며
눈을 지긋히 감고 마음을 열어 하나님 알라로 다가가기 위한 춤을 춥니다.
이러한 <세마춤>을 보면서
원효 대사가 대중들에게 춤을 추며
무애가를 부르며 돌아다닌 것이 연상이 되었습니다.
2. 진리의 춤
원효의 춤이 상징하는 것은
단순한 쾌락의 춤이 아닌,
<세마춤>과 같이 진리를 상징하는 춤이었을 것입니다.
다리를 세번 들었다 놓았다 하는 것은
삼계로부터 벗어난다, 윤회의 세계로부터 벗어난다는 의미입니다.
두 소매를 휘젓는다는 것은
한 손은 번뇌, 한 손은 보리을 상징하며
번뇌와 보리가 둘이 아닌 불이(不二)의 진리를
상징하는 몸짓은 아니었는가 생각합니다.
원효 대사는 세마춤의 창시자처럼
당시 민중들의 애환을 풀어주던 곱추춤과
노래를 보면서 이러한 춤과 노래에 착안했다고 생각합니다.
글자를 모르는 민중들에게 이론이 아니라
실천으로 부처님께 다가가고 해방과 자유를 느끼게 하는
자비로운 수행 방편으로 창조한 것이 바로 무애무와 무애가였다고 생각합니다.
원효 대사는 이러한 무애무와 무애가를 통해
"해와 달을 머리에 이고 살면서도
어둠을 물리칠 줄 모르는 범부들"을 흔들어 깨우고자 하였습니다.
무애와 해방이 대긍정과 결핍 없는 이들이 느낄 수 있는 세계라면
원효 대사는 무애가와 무애무를 통해 해와 달이라는 밝음을 항상 가지고 있지만,
어둠을 물리칠 줄 모르는 중생들에게 환희와 해방을 선물해주고 싶어서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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