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강경(23) 제7 무득무설분(無得無說分) 4 - 무위법 >
왜냐하면 성인(聖人)들은 무위법(無爲法)으로
다른 이들과 구별되기 때문입니다.
1. 우산과 짚신을 파는 두 아들을 둔 어머니
우산과 짚신을 파는 두 아들을 둔 어머니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머니에게 두 아들은 똑같이 사랑스럽고 소중한 자식입니다.
그런데, 비가 와야 우산이 팔리고,
비가 오지 않아야 짚신이 팔립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항상 우울하고 걱정이 많았습니다.
비가 오면 짚신 파는 아들이 돈 못벌까 걱정스럽고,
날이 맑으면 우산 파는 아들이 돈 못벌까 걱정스러웠습니다.
이를 본 어떤 사람이 말했습니다.
"당신은 바보인가?
비가 오면 우산 파는 아들에게 좋은 일이고,
날이 맑으면 짚신 파는 아들한테 좋은 날 아닌가?"
날마다 좋은 날인데 근심과 걱정으로
번뇌가 들끓으니 이 무슨 꼴이오?
제발 정신 차리시오."
'유위법(有爲法)'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바로 저 어머니처럼 생각하는 패턴을 말합니다.
어머니가 걱정이 많고 우울하고 슬픈 것은
욕심이 많기 때문입니다.
욕심은 단순히 자기 분수에 벗어나게 물건을 탐하는
그러한 측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생각에만 사로잡혀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려 하고,
억지를 부려서 되게끔 하려는 것도 욕심의 한 측면입니다.
욕심 많은 어머니에게 백약이 무용이고,
머리는 항상 복잡하고 걱정으로 가득합니다.
이러한 어머니의 걱정을 '자비'라고 하지 않고,
'청승'이라고 합니다.
2. 무위법
그렇다면 '무위법 (無爲法)'은 무엇일까요?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함이 없는 법'입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무위법이 아닙니다.
무위법은 욕심과 꾸밈과 억지가 없는 것을 말합니다.
무위법은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보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비가 오면 우산 파는 아들이 돈버는 것이 좋고,
짚신 파는 아들이 휴식을 취해서 좋고
오랫만에 짚신파는 아들 집에 놀러 가서
모자간의 정을 나누며 놀 수 있어서 좋은 것입니다.
이렇게 살 수 있다면 날마다 좋은 날입니다.
그러면 문자 그대로 '일일시호일(一日是好日)'입니다.
하루 하루가 좋은 날입니다.
어머니의 어리석음이,
한쪽으로만 치우친 눈이
자신도 번뇌에 들끓게 만들고
아들까지 그런 어머니를 보며 걱정하게 만듭니다.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지혜롭게 통찰하여
자신과 아들이 함께 좋게 살수 있는 길을 '무위법'이라고 부릅니다.
성인들은 욕심과 꾸밈과 억지가 없는 무위법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입다.
성인들은 여행을 떠나면 집에 있는 자식을 그리워하고,
집에서 가족에 치이면 밖에 홀로 떠나는 일탈의 삶을 꿈꾸는
미친 짓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만이 진리이고,
이것만이 옳은 가르침이라고
억지를 부리지 않고 애써 분란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3. 성인(聖人)
불교의 성인들은
이것 저것 따지는 분별심을 버리고
억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걱정과 근심 없이
물처럼 바람처럼 자연스럽게 지극한 도를 행하신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무위법은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는 식의
무분별적이고 순응적인 삶과는 다른 것입니다.
성인들은 욕망과 억지를 부리지 않은 상태에서
지혜롭게 세상을 통찰할 수 있는 두 눈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말 아파해야 할 중생의 아픔에는 아파할 줄 알고,
사랑해야 할 사람은 사랑할 줄 알고,
칭찬해야 할 일에는 칭찬할 수 있고,
정의롭지 못한 세상에는 분노할 줄 아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인은 무위법 속에서 차별이 있다는 것입니다.
즉, 성인은 무위법 속에서
사랑과 슬픔과 아픔과 분심을 갖고 살아가신다는 의미입니다.
어떻게 이와 같은 성인의 삶을 살 수 있을까요?
금강경의 가르침은 억지로 무언가를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떤 위대한 가르침이나 깨달음의 특별한 법이 있어서
가능하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마음을 비우라는 것입니다.
욕심과 억지와 거짓에서 나오라는 것입니다.
상에 집착하지 않고
여우같이 이것 저것 따지는 분별심에서 벗어나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이 근본이 되니
욕망과 꾸밈과 억지가 없도록 마음공부를 잘 하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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