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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

금강경(32) 제10분 장엄정토분(藏嚴淨土分) 2 -수기

by 아미타온 2024. 4. 14.

<금강경(32) 제10분 장엄정토분(藏嚴淨土分) 2 -수기>

 

<지리산 대원사>

 

수보리가 대답했다.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옛날 여래께서 연등불의 가르침을 받았을 때,

아무 것도 얻은 것이 없습니다."

 

<지리산 대원사(산청)>

 

1. 외형과 간판

 

부처님의 의도를 알아챈

수보리 존자는 "없습니다."라고 말씀합니다.

 

우리는 어떠한 존재의 위대성을

그 사람의 외형이나 자격증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의사가 있다고 했을 때

흰 가운을 입은 의사의 외모나 의사라는 자격증을 보고

"저 의사는 정말 훌륭해",

"내 자식도 저런 멋진 의사를 만들고 말테야." 이러한 식으로 바라봅니다.

 

그러나, 우리가 정말 보아야할 것은 무엇일까요?

 

저 의사가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구제하겠다는 자비심이 충만한 사람인지를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돌보겠다는 원을 갖고 살아가는 의사인지를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 원을 이루기 위하여 얼마나 열심히 노력해서 의사가 되었고

지금도 계속 정진하고 있는가 라고 하는 면을 보아야 할 것입니다.

 

즉, 저 의사가 "무슨 존재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고 있는가?"라는 측면을 바라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의사가 환자를 상대로 돈을 벌겠다는 의도를 갖고

환자의 안위는 개의치 않고 돈되는 시술만 하여

환자를 어렵게 만드는 의사라면 의사라고 불러서는 안 됩니다.

 

의료 장사꾼이라고 불러야 할 것입니다.

 

의사를 외관만 보고서, 그 간판만 보고서

의사라고 한다면 이것은 의사를 바로 보는 것이 아닙니다.

 

<대원사 원통보전>

 

2. 진정성 있는 정신적 가치

 

부처님과 수보리 존자의 이야기는

이러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등 부처님이 선혜 행자에게 준 확약인

수기와 같은 그 무엇이 있기 때문에 부처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선혜 행자가 연등 부처님의 수기대로

훗날에 석가모니 부처님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부모님이 남겨준 재산과

바라문으로의 지위도 버리고

구도의 길을 나선 진정성 있는 구도의 열정과

부처님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몸마저

던질수 있는 살아있는 믿음과 공양의  정신 때문입니다.

 

그러니 '수기'를 떠나서

선혜 행자가 어떤 삶을 사셨는지 그것을 보라는 말씀입니다.

 

수보리 존자가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다."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여래가 연등불 아래에서 얻은

그 무엇이 과연 있다는 말이냐?"에 대한 강한 부정의 뉘앙스인 것입니다.

 

<지리산 대원사 계곡>

 

3. 육조 혜능 스님의 의발

 

육조 혜능 스님의 전기를 보면 다음의 장면이 나옵니다.

 

육조 혜능 스님이 스승인 5조 홍인 대사로부터

깨달음의 증표인 의발(가사와 발우)를 전수받았습니다.

 

그러자, 그 의발을 차지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육조 혜능을 붙잡아

그 의발을 빼앗기 위해 추격합니다.

 

의발을 빼앗기 위해 욕심을 부리거나,

의발과 간판을 추구하는 사람이 되지 말라는 것입니다.

 

육조 혜능이 깨달음을 얻은 과정을 통찰해서

자신도 그렇게 노력하라는 것과 동일한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