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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법구경(49) 두 친구 시리굿따와 가라하딘나 이야기(1)

by 아미타온 2024. 4. 30.

<법구경(49) 두 친구 시리굿따와 가라하딘나 이야기(1) >

 

<용인 호암미술관 희원>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시리굿따와 가라하딘나와 관련하여 게송 58번을 설법하시었다.

사왓티에 가까운 친구 사이인 시리굿따와 가라하딘나가 살고 있었다.

 

사리굿따는 부처님을 따르는 재가 신자였고,

가라하딘나는 나형 외도 니간타 나타뿟타를 따르는 한 니간타스의 신자였다.

 

그 니간타스는 제자인 가라하딘나에게 자주 말했다.

“너는 왜 너의 친구 시리굿따에게

‘너는 무엇 때문에 고타마(부처님)를 자주 찾아가느냐?

도대체 그에게서 무얼 얻겠다는 거냐?' 고 말하지 못하느냐?

너는 왜 너의 친한 친구를 설득하여 우리를 찾아와 공양케 하지 못하느냐?”

그래서 가라하딘나는 스승이 이른 대로 여러 차례 시리굿따에게 그 같이 말해 보았다.

그런데 시리굿따는 친구의 말을 듣고도 못 들은 척 대답하지 않다가

친구가 하도 극성스럽게 졸라대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너는 자주 나에게 말하기를 네가 고타마를 찾아가서 무엇을 얻고자 하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네 스승을 찾아가서 공양을 하라고 조른다.

그렇다면 내가 묻겠다.

친구여, 도대체 네 스승은 무엇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그런 질문이라면 내가 대답해 주지.

그분들은 실로 모르는 것이 없다네.

그분들은 과거의 일, 현재의 일, 미래의 모든 일을 모두 알고 계시지.

또한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도 다 알고 계신다네.
그 뿐이 아니라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또 일어나지 않을 것인지도 그분들은 모두 알고 계신다네!“


“믿을 수 없는데!”

 

“아니야, 그건 사실이야.”

 

“그래? 그렇다면 나는 아주 큰 잘못을 저질렀군그래.

지금까지 나는 그런 위대한 스승이 계신다는 걸 몰랐네그려.

자넨 왜 진작에 그런 스승이 계신다는 걸 알려 주지 않았나?

난 그 훌륭한 스승들을 우리 집에 초청하여 공양을 올리고 싶네.”

 



이렇게 되어 시리굿따는 니간타스들을 초청하기로 되었다.

그래서 가라하딘나는 니간타스들에게 그의 초청 의사를 전했고,

니간타스들은 매우 기뻐했다.


한편 시리굿따는 그들을 초청해 놓고 다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의 집은 아주 컸고 이웃집과 꽤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그는 이 공간에 구덩이를 파고 그 속에 대변과 소변을 잔뜩 채워 넣었다.

 

그런 다음 구덩이 양쪽 끝에 말뚝을 박아 줄을 매고

그 위는 하얀 천으로 덮어 두었다. 

 

그리고 거기에 의자들을 여러 개 놓되

의자의 앞다리는 웅덩이 앞에 놓이게 하고,

뒷다리는 천으로 덮은 구덩이 위에 살포시 얹어 두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의자에 앉으면

힘을 받지 못하는 의자가 뒷다리 쪽으로 쓰러지면서

의자에 앉은 사람들을 모두 웅덩이에 곤두박질하게끔 해두었다.

 

또 그는 큰 단지와 항아리에

나뭇잎과 바나나 잎 등을 넣어 속을 채우고

그 위에 하얀 천을 덮어서 음식처럼 보이게 했다.

그리고 약간의 진짜 음식도 준비해 두었다.

이튿날 아침에 가라하딘나는 시리굿따네 집을 찾아와

스승들을 위한 음식이 잘 준비되고 있는지 물었다.

 

시리굿따는 잘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 그 음식을 좀 보자고 하므로 시리굿따는

항아리와 단지에 있는 약간의 진짜 음식을 보여 주었다.

 

가라하딘나는 잘됐다고 치하하고,

스승들을 모시기 위해 떠났다.

마침내 많은 니간타스들이 왔다.

시리굿따는 집 앞에 나가 니간타수들을 마중하면서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당신들은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일을 안다지?

당신들의 제자가 내게 그렇게 말했소.

당신들이 정말로 그렇게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잘 안다면

내가 무엇을 준비했는지도 알 테지.

그러면 당연히 내 집에 들어오지도 않았을걸.

만약 당신들이 내가 준비해 둔 게 무언지도 모르고 내 집에 들어온다면

나는 대변과 오물로 범벅이 된 웅덩이에 당신들의 머리를 처박겠다.’

 



이미 그는 용의주도하게도 하인들에게 여러 가지 지시를 내려놓고 있었다.

시리굿따는 니간타스 수행자들을 준비된 장소로 안내했다.

 

그러자 그들은 주인의 안내에 따라 들어오더니 제각기 의자에 앉으려고 했다.

이때 시리굿따가 말했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아직 앉으셔서는 안 됩니다.”

 

“왜 그러오?”

 

“스승님들께서 저희 집에 오셨으면

저희 집 예절에 따라 주시는 것이 옳지 않겠습니까?

스승님들께서는 각기 준비된 의자 앞에 서 계시다가 동시에 자리에 앉아 주십시오.”

시리굿따는 한 사람이 먼저 구덩이에 빠지는 것을 보고

다른 사람이 구덩이를 피할까봐 이렇게 말한 것이었다.

그것을 모르는 니간타스들은 주인의 부탁이니만큼 그러자고 했다.

 

이윽고 니간타스들이 의자 앞에 줄을 지어 섰고,

시리굿따의 하인은 때를 보아서 “자, 앉아 주시지요.”하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니간타스들은 의자의 뒷발이 기울어지는 것과 동시에 

오물구덩이 속으로 빠져 버렸다.

 

시리굿따는 즉시 대문을 잠그게 하여 그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하는 한편

하인들을 시켜 나오는 니간타스들을 마구 두들겨 패 주었다.

 

그러면서 “옳지! 당신들은 미래의 일을 잘도 아는군!”하고 야유했다.

 

그렇게 실컷 혼을 내 준 다음 이제는 됐다 싶을 때

시리굿따는 문을 열어 그들을 내보내주었다.

 

그들은 도망을 치긴 했지만

이번에는 시리굿따가 미끄럽게 해둔 길 위에서

넘어지고 미끄러지는 일대의 수모를 겪었다.

 

그들이 길 위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은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진풍경이었다.

 

니간타스들은 “이놈! 네가 우리를 망신시키다니!”하며

입으로만 소리소리 지를 뿐이었다.

 

“너는 나를 망신시켰다!

너는 내가 존경하는 스승들을 오물에 빠뜨렸고,

막대기로 때렸단 말이다!

네가 그분들을 잘 공양하면

나는 여섯 곳의 천상으로부터 복을 받게 되어 있는데

네놈이 그걸 모두 망쳐 버렸단 말이다!”

 

 

가리하딘나는 시리굿따에게 이렇게 말하고

곧 왕에게 탄원하여 시리굿따로 하여금 천 냥을 배상케 해달라고 청했다.

 

그래서 왕은 시리굿따를 불러들었다.

시리굿따가 왕에게 말했다.

 

“대왕이시여!

벌금을 부과하기 전에 이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는 것이 마땅합니까?

아니면 조사 없이 바로 부과하는 것이 마땅합니까?”

 

“먼저 조사하는 것이 마땅하다.”

 

시리굿따는 그간의 경과를 자세하게 왕에게 이야기하고 나서 말했다.

 

“자, 전말은 이러합니다.

저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되신다면 벌금을 부과하십시오.”

 

왕이 가라하딘나에게 물었다.

 

“시리굿따가 내게 한 말이 모두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그러자 왕이 판결했다.

 

“가라하딘나여!

그대의 스승은 많이 알지 못하는데도

너는 어찌하여 저 사람에게 그대의 스승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는가?

그대는 그대 스스로 자신에게 벌을 줌이 마땅하니라.”

이렇게 말한 뒤 왕은 도리어 가라하딘나에게 벌을 주었다.

이렇게 되어 가라하딘나는 왕으로부터 처벌까지 받자 분함을 못 이겨

자기 집에서 머물고 있는 니간타스 수행자들을 모두 내쫓아 버렸다.

 

가라하딘나는 이 사건 때문에 몹시 화가 났기 때문에 

보름간을 두고 시리굿따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런 끝에 그는 자기도 시리굿따가 따르는 불교 교단의 비구들을

혼내 줌으로써 보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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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거짓

 

자기 무덤을 자기가 판다는 말이 있습니다.

수행자는 거짓되면 안되는 것입니다.

 

그만한 수행의 과위가 없으면서도

자신이 그만한 과위를 얻었다고 하는 것.

 

자신이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했으면서

알았다고 깨달았다고 하는 것.

 

수행자에게는 이러한 거짓의 과보가

일반 사람들의 거짓말의 과보보다 훨씬 크다고 합니다.

 

이번 법구경 이야기는 그 과보가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한 단적인 예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무덤을 자기가 피듯이

자신들이 미래의 모든 일을 다 안다는 거짓의 무덤을 판 과보로

자신들이 판 그 무덤 속으로 스스로 들어가는 일이 생기는 것입니다.

 

똥을 뒤집어쓰고 거리에서 미끌어지며

자신의 자존심의 상처도 상처지만,

누구에게도 동정을 받지 못하고 

세상 사람들의 비난과 비웃음을 한 몸에 받게 되는 것입니다.

   

니간타스들은 자신들이 미래의 모든 일을 다 안다고 했습니다.

시기굿따는 니간타스들을 과감하게 시험대에 올렸습니다.

 

'그래... 너희들이 그러한 능력이 있는지 한번 시험해보자...'

 

니간타스들은 이 시험에 아주 된통 당하고 말았습니다.

 

개그 콘스트에서나 등장할만한

재미와 망신을 당한 시험 결과였는데,

니간타스와 니간타스를 후원하는

그의 친구 입장에서는 얼마나 치욕의 순간이었을까요?

 

그들이 수행자가 아니라 사기꾼이라는 것이

이 시험을 통해서 온 세상에 투명하게 드러나고 만 것입니다.

 

 

 

2. 명리

 

대승 보살의 계율에 대해 설한 

법망경 보살계의 48경계 중 18번째 계율에 다음 대목이 나옵니다.

 

"명예와 이익을 탐하여

아는 것 없이 스승이 되려고 하는 자는

스스로를 속이고 남을 기만한 것이므로

계율의 공덕을 잃고 죄업만 얻게 될 것이니

아는 것 없이 스승이 되려고 하지 말라."

 

자신이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담백하고 솔직한 수행자의 모습입니다.

 

반대로 명리를 탐하여 거짓된 수행자는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파서

자신도 망하고 세상의 비난을 받는 과보가 따른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법구경의 일화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