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51) 왕과 가난한 남자의 아내 이야기(2)>
왕은 자기가 살고 싶은 욕심에
이 브라만의 이야기를 당장 이 일을 착수시켰다.
그러자 그 준비 때문에 온 사왓티 성 내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시민들은 통곡하고 부르짖으며 아우성쳤다.
마치 이 세상이 끝나는 것 같은 혼란이었다.
빠세나디 왕비 말리까는 그런 소란을 보고
당장 왕에게 찾아가 물어 보았다.
“대왕이시여,
도대체 대왕께서는 지금 올바른 정신을 가지고 계십니까?”
“왕비여, 당신은 내가 지금 독사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아는 거요, 모르는 거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간밤에 나는 이러저러한 소리를 들었소.
그래서 브라흐만을 불러 그 이유를 물어 보았는데,
그의 대답은 이렇게 하라는 것이었소.”
왕비가 탄식 했다.
“대왕이시여, 대왕은 참으로 어리석습니다.
대왕께서는 늘 장담하시기를
나는 비구들에게 얼마든지 음식을 제공할 수 있으며,
또 많은 백성들에게도 음식을 실컷 제공할 수 있어서
왕국이 둘이라고 해도 충분히 다스릴 수 있다고 하시더니,
지금 하시는 행동을 보면 그런 장담을 의심하게 됩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대왕께서는 남의 생명을 희생해서
인간의 생명을 구한다는 소리를 들어 본적이 있으십니까?
그 어리석은 브라흐만의 말만 믿고 이런 짓을 하시나요?
그 때문에 죄 없는 많은 중생들을 이렇게 죽이시려는 건가요?
대왕이시여, 가까운 수도원에 인간과 천신들 가운데서 가장 위대하시며,
한량없는 지혜를 갖추시어 과거. 현재. 미래를 통찰하시는 부처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그분께 가셔서 충고를 받으시도록 하십시오.”
이 같은 말리까 왕비의 충고를 받고 정신을 차린 왕은 곧 수도원으로 향했다.
그렇지만 그는 아직도 죽음에 대한 공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수도원에 도착하자 부처님께 공손히 인사를 드린 다음
입을 다문 채 한쪽에 쭈그리고 앉았다.
부처님께서 물으시었다.
“대왕이여, 어떻게 이곳에 오셨소?”
그러자 왕은 대답이 없고
말리까 왕비가 그간의 이야기를 사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이야기를 다 들으신 다음
잠시 침묵하신 뒤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대왕이여, 너무 두려워하지 마시오.
그것은 당신이 죽으리라는 조짐이 아니오.
대왕이 들은 그 소리는 악행을 범한 자들이
지옥의 고통 속에서 울부짖는 소리였소.”
“부처님이시여, 그들이 무슨 짓을 했기에
그런 비명을 지르는 것입니까?”
이에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
까마득한 옛날 까싸빠 부처님께서
많은 비구들을 거느리시고 여행을 하시다가
베나레스(바라나시)에 도착하시자 사람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음식을 공양 올렸다.
이때 베나레스의 큰 부자에게는 아들 네 사람이 있었는데,
그들은 각기 수억에 달하는 황금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때 이들은 한 자리에 모여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들의 집에는 각기 많은 재산이 있다.
자, 우리는 이 재산을 어떻게 쓰면 좋을까?”
한 사람이 말했다.
“마침내 위대한 정각자께서 우리 도시에 오셨다.
우리는 그분을 따라 다니면서 공양도 올리고 여러 가지 공덕도 짓자.
그리고 계행도 청정하게 지키기로 하자.”
그러나 이 제안에 동의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그중 한 사람이
“무슨 애기! 우리는 실컷 마시고 먹으면서 이 인생을 즐기는 거다!”
라고 말했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다! 우리는 향기로운 쌀밥과 최고의 요리를 먹으면서 지내자.”
“그래.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주야로 먹으면서 지내는 거야.”
하고 의논을 하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한 사람이 말했다.
“그렇지만 먹는 것만으로는 너무 시시하다.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것은 여자와 더불어 노는 거다.
여자들이란 돈만 주면 못하는 짓이 없다.
그러니, 남편이 있는 여자라도 예쁘기만 하다면
돈을 주고 유혹을 해서라도 즐기도록 하자.
그게 가장 스릴이 있을 것 같다.”
그러자 이에 모두들 찬성했다.
이로부터 그들은 아름다운 여자를 만나면
돈으로 환심을 사서 정을 통하면서 재산과 시간을 낭비했다.
그 뒤 그들은 죽어서 아비 지옥에 태어나
이루 헤아릴 수 없이 긴 세월 동안 극심한 고통을 겼었다.
그렇게 하고도 죄는 다하지 않아서 그들은
다시 태어났다가 죽기를 되풀이하면서 계속해서 지옥에 가서 고통을 당했다.
그들이 지옥에 가서 빠진 쇳물이 끊는 가마솥은 깊이가 60요자나인데,
그 바닥에 빠졌다가 밖으로 솟아오르는 시간이 수십 년이나 결렸다.
그들이 그렇게 솥밖으로 얼굴을 내미는 동안 게송 한 편을 읊으면
모든 고통이 가시기 때문에 그들은 그때를 기해서 게송을 외려 하지만
겨우 게송의 첫 글자를 외는 사이에 그들은 다시 쇳물 속으로 들어가곤 하는 것이다.
~~~~~~
이 이야기를 해주신 다음 부처님께서는 빠세나디 왕에게 물으시었다.
“대왕이여, 대왕이 처음에 들은 소리가 무엇이었소?”
“두(Du)였습니다.”
그것은 그 게송의 첫 글자였다고 부처님은 말씀하시고,
게송의 나머지 끝부분을 이렇게 가르쳐 주시었다.
두(Du).
우리가 행한 악한 일은 이것.
우리는 우리가 가진 재산을 누구에게도 주지 않았고
우리의 재산을 참답게 쓰지 못했네.
부처님께서는 왕이 들은 다른 말들의 의미도 가르쳐 주시었다.
사(Sa)
우리는 이미 끓는 쇳물 가마 지옥에서만 육만 년을 보냈다.
아아, 우리가 이곳을 벗어나는 때는 언제일까?
나(Na)
우리가 범한 이 모든 악행의 업보는 끝이 없을 것 같구나.
언제나 이 고통은 끝나는 것일까?
소(So)
이곳으로부터 내가 다시 인간으로 태어난다면
나는 계행을 잘 지키고 착한 행동을 하며
사람들에게 가진 것을 널리 베풀리라.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각 게송을 완성시키고
그 깊은 의미를 설명 하신 다음 빠세나디 왕에게 말씀하시었다.
“대왕이시여, 그들 네 사람은 이 게송을 모두 읊기를 원하나
첫 글자만을 중얼거리다가 이내 다시 끓는 물속으로 빠져드는 것이오.”
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매우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스스로 생각했다.
‘나는 참으로 아주 무서운 악행을 저지를 뻔 했구나.
저들 네 사람의 업보는 까싸빠 부처님 때부터
고따마 부처님 때가 되도록 끝나지 않고 있으니
그것은 실로 얼마나 길고 무서운 것이냐?
그러고도 그들의 고통은 다하지 않고 있다.
나 또한 남의 아내를 욕심내는 마음을 품음으로써
지난밤에 한숨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나는 이 시간 이후부터 다시는 이런 생각을 품지 않으리라.’
그는 부처님께 자기의 소감을 사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어젯밤 저는 잠 못 이루는 자에게
밤이 얼마나 긴 것인가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때 왕에 의해 죽을 뻔했던 여인의 남편이
그 옆에서 왕의 말을 듣고 있다가 이렇게 한마디했다.
“부처님이시여,
지금 왕께서는 잠 못 이루는 자에게
밤이 얼마나 긴 것인가를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피곤한 자에게 있어서
1요자나의 거리는 얼마나 먼 것인지를 깨달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두 사람의 말을 합쳐서 이런 게송을 읊으시었다.
갈망으로 잠 못 이루는 사람에게 밤은 길고
피곤한 여행자에게 1요자나의 길은 참으로 멀어라.
참된 가르침을 모르는 어리석은 자에게
생사 윤회의 길은 한없이 길도다.
이 법문을 들은 빠세나디 왕은
희생하기 위해 잡아온 모든 생명들을 놓아 주었고,
성 내의 사람들은 말리까 왕비를 높이 찬탄하고 존경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아내를 둔 사나이는 수다원 과를 성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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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사윤회의 먼길
이번 법구경의 게송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게송입니다.
"잠못 드는 이에게 밤은 길어라.
피곤한 이에게 갈 길은 멀어라.
진리를 모르는 어리석은 이에게
생사 윤회의 길은 길고도 멀어라."
불자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이 게송이
여인에 대한 욕망에 불타서 잠못 이루었던 빠세나디 왕과
아내를 지키기 위해 먼 길을 힘겹게 걸었던 남편의 일화에서
나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 스토리를 안다면 이 게송의 의미가 무슨 의미인지
더욱 깊이 공감이 가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빠세나디 왕은 백성의 아내를 취하고
싶은 욕망에 잠을 이룰 수 없었고
그 욕망이 도화선이 되어 괴상한 소리의
환청의 무서움에 잠을 이룰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두려움과 괴로움을
부처님께 상의하지 않고 브라만에게 상의하였으며
자신의 목숨을 잃는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살육을 하여
제사를 지내자는 그릇된 제식에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많이 배웠다고 하지만
자신의 욕망에 잡히고 자기 살기에 바쁘면
계율에 대한 가르침도 다르마에 대한 가르침도 모두 날라가 버리고
부처님에 대한 귀의도 다르마에 대한 귀의도 되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똥오줌을 못가리고
자기 살기 위해 악업도 서슴지 않고 행하는 빠세나디 왕의 모습에서
평소에 욕망으로부터 자신의 마음을 잘 관리하고 마음챙김하는 수행이 되어 있지 않다면
우리도 저러한 어리석은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행과 공부의 성과는 평소에도 우리를 평안과 행복으로 이끌어주지만,
특히 죽음의 순간이나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죽음의 순간이나 위기 상황에 직면하여
자신이 얼마나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고
다르마에 대한 귀의가 되어서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가가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 스승과 도반
그리고, 이러한 순간에도 자신을 이끌어줄 수 있는 존재는
훌륭한 스승과 도반입니다.
빠세나디왕이 부처님과 말리카 왕비라는 스승과 도반이 없었다면
욕망과 두려움과 어리석음의 수렁에서 계속 헤매이며 괴로움을 겪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훌륭한 스승과 도반이 존재하였기에
바른 가르침을 받아 괴로움에서 해방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빠세나디왕이 들었던 소리에 대해 부처님께서는
"도는 맛좋은 도너스.. 레는 레코드의 레..."하는 식으로
함부로 살생을 하고 여자를 성적 놀이개로 삼은 사람들에게
지옥에서 겪는 괴로움과 비탄과 후회의 소리였다는 것을 알려주셨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악업을 저지른 과보가 어떤 것인지를 왕에게 들려주시며
왕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애욕에 빠져 잠 못드는 왕과
자신의 아내를 지키기 위해 애가 타서 먼 길을 달려온 남편의 애타는 마음을
절묘한 비유와 게송으로 읊어 불법의 진리의 길로 인도해 주시는
부처님의 지혜의 방편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갈애와 집착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이들에게
생사 윤회의 고통의 길을 길고도 멀다는 것에 대해
참으로 깊은 통찰과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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