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39) 제12분 존중정교분(尊重正敎分) 2 - 경전 존중>
이러한 곳은 성지로 대우받는데,
하물며 이 경전을 외우고 수행하는 사람이랴!
수보리야, 그 사람은 얻기 힘든
심오한 경지를 터득한 사람임을 알아야 한다.
이 경전이 있는 곳은 어디든지
부처님 혹은 부처님의 위대한 제자들이 머무는 성지이니라."
1. 경전을 보는 자세
부처님께서는 금강경의 가르침에 의지하며
금강경의 가르침을 항시 수지하여 수행하고
남을 위해 일러주는 사람들에 대해 최고의 찬사를 보내고 계십니다.
부처님이 계시지 않는 시대인 말법 시대에
부처님의 법을 담고 있는 경전의 수지독송을 통해
정견을 세우고 공부하는 것은
"법을 보는 것이 곧 나를 보는 것이다."라는 말씀의 연장선 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금강경을 비롯한 경전들을 소중히 여기고
정견을 세우려는 노력을 부지런히 해야 합니다.
예전에 이제열 법사님이 지은 <수행으로 가는 길>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 '경전을 보는 자세'에 대한 말씀이 있었습니다.
"경을 보는 법을 후학에게 보여 알게 하고자 하니,
마땅히 삼업(몸과 말과 마음으로 짓는 업)을 맑게 하라.
삼업에 이지러짐이 없으면 백 가지 복이 함께 모인다.
첫째는 몸을 단정히 하고 바로 앉되
경전을 부처님이나 임금님을 대한 것처럼 존중하여 신업(身業)을 밝힐 것이요,
둘째는 경전을 읽는 도중 입으로 잡된 말이나 우스개 소리를 끊어 구업을 맑힐 것이며,
셋째는 경전을 새기는 그 뜻이 어지럽지 않고 난잡하지 않아
만가지 인연이 아울러 쉬어 뜻의 업을 맑힐 것이다.
속마음이 이미 고요하고 바깥 경계를 함께 버려야
바야흐로 경전이 깊은 뜻과 하나가 되어 진리를 규명하게 되니
비유하면, 물이 맑으면 빛이 어리고 구름이 흩어지면 달이 밝게 빛나는 것과 같도다.
이렇게 될 때 경전의 바다와 같은 뜻이
가슴에 용솟음치고 산과 같은 지혜가 귀와 눈에 역력할 것이다.
부디 가볍게 여기지 말라.
경전을 보는 것은 진실로 작은 인연이 아니니라."
(경훈(驚訓), 보령 용선사(保寧 勇禪師))
2. 법보
이 말씀에 비추어 본다면
경전을 공부하는 자체가
삼업을 맑히고 삼학(계,정,혜)를 닦는 일입니다.
앞의 말씀대로 경전(금강경)이 있는 곳은
부처님과 그 제자분들이 계시는 곳입니다.
그러므로 경전을 공부할 때는 부처님을 직접 뵙고
가르침을 듣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읽어야 합니다.
경전은 삼보 가운데 법보에 해당하는
귀중하고 성스러운 의지처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따라서, 전란의 와중에서도 팔만대장경을 만드신
우리 조상들의 피와 땀을 감사히 생각해야 합니다.
따라서, 위의 말씀은 역설적으로
경전에 대한 존중심이 없다면
독송을 제 아무리 한들 소용이 없다는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전을 존중하고 경전을 대할 때는
신구의 삼업을 청정하게 하고
소리를 내어 읽든 마음 속으로 읽든 읽을 때에
그 뜻을 깊이 음미하고 이해하여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아야할 것입니다.
'나'라는 아상과 집착과 환상을 깨뜨리는 삶이
부처님께서 말씀하는 바른 삶일 것입니다.
정견에 입각하여 금강경을 수지독송하는 것은
경전을 통해 부처님을 친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절에 가면 부처님께
삼배 인사만 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절은 부처님을 모신 곳이면서 불법을 설하는 곳입니다.
자신이 독송하는 경전을 정해서
부처님께 가르침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절에서 경전을 독송하고 나오는 것이 바른 종교 생활이라고 생각합니다.
큰 절을 세우는 불사 대신 경전을 공부하는 불사에 눈을 돌려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경전 존중의 바른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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