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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

금강경(43) 제13분 여법수지분(如法受持分) 4 - 티끌

by 아미타온 2024. 5. 23.

<금강경(43) 제13분 여법수지분(如法受持分) 4 - 티끌>

 

<부산 오륙도 앞 바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수보리야.

삼천대천세계에 작은 티끌이 많이 있느냐?"

"매우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수보리야, 여래가 말한 티끌은 작은 티끌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진실로 작은 티끌인 것이다.

또한 여래가 말한 세계는 사실 세계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이름하여 세계라 한다."

 

<오륙도>

 

1. 티끌 모아 태산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 사람들이 보기에 태산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입니다.

그리고, 티끌은 눈으로 보이는 가장 작은 최소 단위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가장 큰 것도 그 출발은

가장 작은 것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의미로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이 나왔습니다.

 

중국인의 태산처럼 인도인의 세계관에 의하면

가장 큰 것은 '삼천대천세계'였습니다.

 

그리고, 이 삼천대천세계를 부수면

결국은 무수한 미세한 티끌로 나뉘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오늘날 사람들이 모든 물질을 쪼개고 나누어가면

최소 단위인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가장 큰 세계 속에

가장 작은 티끌이 얼마나 많이 있느냐는 질문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수보리 존자는 당연히 가장 큰 세계 속에

가장 작은 티끌이 엄청나게 많이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왜 부처님께서는 '삼천대천세계'라는 큰 것과

'미세한 티끌'이라는 작은 것을 비유로 드시면서

'크다', '작다'는 말씀을 하시는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요?

 

우리 눈으로 보는 가장 작은 것이 티끌이고,

가장 큰 것은 세계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눈으로 보며 인식하는 것도

'크다', '작다'라는 절대화,고정화를 하면 안된다는

말씀을 하시려는 의도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을 배운 현대의 우리들은

과학적 지식 덕분에 옛날 사람들보다

이 가르침을 이해하기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아무리 작은 티끌도 나누어가면 무수한 원자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그 원자도 쪼개면 양성자, 전자 등 수많은 소립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편, 우리가 사는 지구가 넓고 크다 해도

광대한 우주에 비하면

정말 미세한 먼지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즉, 작은 티끌이라 해도 작다고 할 수 없고,

큰 세계라고 해도 크다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오륙도>

 

2. 일미진중함시방

 

<법성게>에는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 

일체진중역여시(一切塵中亦如是)"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나의 티끌 속에 시방 세계가 들어 있고,

일체의 모든 티끌 또한 그러하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는 서로 연기된 세계 속에서는

아무리 작은 것도 결코 소흘히 할 수 없고,

우주와 같은 나름대로의 법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니

그 가치를 제대로 봐 주어야 한다는 불교의 광대한 세계관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눈으로 보이는 인식의 한계 때문에

작은 티끌과 큰 세계를 크다, 작다라는 개념으로 절대화, 고정화시킵니다.

 

하나의 티끌 속에 시방 세계가 들어있다는

"일미진중함시방"의 가르침은 이와 같은 상을 깨는 가르침입니다.

 

<금강경>에서는 이와 같이 우리 눈으로 보이는

'크다', '작다'는 인식의 상(相)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미세한 티끌도 미세한 티끌이 아닐새

그 이름을 다만 미세한 티끌이라 부를 뿐이다."

 

"큰 삼천대천세계도 큰 삼천대천세계가 아닐새

그 이름을 다만 큰 삼천대천세계라고 부를 뿐이다."

 

이 가르침은 아무리 작은 악이라도 소흘히 보지 말고,

아무리 큰 선을 행하더라도 내가 큰 선을 행한다는

생각이나 관념 없이 선을 행하라는 의미입니다.

 

아무리 어린 아이라도 작다고 소흘히 여기지 말고,

왕 앞에 가더라도 그 권위와 억압에 눌리지 말고

당당히 살라는 가르침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즉, 미세한 티끌과 큰 세계라는 우리 눈에 보이는

크고 작음의 상에 집착하지 말라는 가르침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