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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

금강경(51) - 제14분 이상적멸분(離相寂滅分) 6 - 뜨거움

by 아미타온 2024. 6. 17.

<금강경(51) - 제14분 이상적멸분(離相寂滅分) 6 -  뜨거움>

 

<관세음보살님(고려 불화)/ 호암 미술관>

 

그러니 수보리야!

보살이 위없이 완전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모든 견해에서 벗어나야 한다.

보살이 아러한 마음을 낼 때,

색에도 의지하지 말며,

소리, 냄새, 맛, 촉감, 혹은 법에도 의지하지 말아야 한다.

보살은 오직 그 어떤 것에도 머물지 않는 마음을 내어야 한다.

 

<불법의 진리를 구하는 선재동자>

 

 

1. 님을 위한 행진곡

 

예전에 운동권에서 <반야심경>처럼 부르는 노래가 있었습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이라는 노래입니다.

 

1988년도 대선 때 민중 후보로 나왔던 백기완 선생이 작사한 노래로

많은 사람들이 들어봤던 노래일 것입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은 광주 민주화 항쟁을 기린 노래입니다.

 

1980년 광주항쟁 때 시민군 대변인으로

전남도청에서 전사한 윤상원이라는 분과

1979년 노동현장에서 일하다 숨진 박기순이라는 여인의

영혼 결혼식 때 두 남녀의 영혼이 부르는 노래로 나온 이후

민주화 운동을 하신 분들에게는

마치 반야심경이나 금강경과 같은 영혼의 감로수와 같은 노래라고 합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의 노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금강경의 윗 구절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다가

"님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가 생각 났습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라는 말은 

무주상의 삶을 살려는 보살의 서원을 상징하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색,성,향,미,촉,법을 비롯한

그 어느 것에도 머물지말라는 무주상의 말씀은

님을 위한 행진곡의 제1구절에 나오는 것처럼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살라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사랑하는 가족만을 위해

소아적인 삶에 한평생을 울고 웃으며 살다가 가거나,

자신의 명예나 이름을 위해 득이 될 일만을 하거나,

부정이라도 서슴치 않는 삶을 살지 말고

내 사랑, 내 이름, 내 명예도 모두 내려놓고

중생들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한평생 살아나가겠다는

보살의 서원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끼는 외롭고 힘든 상황이 오더라도

새 날이 올때까지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는

퇴전없는 정진의 삶을 묵묵히 살겠다는 의미라고 생각됩니다.

 

세월이 흘러가도

세상이 나를 인정해주지 않고

힘들더라도 산천만은 안다는 것은

세상 사람들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불보살님이나 눈밝은 선지식들은 알고 있으니

그것만으로 됐다는 의미입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은

이러한 깨어남이 없으면,

의식의 각성이 없으면

그는 죽은 사람이라는 의미입니다.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는 말은 

보살은 의식이 깨어나 살아있는 자들을

이끌고 나가겠다는 의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십일면 관세음보살님(국립 중앙 박물관)>

 

 

2. 뜨거운 가슴

 

보살이란 깨어나서 뜨거운 함성을 외치는 산 자입니다.

 

이러한 보살은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도

한평생 새날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산 자들과 함께 묵묵히 걸어가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삶이 색,성,향,미,촉,법에 머무르지 않고,

무주상의 삶을 살아가는 보살의 참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금강경과 반야심경은 어찌보면

대승보살들의 "님을 위한 행진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교가 소수 특권층의 전유물로 변해

고대광실같은 절에 들어 앉아 번잡한 교리 싸움만 하고

일반 대중들의 행복과 깨어남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부패와 법상의 아만 속에 빠져 있을 때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한심한 불교를

'죽은 불교', '소승'이라고 부르면서

'새로운 술은 새로운 푸대에 담자'고 

'대승'이라는 새로운 깃발을 들고

이러한 깨어난 불교를 이끄는 살아있는 수행자를

'보살'이라고 차별화했던 것입니다.

 

기존의 불교가 오온이니,

18계니, 인간의 번뇌니, 고집멸도니,

해탈의 단계는 몇 단계인가 이러한 것들을 둘러싸고

번잡한 교리 싸움에 머물러 있을 때,

'무', '공', '무주상', '바라밀'이라는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들고 나온 것이 바로 대승불교였던 것입니다.

 

이러한 대승불교의 보살들이

중생들의 각성과 행복을 위해

보시,인욕행과 같은 바라밀행을 행할 때

그 어떠한 것에 머무르지 않는 의연한 길을 가라는 

강한 혁명성을 내포한 경전이 바로 금강경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금강경은 어떨 때는 "임을 위한 행진곡"과 같은

뜨거운 가슴으로 읽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