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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인물사

불교인물사(36) - 수선결사와 보조국사 지눌(12) - 수행관

by 아미타온 2024. 6. 29.

<불교인물사(36) - 수선결사와 보조국사 지눌(12) - 수행관 >

 

 

 

<정혜결사문5>

 

5. 지금 이 자리에서 깨달음을 어떻게 얻을 것인가?

 

 

그러므로 참된 법을 닦는 높은 선비는

이와 같은 간절할 말씀을 새겨들어야 합니다.

 

먼저 자신의 마음이 곧 모든 부처의 본바탕이라는 것을

철저히 믿고 그 근원을 비추어 보는 정혜(定慧)의 힘을 낼 것이며,

단정하게만 앉아서 어리석음을 끼고 무분별을 흉내 내면서

큰 도를 닦는다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른바 얽매여 있는 진여(眞如)는

몽롱함과 산란함을 다 가지고 있으므로

얽매임을 벗어난 진여라야 정혜가 밝아서

전체와 부분이 조리 있고 앞과 뒤가 정연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까닭에 마음을 닦는 사람은

자신을 굽히지도 말고 자만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자만하게 되면 바로 이 마음이 본성에 머물러 있지 않고

보통 사람이 되었다가 성인이 되었다가

순간적으로 떴다 가라앉는 신세에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밤낮을 두고 열심히 노력해서 깨어 있되 망념이 없고,

고요하되 밝은 상태를 유지해서 수행의 길을 지켜야 합니다.

 

또한 자신을 굽히게 되면 이 마음이 영통하게

대상과 반응해서 언제나 눈앞에 분명히 드러나게 되니

종일 인연을 따라도 변하지 않는 본성의 덕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리석음과 애착으로 해탈의 근본을 삼고,

탐욕과 증오심으로 보리의 큰 작용을 나타내어서

불행한 경우나 순조로운 경우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묶임과 벗어남에도 구애되지 않아서 성종(聖宗)의 가르침에 부합하는 것입니다.

 

성품과 수행은 마치 새의 두 날개와 같아서 어느 하나를 없앨 수 없는 것입니다.

만일 뜻을 세워 닦아 나간다면 아무리 말법 시대의 중생이라고 하더라도

단견(短見)과 상견(常見)에 떨어지기야 하겠습니까? 

 

 

 

1. 인식의 전환

 

 "마음이 곧 모든 부처의 본바탕이라는 것을 철저히 믿고

그 근원을 비추어보는 정혜의 힘을 낼 것"

 

이 말씀이 지눌의 수행관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오의 중요함을 피력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돈오란 수행에는 인식의 전환(지혜,悟)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닙니다.

 

선종에서는 내 마음이 모든 부처의 본바탕이라는 것을

확고히 납득하는 인식의 전환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단정하게만 앉아서 어리석음을 끼고

무분별을 흉내내면서 큰 도를 닦는다는 말은

이러한 인식의 전환(지혜)이 없는 상태에서의 닦음이란

의미가 없다는 말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생각합니다.

 

즉, 열심히 닦다보면 언젠가 인식의 전환이 오는 것이 아니라,

인식의 전환이 바탕이 된 열심히 닦음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왓장을 열심히 닦는다고 거울을 만들수 있겠느냐는 말이나

채찍으로 소를 치지 않고 수레를 친다고 앞으로 가겠느냐는

선가의 말씀과 일맥상통합니다.

 

기왓장을 열심히 간다고 무조건 인식의 전환이 오는 것이 아니라,

수행에 대한 개념 탑재와 인식의 전환이 바탕이 된 좌선을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2. 수행관

 

지눌 스님은 "성품과 수행은 마치 새의 두 날개와 같다."고 했습니다.

 

인식의 전환을 통해 회복된 본성에 지속적인 수행이 함께갈 때

비로소 공부의 성과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불교 공부의 전제 조건은 맑은 마음(본성)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소가 물을 먹으면 젖을 만들고, 뱀이 물을 먹으면 독을 만듭니다.

젖을 만들 수 있는 소가 되어야지(본성)

물을 먹어도(수행) 젖을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본성이 독을 만들 수 있는 뱀이 되면

물을 먹어도 독 밖에는 만들 수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수행의 출발은 자신의 마음이 맑게 하고

좋은 의도를 가져야지 바른 지향점으로 향하게 합니다.

 

회복된 본성에서 오는 맑은 마음과 바른 의도에서 출발하여

부지런히 수행을 정진하는 양자가 결합해야

수행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말씀인 것입니다.

 

따라서, <정혜결사문> 4장과 5장은 수행공동체인 정혜결사에서

추구할 지눌 스님의 수행관을 드러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