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72) 난장이 밧디야 비구 이야기>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밧디야 비구와 관련하여 게송 81번을 설법하셨다.
밧디야 비구는 기원정사에 머무는 많은 비구들 중에서
키가 아주 작아서 다른 비구들은
그를 '난장이'라는 뜻의 '락꾼다까'라고 불렀다.
그래서, 난장이가 그의 이름처럼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밧디야 비구는 천성이 매우 너그러운 사람이어서
누구나 그를 좋아하여 장난이나 말을 걸곤 했다.
그런데, 그게 지나쳐서 어린 비구들까지도
그를 난장이니 아저씨니 하면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귀와 코 등을 비틀기도 하고
등을 쿡쿡 건드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는 별로 화를 내지 않는 것이었다.
가끔 어린 비구들이 밧디야 비구에게
“아저씨 비구! 비구 생활이 지루하지 않으세요?
비구 생활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가요?”
라는 등으로 농을 걸어 와도
그는 이를 불쾌하게 여기지 않았고,
따라서 혼을 내줘야겠다는 등의 고까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는 마음속에서 성냄과 불쾌함 따위를
모두 없애 버린 사람이었던 것이다.
어느 때 다른 비구들이 난장이 밧디야 비구의
참고 견디는 능력을
부처님께 사뢰었을 때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라한은 절대 감정을 잃지 않느니라.
그는 상대방이 사납게 말할 때에도
절대로 원한이나 악심을 품지 않느니라.
그는 마치 산 위의 견고한 바위와 같이 안정되어 있으며,
그처럼 심지가 굳고 흔들림이 없느니라.
또한 아라한은 자신에 대한 칭찬에도 동요하지 않느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산 위의 큰 바위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이
지혜로운 사람은 칭찬과 비방 때문에
평정을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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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굴욕감
'굴욕감'이라는 감정이 있습니다.
자신의 약점이나 컴플렉스를 상대가 건드리거나,
자신이 생각하는 자부심이나 우월감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짓밟힌다고 느낄때 생겨나는 부정적인 감정입니다.
이러한 굴욕 상황에서
심한 굴욕감과 좌절과 비참함을 맛보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굴욕 상황에서 심한 고통과 분노와 비참함을 느끼는 것은
자의식과 자존심이 그만큼 강하다는 반증입니다.
자의식과 자존심이 때로는 자신의 발전 욕구를 북돋우고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삐뚤어지고 왜곡된 자의식과 자존심은
분노, 좌절, 비참함, 우울함 등등 수많은 괴로움의 근원으로 작용합니다.
어떻게 해야 삐뚤어지고 왜곡된 자의식과 자존심에서
오는 굴욕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먼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내가 무엇에 비참해하고 굴욕감을 느끼는지
잘 살펴보고 통찰해야 합니다.
또한, 이러한 좋고 싫음, 비참함과 굴욕감을 느끼는
구체적 사안에 대해
내가 그렇게 울고 불고하고 비참함과 굴욕감을 느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인지를 바라보고 쿨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그리고, 타인을 가엾이 여기거나,
사랑하는 마음인 자비심이 커지면 커질수록
왜곡된 자의식과 자존심은 점점 약해지므로
자비심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자신의 의식 구조를 잘 발견하고 통찰해서
굴욕 상황에서 분노하거나 비참해하지 않고 담담할 수 있다면
삐뚤어지고 왜곡된 자의식과 자존심이 점점 소멸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교에서 '나'를 이긴 진정한 승리자는
이와 같은 존재를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2. 승리자
이번 법구경 이야기는 이러한 '나'를 이긴 진정한 승리자의 이야기입니다.
키가 작은 난장이로 태어나면
보통 사람은 작은 키가 콤플렉스가 되고
작은 키를 놀리는 주변 사람들로 인해 모욕감과 굴욕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로 인해 삐뚤어진 자의식과 자존심을 갖게 되어
조그만 놀림에도 상처를 입고
분노하거나 좌절하거나 비참해하는 것이
일반적인 중생들의 삶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밧디야 비구는 자신의 작은 키를
놀리는 사람에게서 굴욕감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이들의 놀림을 받아주고 허물 없이
친근하게 대해주는 따뜻하고 성숙한 비구였습니다.
천성이 매우 너그러워서 모든 사람들이
밧디야 비구를 놀리면서도 그를 아주 좋아했다고 합니다.
천성적으로 자비로운 성품을 가지고 있어서
삐뚤어진 자의식과 자존심이 거의 없었고,
마음 챙김을 통해 "나"라고 하는 자의식과 자존심이
소멸된 아라한 수행자였던 것입니다.
<금강경>에 "무쟁삼매"라는 말이 나옵니다.
함께 어울려 살아도 다툼이 없는
원만한 번뇌 없는 아라한 인격자라는 뜻입니다.
부처님은 '아라한'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라한은 절대 감정을 잃지 않느니라.
그는 상대방이 사납게 말할 때에도
절대로 원한이나 악심을 품지 않느니라.
그는 마치 산 위의 견고한 바위와 같이 안정되어 있으며,
그처럼 심지가 굳고 흔들림이 없느니라.
또한 아라한은 자신에 대한 칭찬에도 동요하지 않느니라.”
'나'를 이긴 승리자를 구체적으로
묘사한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이와 같은 경지를 향해
내 마음을 잘 닦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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