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78) 천녀의 공양을 받은 아누룻다(아나율) 존자 이야기>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천안 제일 아누룻다(아나율) 존자와 관련하여 게송 93번을 설법하시었다.
아누룻다(Anuruddha) 존자는
자기 가사가 낡고 더럽혀지고 찢어졌으므로
새 가사를 만들려고 쓰레기장에서 남들이 버린 옷 조각들을 줍고 있었다.
이때 아누룻다 존자의 전생의 아내였던 잘리니는 천상에 살고 있었는데,
자기의 전생 남편이 쓰레기장에서 옷감을 주워 가사를 만들려고 하는 것을 보고
즉시 천상의 좋은 옷감 세 조각을 쓰레기 더미에 넣고 아누룻다 존자가 가져가게 했다.
아누룻다 존자는 쓰레기장을 헤매다가
그 옷감을 주워서 수도원으로 돌아와 가사를 만들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으뜸가는 제자들과
그 밖의 많은 제자들을 거느리시고 오셔서
아누룻다 존자가 바느질하는 것을 도와주셨다.
그 때 잘리니는 젊은 여인으로 변신하여 수도원에 내려왔다가
부처님과 그 제자들이 아누룻다 존자의 바느질을 돕고 계시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잘리니는 마을 사람들에게 연락하여 어서 빨리 향기롭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부처님이 계시는 수도원으로 가지고 가라고 권했다.
그래서 곧 모든 대중이 먹을 만큼 충분한 음식이 공급되었다.
그러자 몇몇 비구들이 아누룻다 존자를 비난했다.
“아누룻다 존자는 일가친척이나 그를 받드는 신자들에게
적당한 양의 음식만 보내라고 해야 옳았을 것이다.
아마도 아누룻다 비구는 이 기회를 이용하여
자기가 얼마나 많은 음식을 받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신자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지 과시하고 싶었나 보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그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여래의 아들 아누룻다가 친척이나 신자들에게
그같은 음식을 요구했다고 생각하지 말라.
그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느니라.
아라한은 음식이나 의복 등에 대해서는
이야기하는 법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오늘 아침 수도원에 온 음식은 천인의 노력에 의한 것이지
사람에 의한 것이 아니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아라한은 모든 번뇌로부터 벗어난 사람
음식 따위에 집착하지 않는다.
니르바나는 빔이요, 자취 없음,
그는 다만 해탈만이 목적이니
아, 마치 새들이 허공을 날아도 자취가 없듯이
그들이 가는 길에도 자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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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천안제일 아누룻다(아나율) 존자의 전생
아누룻다(아나율) 존자는 부처님 10대 제자 중 한 분으로
"천안 제일"의 수행자입니다.
부처님 법문 시간에 졸다가
부처님으로부터 꾸중을 듣고
이후 잠을 자지 않고 수행에 전념하여
"천안 제일"의 수행자가 된 스토리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스토리에 비해 아누룻다 존자의 아름다운 보시행에 대한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경전에는 아누룻다 존자의 전생담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누룻다 존자는 전생의 어느때 가난한 머슴살이 농부로 태어났다고 합니다.
하루는 밭에 나가 일을 하다가
배가 고파 점심 때가 되어 밥을 먹으려고 집에 들렀습니다.
마침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홀로 수행하는 벽지불 한 분이
빈 발우를 들고 공양을 구하러 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는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자신의 몫으로
남겨둔 밥을 가져 오라고 하고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보! 우리는 과거에 공덕을 짓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먹을 것을 걱정하며 가난하게 살고 있소.
우리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보시하고자 할 때에는
우리에게는 줄 것이 없었소.
그리고, 우리가 줄 것이 있었을 때에는 그것을 받아줄 사람이 없었소.
오늘 나는 집으로 오다가 공양을 구하는 벽지불을 만났고
여기에는 내가 먹을 음식이 있소.
내가 먹을 이 음식을 저 벽지불의 발우에 담아 주시오."
이렇게 벽지불께 자신이 먹을 점심밥을 공양을 올리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존자시여, 이 보시의 공덕으로 저를 빈곤에서 벗어나게 해 주십시요.
그리고, 앞으로는 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조차 모르게
‘없다’라는 말을 세세생생 들어보지도 못하게 살수 있도록 해 주십시요."
그의 말을 들은 벽지불은
"위대한 보시자여! 그대의 서원은 이루어질 것이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후로는 아니룻다 존자는 그의 서원대로
"없다"는 말을 들어 보지 않을 정도로 부유하게 살았으며
즐겨 보시를 행했다고 합니다.
2. 석가족의 왕자로 태어난 아누룻다 존자
마침내 아누룻다 존자는
부처님의 숙부이신 곡반왕의 아들로 태어나
세속적 인연으로는 부처님의 사촌 동생으로 부유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항상 밥이 황금 그릇에 담겨 있는 것을 먹으며 자랐으므로
어릴 때에는 밥은 항상 황금 그릇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성격이 착하고 보시하기를 좋아했다고 합니다.
7살이 되었을 때부터
집안의 여러 물건과 음식을 어려운 이들에게 나누어주다가
집안의 재산을 모두다 퍼준다고 어머니의 꾸중을 듣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로부터 꾸중을 들으면서 계속해서 보시를 하였으므로
어머니는 장차 아누룻다 존자가 큰 복을 받을 인물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아누룻다 존자는 천안 제일로 불릴 정도로 정진의 대표적 표상이지만,
전생부터 보시를 즐겨 행하였고
수행자가 된 후에도 보시의 공덕을 많이 받았습니다.
3. 아름다운 사랑
전생에 아니룻다 존자의 아내였던 천상의 여인은
전생의 남편을 잊지 않고 분소의를 구하기 위해
다니는 존자를 위해 천상의 천을 공양 올리고
존자를 위해 친히 바느질을 도와주는 부처님과 도반을 위해
마을 사람들에게 음식 공양을 올리게 했던 것입니다.
부부로서의 인연이 끝난 후에도 전생의 남편을 위해
공양을 올리는 것을 멈추지 않는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입니다.
장님임에도 이러한 공양을 받는
아누룻다 존자에 대해 일부 비구들은
자신의 명예를 위해 누군가를 시켜서
이렇게 많은 공양을 올리게 한 것이라고 불평을 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아라한은
음식에 대한 집착이나 명예에 대한 집착이 없으며
이 공양은 아니룻다 존자의 명예욕이 아니라,
천상의 여인의 정성과 노력이 담긴 공양이라고 하셨습니다.
농사일을 하고 와서 허기진 상황에서도
자신이 먹을 음식을 벽지불에게 공양을 올리는 따뜻한 마음가짐!
먹을 것이 없고 가난한 것이 한이 되는 것이 아니라
수행자에게 올리는 보시와 공양의 가치와 공덕을 제대로 알고
보시행(공양)과 서원을 통해 세세생생 복덕을 받는 모습을 통해
보시행(공양)의 가치와 공덕을 깊이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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