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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법구경(80) 비방에 흔들리지 않는 사리불 존자 이야기

by 아미타온 2024. 7. 28.

<법구경(80) 비방에 흔들리지 않는 사리불 존자 이야기>

 

<서울 길상사>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사리불 존자와 젊은 비구 사이에 있었던 일과 관련하여 게송 95번을 설법하셨다.

 

우기 안거가 끝날 무렵이었다.

사리불 존자는 다른 여러 비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때 사리불 존자에게 나쁜 마음을 품은 젊은 비구 한 사람이 부처님께 가서

사리불 존자가 자신을 꾸짖고 욕설을 하면서 마구 때렸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사리불 존자를 부르시어 그런 일을 했는지 물으셨다.

 

그러자 사리불 존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부처님이시여!

위빠싸나를 수행하는 비구로서,

한 스승 밑에서 함께 공부하는 도반에게 잘못을 저지르고 나서

용서를 빌거나 참회도 하지 않고 어떻게 여행을 떠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이시여!

저는 마치 대지(大地)와도 같아서

어느 누가 꽃을 던져도 즐거워하지 않고,

혹 대소변이나 쓰레기를 쌓아 놓아도 불쾌감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또한 저는 출입하는 문 앞에 놓인 흙털이개와 같아서 거지가 딛거나

뿔이 부러진 황소가 딛거나 간에 개의하지 않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더러움으로 가득 찬 이 몸에 대해서

어떠한 애착이나 혐오를 지니지 않고 있습니다.”

사리불 존자가 이같이 대답하는 동안

젊은 비구는 매우 괴로워하면서 처량하게 울고 있었다.

 

그는 곧 부처님의 으뜸가는 제자 사리불 존자에게

자기가 거짓말을 했음을 자백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사리불 존자에게 이렇게 권하시었다.

“사리불이여!

이 젊은 비구의 용서를 받아들여라.

그러면 이 젊은 비구에게 내려질 처벌,

즉 최소한으로 하더라도

그 머리가 깨어지게 마련인 과보를 그는 받지 않게 되리라.”

젊은 비구는 사리불 존자에게 자기의 행동이 어리석었음을

크게 뉘우치며 정중하게 사과하고 용서를 빌었다.

 

그리고, 사리불 존자도 젊은 비구의 참회를 받아들이는 한편,

자기가 혹 젊은 비구에게 어떤 허물이 있었다면 용서해 달라고 청했다.


이때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대중은 사리불 존자를 칭찬해 마지않았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었다.

 

“비구들이여!

비구는 마땅히 사리불이 그러했듯이

성내는 마음이나 원한심을 갖지 말아야 하느니라.

비구는 마치 문기둥과 같고, 

문 앞에 놓인 신발의 흙털이개 같아야 하느니라.

그리고 비구는 참을성이 있고 너그러우며,

신심이 견고하고 마음이 청명하기가 마치 맑은 호수와 같아야 하느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아라한의 인욕은 대지와 같아

성내어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는다.

뜻은 문기둥처럼 견고하고

칭찬과 비난에도 동요가 없으며

마음은 고요하여 맑은 호수와 같다.

이러한 아라한에게 다시 태어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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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길상사 비구상>

 

1. 비방

 

누군가 나를 근거없이 비방한다고 합시다.

 

보통 사람들이 대응하는 방식은 어떤가요?

 

그 근거없는 비방에 마음의 상처를 입고

상대를 다시 공격하고 서로 원한 관계가 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분노를 분노로,

욕을 모욕으로,

원한을 원한으로 갚아서는 괴로움의 끝이 없다"

 

라는 경전의 말씀이 이 상황을 말합니다.

 

경전에는 부처님께서 깨닫기 직전의 장면이 나옵니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으시려고 하자,

이를 막기 위해 마왕의 무리가 부처님께 화살과 칼을 마구 날립니다.

 

그런데, 부처님 앞에 와서는

화살과 칼이 모두 꽃으로 변해서 떨어지는 장면이 나옵니다.

 

참 의미심장한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나에게 던지는 비방과 모욕의 말이

화살이 되고 비수가 되어 나에게 날아올 때

여기에 맞아 처절하게 피를 흘리지 않고 

꽃으로 변해서 떨어질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원 용주사 부처님 깨달음의 장면>

 

2. 아라한의 경지

 

이번 사리불 존자의 이야기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단초를 던져주는 이야기입니다.

 

한 젊은 비구가 사리불 존자에게 악의를 품고 

남을 함부로 꾸짖고 욕설을 하는 못된 비구라고 비방을 했습니다.

 

여기에 대해 사리불 존자가 마음의 상처를 받고 분노하여

맞대응을 했다면 화살과 칼을 맞고 피를 흘리는 꼴이 됩니다.

 

그러나, 사리불 존자는 그 비방에 대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담담하게 대응합니다.

 

이 모습이 바로 화살과 비수가

꽃으로 변해 떨어지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처님이시여!

위빠싸나를 수행하는 비구로서,

한 스승 밑에서 함께 공부하는 도반에게 잘못을 저지르고 나서

용서를 빌거나 참회도 하지 않고 어떻게 여행을 떠날 수 있겠습니까?

 

이 사리불 존자의 말씀이 화살과 비수를

꽃으로 변해 떨어지게 하는 비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자신이 잘잘못을 구별할 수 있는

내적인 기준과 계율에 대한 안목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잘못했을 때, 

자신의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했을 때는

부끄러워하고 참회를 구하고 용서를 빌어야 합니다.

 

상대의 비난에 대해 자신이 잘못한 것이 있을 때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참회하고 용서를 구하면 칼이 꽃이 됩니다.

 

그런데, 잘못을 인정해야 할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자신에게 칼이 칼이 되어 날아와 피를 흘리게 됩니다.

 

자신의 잘못이 있을 때는 깨끗히 잘못을 인정하고,

참회와 용서를 구하는 것,

이것이 칼이 꽃이 되게 하는 비결입니다.

 

그러나, 상대의 비난이나 욕이 

자신의 양심상 인정할 수 없다면

상대가 날리는 칼을 무시해 버리는 것입니다.

 

상대가 여러 가지 말로 나를 공격하고

상대가 아무리 그렇게 믿는다고 하더라도

내가 도무지 인정할 수 없는 것은

인정하지 않음으로 그 칼을 맞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면 상대가 날린 칼이 나에게 꽃힐 수 없는 것입니다.

 

내가 양심에 어긋나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는

상대가 날린 화살과 칼이 나에게 콤플렉스, 아픔, 열등감이 되지 않고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힘이 있다면 나는 그 화살과 칼에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리불 존자의 경지가 바로 이러한 경지입니다.

 

<초전법륜>

 

3. 아라한을 비방한 과보

 

자신이 인정할 수 없는 상대의 비난에 대해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자기 정리와 선정의 힘이 갖추어져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명확한 자기 정리와

확고한 선정의 힘이 갖추어져 있기에

더 이상 상대의 근거없는 비난과 비방이

자신에게 상처와 아픔이 되지 않고 꽃으로 변해 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사리불 존자는 이러한 마음 상태를 대지와 흙털이개에 비유했습니다.

 

마치 더럽고 깨끗한 무엇을 뿌리더라도

결코 그것에 오염되지 않는 대지와 같은 마음 상태!

 

거지나 황소가 흙을 밟아도 개의치 않는

문 앞의 흙털이개처럼 동요하지 않는 부동의 선정 상태!

 

아라한의 그 마음 상태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견해와 마음을 잘 닦았기 때문에

어떠한 애착과 혐오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상태가

아라한의 마음 상태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대의 근거없는 비방에

상처를 입거나 맞대응을 하지 않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음으로 칼을 꽃으로 변하게 합니다.

 

젊은 비구의 잘못을 스스로 뉘우치게 만들고

상대의 잘못을 용서해줌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사리불 존자의 모습은 아라한으로서의 품격을 느끼게 합니다.

 

불법의 자비의 힘으로서 잘못을 저지른 비구를

바른 길로 인도하는 고귀한 모습을 감동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서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아라한을 함부로 비방하고 욕했을 때 최소한의 과보가

머리가 깨어지는 과보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잘 명심해야 합니다.

 

근거없이 남을 시기하여 비방과 악플을 일삼는 사람들을

인터넷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부처님과 스승과 성자에게

근거없는 비난과 악플을 한다면

그 과보가 얼마나 무서운지 깊이 생각하여

그러한 큰 잘못은 범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