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기행(13) - 부여 무량사>
1. 만수산 무량사
부여 무량사.
부여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부여 외산면 만수산 자락에 있습니다.
만수산은 '만수무강'할 때의 그 '만수(萬壽)'입니다.
수명이 한량없다는 뜻이죠.
무량사는 우리나라 소조 불상 중에
가장 큰 아미타 부처님을 모시고 있는 도량입니다.
아미타 부처님은 '무량수불'이라고도 합니다.
'수명이 한량없는 부처님'이라는 뜻이죠.
만수산의 아미타 부처님이라...
좋은 작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 극락교
고색창연한 일주문을 지나 극락교를 건넙니다.
여기서부터 현생의 극락세계입니다.
푸른 산빛과 고요한 산사 분위기는
무량사 도량이 극락 도량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합니다.
네 분의 사천왕이 도량을 수호하는 천왕전을 지나면
무량사 도량이 펼쳐집니다.
3. 5층 석탑
무량사는 규모는 작지만,
임팩트 있는 2층으로 된 극락전과
커다란 아미타 삼존불상이 모셔져 있고,
극락전 앞에는 백제와 신라의 석탑 양식이 융합된
고려 초기의 5층석탑이 멋지게 서 있습니다.
7.5미터 높이의 5층석탑은
정림사지 5층석탑보다 1미터쯤 작지만,
꽤 키가 커서 보기에도 시원하고
경건한 마음이 들게 할만큼의 위압감을 줍니다.
우리나라 탑은 삼국시대 목탑을 거쳐 석탑의 전성기를 맞이합니다.
현재 남아있는 백제시대 탑은
미륵사지석탑과 정림사지 5층석탑 뿐이지만,
백제탑의 영향을 받은 탑들은
고려시대 초기까지 옛 백제시대 지역에 여러 기가 조성되었습니다.
무량사의 5층 석탑도 그 중 하나입니다.
부여 시내는 아니지만,
부여군에 속해 있는 외산면 만수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고,
고려 초기에 건립된 탑이라서 백제 양식이 섞여져 있습니다.
멋집니다.
4. 극락전
무량사 도량은 넓은 마당에 큰 느티나무,
극락전과 석탑, 석등이 줄지어 서 있어
정갈하면서도 평화로운 기운이 넘칩니다.
관람객도 많지 않아
지상 극락의 평화로움을 잘 느낄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명찰이라고 생각합니다.
극락전에 들어서면
거대한 아미타 삼존 부처님이 앉아 계십니다.
큰 법당에 금빛 찬란한 거대한 아미타 삼존불을 보면
마치 극락에 와서 아미타 부처님을 친견하는 듯한
환희로움이 가득해집니다.
예전에 문화 해설사 님으로부터
이 아미타 부처님에 얽힌 전설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5. 아미타 부처님에 얽힌 전설
무량사는 임진왜란 때 전소되어
조선 인조 때 무량사 극락전을 짓고
부처님을 새로 모시는 불사를 했다고 합니다.
그 때 증명 법사가 도인으로 이름 높은 진묵 대사였답니다.
무량사 주지 스님은 극락전을 짓고 부처님은 모셨는데,
부처님 개금 불사할 돈이 없어서 시주를 찾느라
고심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주지 스님 꿈에 누군가 나타나서
"너가 내일 아침에 일주문 밖으로 나가면
시주가 나타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주지 스님이 꿈에서 깨어
날이 밝기를 기다려 일주문으로 나가니까
신통방통하게도 한 처사가 나타나서
개금 불사를 위해 돈을 시주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나의 조건이 있는데,
증명 법사인 진묵 대사에게
자신이 시주한다는 말을 절대 하지 말라고 했답니다.
주지 스님이 이상해서 고민고민하다가
그래도 진묵 대사에게는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을 꺼냈답니다.
이 말을 듣고 곰곰히 생각하던 진묵 대사는
주지 스님에게 진묵 스님 당신의 단주를 줄터이니
아미타 부처님 앞 수미단에 올려 놓고 개금 불사를 마치고
낙성식이 있이 전까지는 절대로 일주문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했답니다.
진묵 대사의 단주를 수미단 위에 올려 놓자
단주가 돌아가는 신통을 보였고,
무사히 개금 불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일이면 낙성식인데,
개금 불사 시주자가 나타나지를 않자
주지 스님이 낙성식 때는 시주자를 모셔야 하는데
마음이 조급해져 진묵 대사 말을 잊고 시주자를 찾으러 일주문 밖으로 나섰답니다.
주지 스님이 도량 밖으로 나서는 순간,
칼이 번쩍 하면서 주지 스님이 쓰러졌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그 시주는 만수산 목신(木神)이었습니다.
아미타 부처님 개금 불사를 하게 되면
목신은 부처님 안으로 들어가서
공양을 받으면서 살려고 했답니다.
그런데, 진묵 대사 단주가 부처님 곁을 지키며 돌아가니
들어가지를 못하고
낙성식 전에 주지 스님이 나오자 열 받아서 맹폭한 것이었습니다.
큰 도량을 짓고
부처님을 모시는 불사가 이루어지기까지
얼마나 큰 어려움과 노고가 있었슴을 느끼게 하는 전설 속의 아미타 부처님입니다.
선조들의 피땀 어린 노고 덕분에
수백년의 세월이 흘러
환희롭게 아미타 부처님을 친견할수 있어 참 좋습니다.
6. 관세음보살님
아미타 부처님 오른 쪽에는
자비로운 상호의 관세음 보살님이 계십니다.
관세음보살님은
화려하게 장엄된 보관의 한 가운데
아미타 부처님을 모시고 계십니다.
관세음 보살님 마음 깊은 곳에
언제나 아미타 부처님을 모시고
고통받는 중생들을 극락으로 인도하여
부처님 법을 통해 참다운 안락의 길로 인도하시겠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거룩하신 모습입니다.
7. 대세지 보살님
아미타 부처님 왼쪽에는
대세지 보살님이 계십니다.
큰 지혜의 힘으로
중생들의 번뇌를 조복시켜
극락으로 인도해 주시는 보살님입니다.
보관이 참 화려하고 멋있습니다.
보관 하나 하나도 허투루 조성하지 않고
가치와 의미를 담아 장엄한 우리 선조들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불보살님 뒤의 후불탱화에는
극락에서 아미타 부처님의 설법에 집중하는
보살, 성문, 천신의 대중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후불 탱화를 보면서
아미타 부처님에 대한 공경과 사랑 속에서
극락 정토에서 한없는 행복과 법락 속에 잠겨 계신
보살님과 성문들과 천신들의 모습을 환희롭게 지켜볼 수 있어 좋습니다.
극락전의 천장입니다.
단청의 빛깔은 약간 퇴색되었지만,
저 천장 속에 극락의 아름다움을
장엄하려 했던 우리 선조들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우리 선조들은 극락의 아름다움을 화려한 단청의 꽃들로 장엄하고
천장을 올려다보며 내가 지상의 극락에 있구나 하면서
평안과 환희 속에 유심 안락을 느꼈을 것입니다.
8. 김시습 스님
무량사는 극락전 외에도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영산전,
지장 보살님을 모신 명부전,
관세음보살님을 모신 관음전 등의 여러 전각들이 있습니다.
각 전각마다 인사드리고
불보살님을 친견하고 오면
마음이 평안해 집니다.
대승 불교는 부처님에 대한 신앙의 불교입니다.
부처님에 대한 공경과 사랑이
대승 불교인의 마음 세계를
충만하고 평화롭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량사는 김시습 선생이 마지막 열반에 드신 곳입니다.
세조의 찬탈을 지켜보며 사바 세계의 추악함을 자각하고
승려가 되어 전국을 방랑하며 글을 짓고 시를 지으신
김시습 스님이 그 방랑의 마지막을 무량사에서 보내신 것입니다.
김시습 스님에게
무량사의 넉넉함과 평화로움이 좋으셨던 모양입니다.
아미타 부처님의 넉넉한 정토 도량 부여 무량사!
평화로움을 잘 느낄 수 있는 좋은 도량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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