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불국사>
1. 불국토와 불국사
경주 불국사(佛國寺).
불국사는 경주 여행의 필수 코스로
너무나 유명한 절입니다.
불국사는 신라 35대 경덕왕 때 지어졌습니다.
경덕왕은 통일신라 이후 문화적으로
절정기를 이루던 시절의 왕이었습니다.
불국사는 김대성과 얽힌 스토리가 있지만,
경덕왕의 후원 없이 건립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불국사 역사가 기록된 자료에 의하면
불국사는 528년에 창건되어 이후 증축되었다고 합니다.
751년 재상인 김대성의 주도로 대대적인 불사를 통해
큰 절로 만들었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입니다.
불국사는 임진왜란 때
카토 기요마사가 방화한 절 중 하나입니다.
이후 광해군, 인조, 순조시대를 거치면서 복원되었기에
건축 양식은 조선 시대 양식입니다.
조선 말기 나라가 힘을 잃자
절의 건물들도 낡아지고 보수도 못해 허물어졌는데,
1924년 일제 강점기 때 대대적인 보수를 했습니다.
이때 석축도 다시 쌓고 건물도 보수하고
탑도 수리해체 하는 등 상당한 불사가 이루어졌습니다.
해방 이후 우리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우리 것을 바로 찾자는 취지에서 불국사도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 수학 여행 때
불국사를 가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건축물이자
불교적 세계관을 담고 있는 멋진 도량입니다.
불국사는 ‘부처님의 나라’인 불국토를
이 땅에 구현하려는 기획 의도에 따라 조성되었습니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신라 수도 경주에는 '절이 하늘의 별처럼 박혀 있고,
탑이 기러기들이 줄지어 날아가는 듯' 서 있었다고 합니다.
신라인들은 이 땅에 절과 탑을 통해
부처님의 나라를 구현하기를 염원했고,
그 염원의 절정이 불국사의 창건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불국사는 크게 두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나는 청운교, 백운교를 통해
석가모니 부처님께로 올라가는
‘영산 정토’라는 불국의 세계입니다.
또 하나는 연화교, 칠보교를 통해
아미타 부처님께로 올라가는
‘극락 정토’라는 불국의 세계입니다.
이생인 ‘영산 정토’와
내생인 ‘극락 정토’라는
두 불국토에서 석가모니 부처님과
아미타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평안과 안락을 얻고자 했던
신라인들의 염원이 깃들어 있죠.
2. 영지와 무영탑의 전설
불국사를 찾는 분들의 사진 명소인
청운교, 백운교, 연화교, 칠보교 영역에는
예전에 '영지(影池)'라는 연못이 있었다고 합니다.
석가탑을 ‘무영탑(無影塔)’,
즉 ‘그림자가 비치지 않는 탑’이라고도 부르는데,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전설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석가탑은 백제 출신 석공인
아사달이 조각했다고 합니다.
고향에서 남편 아사달을 기다리다
서라벌 불국사로 찾아 온 아내 아사녀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불후의 명탑을 만드는 남편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탑이 완성되면
물에 비친다는 영지를 보며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그리움에 지친 그녀는 영지에 비친
석가탑의 환영을 보고 물에 뛰어 들었고,
뒤늦게 이 소식을 들은 아사달은
아사녀를 부르며 크게 울었다고 합니다.
애닯은 무영탑 스토리를 생각하며
청운교, 백운교, 석가탑을 보면
감성이 새롭게 돋아납니다.
부처님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아사달,아사녀의 사랑처럼
간절하고 뜨거워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청운교, 백운교에서 영지를 그려보고,
석가탑을 보며 무영탑의 전설을 생각합니다.
대웅전을 향해 있는 자하문은
‘자주색 안개의 문’이라는 뜻인데,
석가모니 부처님의 몸에는
자주색 안개가 피어 오르기 때문에
석가모니 부처님께 향하는 문이라고 합니다.
백운교 아래의 무지개 모양의
홍예가 아름답습니다.
예전에 홍예 밑으로
연못이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왜 계단 모양을 청운교, 백운교라고 하는지
이해가 됩니다.
3. 대웅전
지금은 옆으로 돌아 대웅전으로 올라가지만,
예전에는 청운교, 백운교를 올라 자하문을 지나
대웅전에 계신 석가모니 부처님을 만나러 들어갔습니다.
석가탑과 다보탑.
두 탑이 나란히 서 있는 이유는
<법화경>이라는 불교 경전에서 유래합니다.
석가모니 부처님 이전의 과거 부처님 중에
'다보 부처님'라는 부처님이 계셨습니다.
다보 부처님은 "내가 열반한 뒤
법화경을 설법하는 부처님이 계시면
언제나 그 앞에 다보탑으로 땅에서 솟아나
'진실된 가르침'이라고 찬탄하여 증명하리라"는 서원을 세우셨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영취산에서 법화경의 진리를 설하자
그 자리에 화려하게 장엄된 보배탑(다보탑)이 땅에서 솟아나오고,
그 탑 안에서 다보 부처님의 찬탄이 울려나왔다는 <법화경>에 기반하여
석가모니 부처님과 다보여래 부처님의 두 부처님을 상징하는 탑입니다.
그 두 탑 사이로 대웅전이 있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진리의 가르침을 설하는 것입니다.
<법화경>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인도에서 태어나
80살로 열반에 드는 모습을 보이신 것은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한 방편일 뿐,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언제나 상주하시면서
법을 펼치시고 계시다고 합니다.
그래서, 깨인 눈으로
우리가 사는 사바 세계를 통찰하면
석가모니 부처님의 불국토,
‘영산(영취산) 정토’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영산 정토에서 언제나
석가모니 부처님과 함께 하며
법을 설하고 계신다는 믿음과
안심을 주는 전각이 바로 대웅전입니다.
4. 극락전
아미타 부처님이 계신
극락전으로 향하는
‘안양문’으로 올라가는
연화교(아래), 칠보교(위)입니다.
사람들로 늘 붐비는
대웅전 영역과는 달리
극락전 영역은 조용한 편입니다.
극락전에 앉아계신
아미타 부처님은
불국사 창건 당시 조성된
국보 금동 아미타 부처님입니다.
신라 시대에 조성된 금동 부처님 중
현재 세 분이 남아 계시는데,
아미타 부처님은 불국사 비로전의 비로자나 부처님과
더불어 가장 오래된 금동 부처님 중 한 분입니다.
아미타 부처님의 손 모양인 수인(手印)은
아홉 단계의 중생을 구제하는 구품인(九品印)으로 형상화됩니다.
그 중 지옥에 떨어지는 업보를 쌓은
하품하생(下品下生) 중생을 구제하는 수인이 있는데,
불국사 극락전 아미타 부처님이 맺고 있는 수인이 그 수인입니다.
지옥에 떨어지게 될 악업을 지었다해도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아미타 부처님을 찾아 염불하라는 것입니다.
어떤 중생이라도 극락세계로 인도하여 제도하고자 하는
아미타 부처님의 큰 자비와 사랑에 감읍할 따름이지요.
5. 비로전
극락전 뒤로는 비로전이 있습니다.
비로전은 법신(法身) 비로자나 부처님을
모신 전각입니다.
비로자나는 ‘바이로차나(viroccana)’라는
인도 산스크리트어인데, '태양', '광명'을 의미합니다.
즉, 빛나는 진리의 몸을 형상화한 부처님으로
모든 부처님의 근원인 진리의 몸을 상징합니다.
금강산 최고봉이 비로봉인데,
이 비로자나 부처님의 명호에서 나왔습니다.
비로자나 부처님은 오른손으로
왼손을 감싸는 독특한
‘지권인(指券印)’이라는 수인을 하고 계십니다.
오른손은 부처님,
왼손은 중생을 상징하는데,
가엾은 중생을 품어안는 부처님의 자비를 상징합니다.
6. 관음전
비로전 옆 불국사의 가장 은밀한 곳에
관음전이 있습니다.
관음전에는 천개의 눈으로
중생들의 고통을 관하고,
천개의 손으로 중생들의 구제해 주시는
관세음보살님의 위신력을 상징하는
천수 천안 탱화와 날렵하면서도
엄정한 기운의 관세음보살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중생들을 구제하는 관세음보살님의
위신력을 잘 느낄 수 있는 장소입니다.
이처럼 불국사는 여러 구역들로 나누어
불보살님의 세계인 불국토를
정갈하게 잘 구현한 도량입니다.
경주에서 가장 높은 토함산 자락에
아름다운 회랑과 석축을 통해
여러 부처님의 나라를 자연스럽게
구획하여 나타내고 있습니다.
특히, 아래의 자연석에 맞추어
위로 돌을 올리는 ‘그랭이 기법’으로
석축을 조성하여 정말 아름다운 도량입니다.
불국사는 이 땅을 불국토로 장엄하고자 했던
우리 신라 조상님들의 염원과 지혜를 잘 느낄수 있는 도량입니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불국사지만,
조상님들의 염원을 느끼며
차분하고 정갈하게 불보살님들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부처님의 사랑과 자비를 느끼고,
부처님의 크신 은혜에 감사하며
불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고
서원을 가다듬을 수 있는 멋진 도량이 불국사라고 생각합니다.
7. 무영탑
마지막으로 신동엽 시인의
<무영탑>이라는 시를 통해 불국사를 조성한
우리 선인들의 꿈과 사랑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너를 새기련다.
너를 조각하련다.
너를 새기련다.
이 세상 끝나는 날까지
이 하늘 끝나는 날까지
이 하늘 다하는 끝까지
찾아다니며 너를 새기련다.
바위면 바위에 돌이면 돌 몸에
미소 짓고 살다 돌아간 네 입술.
눈물짓고 살다 돌아간 네 모습.
<유튜브 극락회상 - 경주 불국사>
https://youtu.be/RRcg6dBLals?si=AfqBrxFM_hfp2D8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