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은해사(銀海寺)>
1. 나무아미타불 비석
팔공산 자락의 영천 은해사.
은해사 입구에는
<나무아미타불> 비석이 반깁니다.
'나무아미타불' 염불로서
극락 왕생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는
정토행자가 되라는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2. 금포정
은해사는 입구부터 상쾌한
소나무 밭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은해사는 조선 왕실의 원찰이었습니다.
조선 19대 숙종은 은해사 입구에
소나무 밭을 조성하고
이곳부터 은해사까지
동물을 사냥하는 살생을 금했습니다.
그래서 ‘금포정(禁捕町)’이라고 합니다.
정토행자는 오계 중의
제1번인 불살생의 계율을 잘 지키고,
항상 푸르름을 간직하는 소나무와 같은
결계 속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3. 은하수와 바다
은해사(銀海寺).
절 이름이 참 예쁩니다.
은하수(銀)자에
바다(海)자를 써서 ‘은해사’입니다.
이 우주 법계에는 은하수와 바다처럼
한량없는 불보살님들이 계신다는 뜻입니다.
한량없는 불보살님들이 계심을 잊지 말고
늘 불보살님께 공경과 공양을 드리는 도량이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멋진 도량 이름을 지은 선지식의
작명(作名)의 마인드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미타 부처님을 원불(願佛)로 모시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우주법계에 은해(銀海)와 같은
불보살님께서 계신다는 것을 잊지 않고,
언제나 불보살님에 대한 공경과 공양을
멈추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4. 일타스님 부도탑
은해사 가는 계곡길에
부도탑이 있습니다.
그 부도탑 속에 동곡당 일타 스님의
부도탑과 비석이 있습니다.
저는 대학교 때 불교학생회 동아리 활동을 했습니다.
대학 동아리방에 매달 <법공양>이라는 포교지가 배송되었습니다.
그 때 일타 스님이 쓰신
<생활 속의 기도법>과 같은 글은 읽기 쉽고,
불교와 신앙에 대한 개념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일타 스님은 은해사에 주로 주석하시다
얼마 전 열반에 드셨다고 합니다.
세월이 흘렀지만,
늦게나마 인사를 드릴 수 있어 좋았습니다.
5. 겨울 은해사 계곡
두 갈래 계곡이 모여
하나의 큰 연못이 된 은해사 계곡입니다.
몇 년 전 2월 겨울에 은해사 갔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그해 겨울은 유독 추워서 계곡길이 빙판이 되어 있었습니다.
마침 평창 동계 올림픽이 열렸는데,
영천 위에 자리한 의성의 소녀들이
컬링 은메달을 따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그 소녀들의 컬링 장면을 생각하며
함께 즐거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의성에서 자란 소녀들이 비인기 종목인
컬링에서 세계적 선수들을 물리치고
은메달을 딴 것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6. 보화루
계곡을 지나 은해사 도량에 들어갑니다.
도량 입구에 보화루(寶華樓)가 있습니다.
보화루 현판 글씨는 추사 김정희의 글씨입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추사체와는
다른 육덕진 글씨체입니다.
은해사에는 추사의 글씨가 몇 점 남아 있습니다.
은해사는 1847년 대화재 후
1849년에 중건 불사를 마무리해서
새로 조성된 불전과 누각에 편액 글씨가 필요했습니다.
추사는 1848년 제주도 유배에서 풀려나
1851년 북청으로 다시 유배를 떠날 때까지
3년간 자유의 몸이었습니다.
추사의 글씨를 흠모한
은해사 주지 스님 부탁으로
여러 개의 현판과 편액 글씨를 남겼다고 합니다.
그 중의 한 글씨가 ‘보화루’인데,
은해사는 추사의 글씨를 감상하는 맛이 쏠쏠합니다.
7. 극락보전
은해사를 들어가면
정갈한 극락보전이 우리를 반깁니다.
크진 않지만, 단아하고 멋진 전각입니다.
단청의 색감도 은은하고,
현판의 '극락보전' 글씨도 멋집니다.
극락보전에는 후덕한 상호의 아미타 부처님과
날렵하게 아미타 부처님을 협시하는 두 보살님이 계십니다.
은해사는 조선 후기 경상도의 유명한 화승(畵僧)들이
주석하며 불화를 그렸던 도량입니다.
그래서, 아미타 삼존불 후불 탱화와
아미타불 독존 괘불탱 등 훌륭한 불화들이
극락보전에 봉안되어 있습니다.
멋진 불화 속에서 아미타 부처님께
염불 기도 드릴 수 있는 좋은 도량이 바로 은해사입니다.
은해사 극락전 앞에는
'나무님'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650년 된 멋진 향나무가 있습니다.
일본의 액자 정원처럼 조성하여
차 한잔 마시면서 이 향나무를 감상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 극락변상도과 불광 글씨
은해사를 가면
꼭 성보 박물관을 가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멋진 극락변상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색 광채가 빛나고
극락조가 날아다니는 극락보전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반야용선을 탄 극락 왕생자들이
극락으로 착륙하고 있고,
왼쪽에는 연꽃에서 화생한 극락 왕생자들이
아미타 부처님의 광명 속에 환희로워하고 있습니다.
마치 SF영화를 보듯 극락세계로
빨려 들어가는듯한 집중의 힘을 주는 극락변상도입니다.
극락 세계를 마음 속에 그리면서
염불한 정토행자들의 수백년 신앙의 힘이
이 불화 속에 응축되어 그 자체로 힘을 갖는
멋진 극락 변상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추사 김정희가 쓴
‘불광(佛光)’ 현판이 있습니다.
‘부처님의 광명’을 섭취하여
항상 밝음의 세계 속에 살아야겠습니다.
추사는 이 글씨를 쓰기 위해
수백번 고쳐 쓰며 고뇌했다고 합니다.
그는 ‘불(佛)’자를 길쭉하게 썼는데,
은해사 주지 스님은 ‘광’자의 세로 길이에 맞춰
현판을 걸었다가 추사에게 혼이 났다고 합니다.
볼수록 멋진 ‘불광’ 현판입니다.
9. 거조암
은해사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팔공산 동쪽 자락에 거조암(居祖庵)이 있습니다.
거조암은 '아미타 부처님(祖)이
항상 거주(居)하는 도량'이란 뜻입니다.
우리나라에 아미타 부처님을 신앙하는
정토 신앙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느낄수 있습니다.
거조암 영산전은
고려 우왕 때 조성된
국보 영산전입니다.
아주 크고 멋진 전각인데,
전각 안에는 오백나한을 모시고 있습니다.
깨달음을 얻은 500분의 성자인
아라한을 모신 도량으로 나한 도량 중에 제일 유명한 곳입니다.
10. 지눌 스님의 정혜결사
거조암은 보조국사 지눌 스님이
'정혜결사권학문(定慧結社勸學文)'를 지어
공부에 뜻있는 도반들을 모아 함께 하는
수행 운동인 ‘결사(結社)’를 처음 시작한 유서깊은 도량입니다.
결사에 동참하는 대중들이 많아지자
나중에는 터가 넓은 전라도 송광사로 옮겼지만
그 시발점이 되었던 곳이 바로 거조암입니다.
부패한 당시 고려 불교에 크게 실망하여
세속적 명리를 버리고 함께 수행하고 공부하는
불교 공동체 운동이 바로 결사입니다.
우리 <극락회상> 도반들도
부처님 가르침대로 수행하고 공부하고,
청정한 불교 공동체인 승가의 일원으로
올곧게 살려는 결사 정신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팔공산의 청정함과 영산전의 정갈함처럼
청정하고 정갈하게 수행하고 신앙하며 살아갑시다.
<유튜브 극락회상 - 영천 은해사>
https://youtu.be/uyMmvDYBGc0?si=92T9J1ITxHqr1n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