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94) 큰 불행을 극복한 빠따짜라 비구니 이야기>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빠따짜라 비구니와 관련하여 게송 113번을 설법하셨다.
빠따짜라는 사왓티에 사는 한 재산가의 딸이었다.
그녀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는데,
그녀의 부모는 딸을 매우 엄격하게 가두어 키웠다.
그렇지만 그녀는 어느 날 자기 심부름을 해주는
남자 하인과 사랑에 빠져서 몰래 집을 나가
다른 마을에서 아주 가난하게 살았다.
시간이 지나 그녀는 아기를 갖게 되었다.
해산날이 다가와 그녀는
남편에게 사왓티에 있는 친정에 가서
아기를 낳고 돌아올 테니 허락해 달라고 청했다.
당시 풍습으로는 여자는 반드시 친정에 돌아와
친정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해산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남편은 아내가 한번 친정으로 가면
친정 부모들이 딸을 돌려주지 않으리라 판단하고 아내를 말렸다.
그런 이유도 있고 해서 그녀는
남편이 밖에 나간 사이에
남편 몰래 친정집으로 출발했다.
남편은 집에 돌아와 보고 아내가 없는 것을 알자,
곧 아내를 뒤쫓아 갔다.
얼마쯤 가다가 남편은 아내를 찾아내어
제발 자기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자고 애원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거부했기 때문에 실랑이가 벌어졌고,
그러다가 길가 덤불 속에서 아기를 낳게 되었다.
이미 아기를 낳았기 때문에 친정으로 돌아갈 명분이 없어졌으므로
그녀는 남편을 따라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다시 얼마의 세월이 흘러
빠따짜라는 두 번째 아기를 가지게 되었다.
그때에도 그녀는 어린 아들을 안고 친정으로 향했다.
그녀의 남편은 이번에도 그녀를 말렸으나,
빠따짜라는 듣지 않았고,
남편은 계속해서 뒤쫓아 오며 아내를 붙들었다.
그러는 동안 아기 낳을 시간은 급해져 가는데,
날은 어두워지고 비까지 마구 쏟아지는 것이었다.
남편은 아내가 아기를 낳을
적당한 장소를 찾아 헤맬 수밖에 없었는데,
그만 독사에 물려서 죽고 말았다.
그리고 아내는 비를 맞으며 남편을 기다리다가
나무 밑에서 혼자 아기를 낳았다.
이튿날 아침이 되도록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빠따짜라는 근처를 돌아보고
남편이 독사에 물려 죽은 것을 알았다.
그녀는 자기 때문에 남편이 죽게 되었다며
가슴을 치면서 통곡했다.
그리고 이제는 남편이 없는 집에 돌아가는 것도
소용이 없게 되었으므로 계속해서 걸어 친정으로 향했다.
사왓티로 가려면 강을 건너야만 했다.
그런데 밤 사이에 많은 바기 내려서
아찌라와띠 강은 엄청나게 불어 있었다.
비가 오지 않을 때에는 강에 물이 많지 않아서
쉽게 건널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빠따짜라는 두 어린아이와 일용품을 가지고는
함께 강을 건널 수가 없었으므로,
먼저 갓난아기를 안고 보따리를 인 채 강을 건넜다.
그녀는 갓난아기를 언덕 위에 놓아두고
큰 아들을 데리고 오기 위해 강물로 들어섰다.
그런데 그녀가 강물 한 가운데 이르러 뒤돌아보니
큰 독수리가 언덕에 뉘어 놓은 갓난 아기를 채어가려 하고 있었다.
깜짝 놀란 빠따짜라는 소리를 지르면서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이쪽에서 기다리던 큰 아들은
그것이 자기를 부르는 소리라고 생각하여 물로 들어왔다.
그러자 거센 물결이 아이를 휩쓸어가 버렸으며,
갓난아기 또한 독수리가 유유히 채어 가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되어 그녀는 하루 사이에 남편을 독사에게,
그리고 아들 둘은 물과 독수리에게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큰소리로 울면서 부르짖었다.
“한 아들은 독수리가 채어 가 버리고,
또 다른 아들은 물살이 휩쓸어가 버리고
내 남편은 독사에게 물려 죽었소!”
그렇게 울부짖던 그녀는 사왓티에서 오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되어 부모의 안부를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 남자는 뜻밖의 소식을 전했다.
그에 의하면 간밤의 폭우로 그녀의 친정집이 무너져서
잠들었던 부모와 세 형제 자매가 모두 죽었으며,
이미 화장까지 끝났다는 것이었다.
이 비참한 소식을 듣고 나서
그렇잖아도 실의에 빠져 있던 그녀는 거의 미쳐 버렸다.
그녀는 옷이 몸에서 벗겨지는 것도 모른 채 반은 알몸이 되어
거리를 쏘다니면서 자신의 비참함을 울부짖으며 하소연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기원정사에 계시면서
빠따짜라가 오고 있는 것을 아셨다.
부처님께서는 그녀를 법회 장소로 이끌어 오셨는데,
그녀가 옷을 벗고 있었으므로 대중이 이를 제지했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저 미친 여인을 막지 말라.”
그렇게 해서 빠따짜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올 수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녀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정신을 차려 조심하고 네 마음을 조용하게 가지라.”
그 말씀에 따라 빠따짜라는 자기 몸을 살펴보고
그제서야 아래옷이 벗겨져 있는 것을 알고는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을 묻으며 몸을 구부리고 앉았다.
그러자 누군가가 옷감 조각을 던져주었고,
그녀는 그것으로 아랫몸을 대충 둘둘 감을 수 있었다.
그런 다음 그녀는 어떻게 해서 자기가 부모와 오빠 언니 동생,
그리고 남편과 자식들을 하루 사이에
다 잃게 되었는지를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는 그녀에게 말씀하셨다.
“빠따짜라여!
두려워하지 말라.
너는 이제 보호해 줄 수 있고,
인도해 줄 수 있는 곳에 이르렀느니라.
이 엄청난 생사 윤회 속에서
네가 부모, 자식과 형제를 잃고 흘린 눈물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으니라.
네가 지금까지 흘린 눈물은
이 땅 위에 있는 모든 물보다도 많으니라.”
부처님께서는 이같이 그녀를 위로해 주신 다음
'아나마딱가'라는 경을 설해 주시었다.
그러자 그녀는 다시 전처럼 정신이 회복되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다시 덧붙여 이렇게 설법해 주셨다.
“이미 세상을 떠나 버린 사람에 대해서
너무 지나치게 생각지 말아야 하느니라.
그보다는 자기 자신을 좀더 깨어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청정한 마음으로 니르바나(열반)를 깨닫기 위해 힘써야 하느니라.”
빠따짜라는 부처님의 이 가르침을 듣고 곧 수다원 과를 성취하였다.
그리고 나서 빠따짜라는 비구니가 되었다.
어느 날 비구니 빠따짜라는
물 항아리에서 물을 퍼내어 발을 씻고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관찰해 보니
물을 처음 쏟았을 때는 멀리 흘러가지 못하고
거의가 땅 속으로 흡수되어 버리는 것이었다.
두 번째로 물을 쏟았을 때에는 좀더 멀리까지 흘러갔다.
그녀가 세 번째 물을 쏟고
그 흘러가는 모양을 자세하게 관찰해 보니,
이번에는 물이 아주 먼 데까지 흘러가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그녀는 중생의 수준도
그렇게 각기 다르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기원정사에 계시면서
신통력으로 빠따짜라를 보시고 그녀에게 광명을 놓으셨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니 빠따짜라 앞에 앉으신 듯이
모습을 나타내시어 이렇게 설법하셨다.
“빠따짜라여!
너는 이제 바른 길로 들어섰느니라.
너는 이제 몸과 마음의 오온(색수상행식)에 대해
진실하게 알고 바른 생각을 갖게 되었느니라.
빠따짜라여!
무룻 사람된 자로서 모든 현상이
항상 하지 않다는 것(諸行無常;제행무상)을 모르고,
모든 생명들이 불만족과 고통과 슬픔 가운데 있음(一切皆苦;일체개고)을 모르며,
모든 다르마에 절대자인 주인 혹은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諸法無我;제법무아)을 모른다면
그가 비록 백 년을 산다고 해도 그의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느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오온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을 모르고
백 년을 사는 것보다는
단 하루라도
오온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을 깨닫는 것이 훨씬 낫다.
부처님의 이 설법 끝에 빠따짜라 비구니는 아라한 과를 성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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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행과 고통
아기를 낳기 위해 고향으로 가는 길에
남편과 자식을 모두 잃어 버리고
자신의 부모 형제마저 죽어 버려
큰 고통과 슬픔에 빠져버린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천재지변, 대형 사고, 전쟁의 참화 속에서
일가족이 몰살하는 것처럼
드라마나 뉴스에 등장할 것 같은
엄청난 불행이 그녀에게 닥쳤던 것입니다.
이러한 큰 고통과 슬픔의 상황 속에서
어떻게 고통과 슬픔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고통과 슬픔은 위로하고 위로받아야 합니다.
고통과 슬픔을 위로하는 것이 '무외시'라는 보시의 본질입니다.
동병상련을 겪었고,
앞으로 겪을 사람들끼리 고통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마땅히 위로해야 할 때 위로하는 것이 잘 사는 길이고 자비심입니다.
고통과 슬픔은 함께 나누고
위로받음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은 진실입니다.
부처님도 마찬가지셨습니다.
엄청난 불행으로 넋이 빠져 미쳐버린
여인의 고통에 눈감지 않으시고 위로해 주셨습니다.
슬픔과 고통으로 미쳐버린 여인의 정신을 차리게 하고
그녀의 큰 고통과 슬픔에 대해 따뜻하게 위로를 해 주셨습니다.
"이제 너무 두려워하지 말아라.
너는 이제 보호받아야 할 곳에 이르렀고,
너를 인도해줄 수 있는 곳에 도착했다."
이 말씀 속에는 고통과 슬픔을 위로하는
부처님의 따뜻한 자비심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따뜻한 위로와 격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큰 고통과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부처님은 가르침을 베푸셨습니다.
자기 스스로 고통과 슬픔을 극복할 수 있도록
불법의 진리(다르마)의 가르침을 주시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 고통과 슬픔을 잊고
망각하는 것으로 고통과 슬픔의 문제를 해결합니다.
그러나, 잊어버리면 당장은 좋을지 모르지만,
또 다른 고통과 슬픔이 닥쳐오면
다시 고통과 슬픔을 잊기 위한 노력을 반복할 뿐입니다.
부처님은 긴 윤회의 과정에서
부모 형제를 잃고 우리가 흘린 고통과 슬픔의 눈물은
이 세상의 물보다 많다고 하셨습니다.
삶의 실상이 '고(괴로움)'라는 진실을 본다는 것은
고통은 단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생뿐 아니라 과거의 수많은 생을
고통과 슬픔과 직면하며 살아왔다는 진실을 보는 것입니다.
이 진실을 보았다면
고통과 슬픔은 당장 잊어버린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고통과 슬픔을 극복하기 위한 확실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2. 멸성제의 진리
4성제 중에 멸성제의 진리.
멸성제는 고통은 해결하고 극복할 수 있다는 진리입니다.
고통과 슬픔은 잊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고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비록 분명한 해결책을 얻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 노력은 분명 가치있는 노력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 있는 노력을 하는 사람이 바로 수행자입니다.
수행자가 되어 이러한 가치 있는 노력을 하던 여인이
수행자로서 다르마를 볼 수 있는 안목이 되었을 때
부처님은 그녀에게 또 다른 가르침을 주십니다.
몸과 마음의 5가지 오온에 대해
진실하고 바른 생각을 가지라고 하셨습니다.
우리의 육신은 태어나서 늙고 병들고 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는 헤어져야 하는 슬픔의 고통이 따릅니다.
미워하는 사람과는 만나야 하는 분노의 고통이 따릅니다.
구하고 원하는 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탐욕의 고통이 따릅니다.
이처럼 우리의 몸과 마음의 요소들은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라는 것!
제행무상, 일체고, 제법무아의 삼법인의 가르침은
이처럼 오온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을
진실하고 바르게 보라는 말씀을 구체적으로 하신 말씀입니다.
그 진실에 눈뜨고 그 진실을 봄으로써
우리의 고통과 슬픔은 무엇으로부터 오는 것이고
어떻게 고통과 슬픔을 극복하고 벗어날 것인지를 통찰하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오온과 삼법인의 다르마를 보고
고통과 슬픔을 영원히 극복하기 위한 가치있는 노력을 하는 사람의 하루는
그렇지 않고 백년을 사는 사람의 삶보다 더 의미있고 가치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긴 윤회의 과정에서 흘린 눈물이 이 세상을 적실만큼 많았던 존재라면
깊이 있게 생각하고 염두에 두어야 할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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