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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법구경(119) 술 취한 여인들 이야기

by 아미타온 2025. 1. 3.

<법구경(119) 술 취한 여인들 이야기>

 

<화성 용주사>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위사카의 친구들과 관련하여 게송 146번을 설법하셨다.


녹자모 강당 수도원을

불교 승단에 시주한 위사카 부인은

성품이 너그럽고 베풀기를 즐기며,

친절하고 인정 많은데다가 계행도 잘 지켰다.

 

그녀는 또한 지혜로운 데다 덕행도 높았는데,

어느 때 사왓티에 사는 남자 오백 명은

자기들의 아내들도 위사카 부인과 같이 되기를 바래서

위사카 부인과 친하게 지내게 하려고 자기 아내들을 위사카 부인에게 보내었다.

 

그런데, 그때 마침 위사카 부인은 다른 급한 볼일이 있어서

그녀들을 돌보아 주지 못하였다.

 

그러자 그녀들은 집으로 돌아와서는

밧차날리안 축제 때 남편들이 마시다가 남긴 술을 마시고 만취되어 잠들었다.

돌아온 남편들은 이 광경을 보고 화가 치밀어 아내들을 두들겨 팼다.

 

그 뒤에 한 번은 그 여인들이

위사카 부인에게 부처님을 뵙고 설법을 듣겠다고 청하므로

위사카 부인은 그녀들을 데리고 부처님이 계시는 수도원에 가게 되었다.

 

이 때 그녀들은 여러 종류의 술을 옷 안에 감취 가지고 들어갔다.

그녀들은 수도원에 들어가자 감춰 가지고 온 술을 모두 마시고

술병을 수도원 아무데나 버렸다.

 

그러나, 위사카 부인은 그런 줄도 모르고

부처님께 그녀들에게 설법을 해주실 것을 간청했고,

부처님께서 설법을 시작하실 즈음 술기가 오른 그녀들은 마음이 흐트려지고

정신이 몽롱해져서 노래를 부르고 덩실덩실 춤까지 추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누구든지 부처님께서 법을 설하시는 건물 안에 들어오게 되면

마음이 정숙해지게 마련이며,

광명으로 빛나는 부처님의 상호를 뵙게 되면 그 거룩한 모습에 압도되어

고개를 바르게 하고 공손하며 진지한 태도가 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런데, 그녀들은 술에 취해서 완전히 제 정신을 잃은 것이어서

손뼉을 쳐대며 이리저리 뛰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등 야단법석을 부렸다.

 

<용주사 새해 기원 촛불>

 

그 때 부처님께서는 오백 명의 여자들이

마라의 장난에 의해 제정신을 잃은 것을 보시고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셨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남색의 짙은 광명을 놓으시어

설법하시었던 방 전체를 아주 깜깜하게 만드셨다.


그러자 한참 떠들고 노래 부르며 날뛰던 여자들은

이 갑작스런 사태에 당황하더니 차츰 정신이 깨어났다.

 

여인들이 술기운에서 깨어나자

부처님께서는 앉아 계시던

간다꾸띠(부처님이 머무시는 방)에서 순간적으로 몸을 옮기시어,

힘센 남자가 자기 오른팔을 폈다가 구부리는 정도의 짧은 시간에

메루산 수도원에 앉으시었다.

 

그리고는 하얀 광명을 일직선으로 비쳐 보내시니,

하늘에 퍼진 그 빛은 일천 개의 달이 뜬 것보다 더 밝았다.

 

부처님께서는 이와 같이 위대하신 힘을 내보이심으로써

오백명의 여자들로 하여금

자기들의 초라한 모습을 부끄럽게 느끼도록 하셨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녀들이 온전한 제정신으로 돌아왔을 때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토록 마음이 산란하여 집중되지 못하는 상태였다면

그대들은 처음부터 수도원에 들어오지 말았어야 했느니라.

그대들이 이같이 흐트러진 마음 상태에 있으므로

마라(욕망의 화신)가 기회를 잡아 그대들로 하여금

수도원 안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떠들며 무질서하게 행동하게 한 것이니라.

이제 그대들은 그대들 안에 있는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을

다스리기 위해 스스로 힘써 노력하여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어찌하여 웃는가?
세상이 불타고 있는데, 어찌 즐거울 수 있는가?
세상이 어둠에 가려 있는데
어찌하여 빛을 찾지 않는가?

 

부처님의 이 설법 끝에 오백 명의 여인들은 모두 수다원 과를 성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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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술의 해악

 

<술이야> 라는 노래에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술 마시면 취하고,

한 얘기를 또 하고......

난 늘 술이야.

맨날 술이야.

널 잃고 이렇게 내가 힘들 줄이야..."

 

고통을 잊기 위해 술 마시는 상황은 이해하지만,

난 늘 술이고, 맨날 술이 되면 어떻게 될까요?

 

경전에서는 술을 가까이 하는 음주의 해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여러 가지를 열거하고 있습니다.

 

첫째, 술을 가까이 하면 밝은 지혜가 생기지 않고

해탈로 나가는 길을 막는다.

 

둘째, 술을 즐기면 세속일을 말하기 좋아하여

많은 말과 수다 탓으로 분쟁을 일으키게 된다.

 

셋째, 술을 즐기면 재물을 없애고 혼미하고

게으르게 되어 사업과 가정을 파괴한다.

 

넷째, 술로 인해 탐심과 노여움과 적대심이 생기고

어리석음이 더욱 늘게 된다.

 

다섯째, 술에 취하면 감각 기관이 어지러워지기 때문에

큰 소리로 웃거나 사나운 말을 하여 선량한 삶을 해치게 된다.

 

여섯째, 괴로운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다시 괴로움을 더하게 된다.

 

일곱째, 술을 즐기면 죽어서도 나쁜 세계에 떨어진다.   

 

등등 입니다.

 

이러한 음주의 해독을 일일히 열거하지 않더라도

바닷물에 빠져 죽은 사람보다

술독에 빠져 죽은 사람이 더 많다는 우스개 이야기처럼

술을 가까이하고 즐기는 사람은 잘못을 범할 가능성이 아주 아주 많아집니다.

 

이번 <법구경> 이야기에 나오는 여인들도 술을 좋아하는 여인들이었습니다.

 

남편이 좋은 친구를 사귀라고 보냈더니

술에 취해 더 추해져서 와서는 남편들에게 얻어 맞고,

부처님께 설법을 들으러 가는 자리에도 술병을 들고 들어가 만취해서

부처님의 설법을 가로막는 해서는 안 될 짓까지 저지르게 되었던 것입니다.

 

 

2. 술이 아닌 빛을 찾는 불자

 

불교의 5계 중에 "술을 마시지 말라"는 불음주계가 있습니다. 

불음주계는 앞의 다른 4개의 계와는 성격상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죽이지 말라,

훔치지 말라,

삿된 음행을 하지 말라,

거짓말하지 말라'는  앞의 4개의 계율은 

그 행위를 범하는 자체가 직접적으로 악이 되고 죄가 됩니다.

 

선한 인과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근본이 되는 계율이므로

흔히 "성계(性戒)"라고 합니다. 

 

반면에 불음주계는 술을 마시는 그 자체가 잘못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술을 자주 마시고 취하게 되면 술의 중독성으로 인해

앞에서처럼 여러 가지 잘못과 허물, 심하면 악행까지 저지를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술을 끊어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은 술을 끊고, 

생업상 어쩔 수 없는 경우나 중생을 교화하기 위한 방편상 필요할 상황에는

술을 자제하며 적당히 즐기라는 융통성이 있는 계율로서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처럼 불음주계는 계율로서 막아주되,

때로는 열어주는(허용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불자들은 다른 4개의 계율보다는

불음주계를 가볍게 생각하는 측면이 많습니다.

 

예전에 불교 청년회 활동을 할 때

법회를 마치고 2부 법회를 할 때

술을 마시고 놀며 희희락락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좋은 법을 듣기 위해 절에 가서 술을 마시고 뒷풀이를 했습니다.

 

부처님께 법을 듣기 위해 갔던 여인들이

술을 마시고 취한 것과 같은 어리석은 행동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술에 취해 집중하지 못하고 마음이 산란되어

넋이 풀려 웃으며 춤추는 간 큰 여인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씀하셨습니다. 

 

"이 세상은 욕망으로 불타고 있고,

고통의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다.

이러한 세상을 보면서도

너는 아무렇지도 않게 술에 취해 웃고 히히덕거리고 있느냐?

어찌하여 너희들은 빛을 찾지 않고 술만 찾고 있느냐?

제발 빛을 찾아라."

 

법구경 말씀처럼 술을 찾지 말고,

빛을 찾는 불자가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