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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법구경(122) 묘지에서 아라한이 된 비구들

by 아미타온 2025. 1. 15.

<법구경(122) 묘지에서 아라한이 된 비구들>

 

<안성 석남사 영산전 500나한상>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자신들을 지나치게 과대 평가하는 비구들과 관련하여

게송 149번을 설법하셨다.


비구 오백 명이 부처님께 수행에 관한 법문을 듣고

수행 주제를 받아 정진하기 위해 숲 속으로 들어갔다.

 

비구들은 그 숲 속에서 열심히 좌선 수행에 몰두하여

마침내 선정에 들 수 있었다.

 

비구들은 그렇게  한번 선정 삼매를 체험하고 나자

자기들이 감각적인 쾌락으로부터 자유롭게 되었다고 생각하였고,

마치 아라한이라도 된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경지를 과대평가한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그들은 진실을 모른 채 부처님을 뵙고

자기들이 아라한을 이루었다고 보고 드리려고

기원정사로 향했다.


그들이 기원정사 입구에 이르렀을 때

부처님께서는 시자인 아난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저 비구들이 여래를 찾아온다 해도

그들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느니라.

그러니 그들에게 먼저 공동 묘지부터

다녀온 다음에 여래를 만나라고 일러주어라."

 
그래서 아난 존자는 기원정사에 들어오려는

비구들에게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을 전했다.

 

그러자 그들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부처님께서는 실로 무엇이든 다 아시는 분이시구나!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먼저 공동묘지부터

다녀오라고 하신 데는 필시 무슨 까닭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순순히 공동묘지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공동묘지에 도착한 비구들은 부패한 시체를 보게 되었다.

 

그들은 그 시체가 부패되고 있는 모습을

조금의 허위도 없이 사실 그대로 관찰했는데,

그러는 동안 마음이 평안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감각적 쾌락도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들이

아직도 감각적 쾌락을 추구하고 있으며

따라서 아라한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당황했다.

 

바로 이때 부처님께서는 기원정사의

부처님 처소에 계시면서 그들에게 광명을 놓으시며

그들 앞에 모습을 나투시어 이렇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너희는 변색된 뼈를 보았느냐?

그것을 보고도 감각적인 욕망을 일으키는 것이

과연 수행자로서 올바른 마음 자세라 하겠느냐?"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가을에 떨어져 뒹구는

조롱박과 같은
퇴색한 뼈들을 보라.
거기에 무슨 쾌락이 있단 말인가?


부처님의 이 설법 끝에 오백 명의 비구들은

모두 아라한 과를 성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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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라한

 

"한마리 제비가 왔다고 해서 봄이 온 것은 아니다."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한번의 번뜩이는 선정의 체험으로

자신들이 아라한 과를 증득하였다고

착각하는 비구들이 있었습니다.

 

아라한은 다음의 10가지 번뇌에서 벗어난 성자를 말합니다.

 

1번째는 색수상행식의 오온이든, 영혼이든, 아트만이든

무엇인가 영원하고 본질적인 자아가 있다고 믿는 견해.

2번째는 사성제와 연기, 인과에 대한 의심.

3번째는 미신적인 제사 의례, 신에 대한 믿음, 금기(터부)에 대한 집착.

4번째는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

5번째는 불쾌에서 오는 혐오인 악의(惡意).

6번째는 물질적인 세계인 색계(色界)에 대한 욕망.

7번째는 정신적인 세계인 무색계(無色界)에 대한 욕망.

8번째는 아만심과 교만함.

9번째는 불안과 초조, 들뜸.

10번째는 무지와 무명.

 

이와 같은 10가지 번뇌에서 벗어난 아라한인지 검증하기 위해

부처님은 이들 비구들을 공동 묘지로 보내셨습니다.

 

부처님 당시 인도에는 '시타림'이라고 해서

죽은 시체를 버리는 숲이 있었습니다.

 

오늘날의 공동묘지라는 개념보다는

버려진 시체가 부패하고 퇴색한 뼈가 나뒹구는

아주 음산한 숲이었습니다.

 

시타림에서 비구들은

부패된 시신을 보면서

마음이 불안하고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감각적 쾌락을 추구하는 마음이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신들이 아라한 과를

증득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되었습니다.

 

 

2. 무상함

 

이들이 자신의 상태를 직시하게 되자

부처님은 불법의 진리를 설하셨습니다. 

 

저 부패한 시신과 퇴색한 뼈 속에

무슨 쾌락이 있는지를 보라고 하셨습니다.

 

부패한 시신과 퇴색한 뼈 속에서

우리는 무상함을 자각할 뿐

오욕락의 쾌락에 대한 허망함을 느낄 뿐입니다.

 

생노병사의 무상함 속에서

수행자는 무엇을 추구해야 하고

무엇을 남겨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