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123) 몸의 무상함을 깨달은 루빠난다 비구니 이야기>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루빠난다' 혹은 '자나빠달깔야니'라고도 불리는
비구니 스님과 관련하여 게송 150번을 설법하시었다.
자나빠달깔야니는 부처님의 양어머니이자 이모의 딸로서
용모가 아주 아름다웠기 때문에 '루빠난다(용모가 아름다운 여인)'라고 불렸다.
그녀는 부처님의 또다른 이복 동생인 난다와 결혼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난다가 결혼 당일 부처님을 따라가
비구 스님이 되었기 때문에 신랑 없이 의식만 치렀었다.
어느 때 그녀는 혼자 이렇게 생각했다.
'나의 큰오빠인 싯달타 태자는 세상에 남아 있었으면
전륜성왕이 되었을 텐데도
세상을 버리고 수행자가 되어 이제는 부처님이 되셨다.
또, 싯달타 오빠의 아들 라훌라와
나의 남편인 난다 왕자 역시 비구가 되어 이 세상을 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나의 어머니도 비구니가 되었으며,
이제는 나 홀로 여기 남아 있구나.'
그녀는 이렇게 생각한 끝에
자신도 수도원으로 들어가 비구니가 되었다.
그녀가 이같이 비구니가 된 것은
해탈에 대한 신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고독감을 이기지 못하여
다른 사람들의 흉내를 낸 데 불과했다.
비구니가 된 루빠난다는 다른 비구니들로부터
부처님께서는 자주 몸은 무상하며,
괴로움(苦)으로 가득 차 있고,
거기에 '나'라고 하는 주재자가 없다고 설법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자 그녀는 그것은 부처님께서
자기 같은 미인을 보지 못하신 탓이라 여기며,
자기를 보게 되면 부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고
그와 반대되는 설법을 하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이와 같은 생각으로 부처님을 멀리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비구니 스님들이
하도 부처님에 대해 존경과 찬탄을 했기 때문에
그녀의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그래서 부처님의 법문이 있는 날
자신도 비구 스님들을 따라가
뒤에 서서 법문만 살짝 듣고 오리라 마음먹게 되었다.
마침내 그날이 되어 그녀는 부처님께 갔다.
부처님께서는 다른 비구니 스님들 속에
루빠난다가 있는 것을 멀리서 보시고
스스로 이렇게 생각하셨다.
'가시는 가시로써 빼어야 하는 법이다.
루빠난다는 자기 용모가
아름다운 것에 집착하여 자만심이 대단하니
여래는 루빠난다보다 더 아름다운 여인을 보여
그 교만과 애착을 끊으리라.'
부처님께서는 즉시 신통력으로
열여섯 살쯤 되는 아주 환상적인 미인이
부처님께 부채질을 해드리고 있는 영상을 만드셔서
이를 다만 부처님과 루빠난다만 볼 수 있게 하시었다.
루빠난다가 대중의 뒷편에서 부처님을 멀리 바라보니
부처님 옆에서 아주 아름다운 여인이
부처님께 부채질을 해드리고 있었다.
그 여인을 보고 루빠난다는 스스로
저 여인이 맑은 호숫가에 노니는 백조와 같다면
자기의 아름다움은 차라리 보기 흉한 늙은 까마귀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루빠난다는 여인이 아주 아름다운데
마음이 끌려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루빠난다는
다시 그 여인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 여인은 이제 스무 살쯤 되는 여자로
성숙해져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계속하여 그녀를 관찰해 보니
점점 나이가 들어 마침내는 머리털이 하얗게 변해 버렸다.
이같이 매우 아름다웠던 그 여인은
중년이 되고 늙은이가 되어 결국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병든 모습으로 변해 버리는 것이었다.
루빠난다는 늙은 모습이 나타나면서
한 때의 젊고 아름다운 모습이
사라져버리는 뼈저린 장면을 목격하고 나서,
이 몸이라는 것은 계속 변화하면서
늙고 병들고 시들어 죽어 가는 것이라는 진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루빠난다의 마음은 진보되어
자기의 용모가 아름답다는데 대한
애착과 자만심이 많이 줄어들게 되었다.
이러는 동안 부처님의 옆에 앉아 있던 여인의 모습은
몸을 더 이상 이기지 못하고
자기 대변 위에서 뒹굴더니 마침내 죽어 버렸다.
그리고 얼마 뒤에는 몸이 부패되어
아홉 구멍으로부터 썩은 고름이 흐르며,
구더기와 벌레들이 기어 다니기 시작했고,
까마귀와 독수리 떼가 살점을 뜯어먹으려고 달려드는 것이었다.
이 같은 현상을 똑똑하게 지켜 본 루빠난다는 중얼거렸다.
'저 젊은 여인은 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나이가 들어 늙더니
몸을 가누지 못하고 드디어는 죽고 말았다.
이와 같이 내 몸도 역시 늙어가
마침내 병들어 죽게 될 것이다.'
그녀는 이 같은 생각으로
오온(五蘊)의 진실한 성품을
잘 관조하여 다스리기 시작했다.
루빠난다의 마음이 여기까지 이르고 있을 때
부처님께서는 존재의 세 가지 특성,
즉 제행무상(諸行無常)과 일체개고(一切皆苦)와
제법무아(諸法無我)를 설법하셨다.
이에 루빠난다는 즉시 수다원 과를 성취하였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이 몸은 고기와 피로 덮여 있고
뼈로 쌓아올린 하나의 성곽.
그 안에 교만과 비방
늙음과 죽음이 함께 머무르고 있구나.
부처님의 이 설법 끝에 루빠난다는 아라한 과를 성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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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난다 비구 이야기
부처님의 이복동생인 <난다 비구 이야기>가 있습니다.
부처님은 이복 동생인
난다 비구를 결혼식 당일에 출가시키셨습니다.
그 때 바로 난다 테라의 약혼녀가 바로 루빠난다였습니다.
난다 테라는 순한 성품과
부처님에 대한 공경심 때문에 출가는 했지만
결혼식날 두고온 약혼녀 루빠난다에 대한 애욕 때문에
수행에 전념하지 못하셨습니다.
이러한 난다 비구에 대해 부처님께서는 방편법을 쓰셨습니다.
축생계의 암컷 원숭이와
천상계의 여인들을 동시에 보여주시며
예쁜 약혼녀에게 향해져 있는 난다 테라의 콩깍지를 벗겨주셨습니다.
즉, 아름다운 여인에 대한 갈애와 집착을
수행의 방향으로 이끌어 주셨습니다.
2. 미모에 대한 갈망
루빠난다 비구니 출가 동기도 난다 비구와 비슷합니다.
루빠난다 비구니도 난다 테라처럼 도를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어머니, 약혼자가 모두 출가했기 때문에 고독감 때문에 출가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외모에 대한 프라이드가 대단했습니다.
자기보다 아름다운 여자는 없다는 생각에 우쭐해서
남을 우습게 보고 교만했던 모양입니다.
그 견고한 교만함과 자기애 때문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들어갈 틈이 없었습니다.
부처님은 몸은 무상한 것이므로
몸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고 자주 법문하셨습니다.
그녀는 이 부처님의 법문이 미인을 비난한다고 생각했고
아름다운 자신이 부처님께 가면 칭찬은 커녕
야단만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을 기피했습니다.
이러한 루빠난다에게도 부처님은 방편법을 쓰셨습니다.
자신의 아름다움에 도취된 루빠난다의
콩깍지를 벗기기 위해 난다 비구처럼 신통력을 사용하셨습니다.
루빠난다보다 수백배 아름다운 환상의 여인이
부처님께 부채질 하는 영상을 보여 주신 것입니다.
루빠난다가 그 환상의 여인을 보니 그 여인에 비하면
자신의 아름다움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부처님의 법문은 귀에 안 들어오고
저 여인 코는 예쁘다, 눈도 예쁘다 하면서 부럽게 쳐다보았습니다.
부처님은 신통력으로 환상의 여인의 모습을
빠른 속도로 변화시키셨던 것입니다.
젊은 여인에서, 중년의 여인으로, 또 늙은 노파로,
그렇게 아름답던 여인이 머리가 백발이 되고
이빨이 빠지고 주름살이 가득한 모습을 보고
루빠난다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죽어 시체가 되어 고름이 나오고
구더기가 득실거리는 모습에 진저리를 쳤습니다.
이 속에서 그녀는 결국 몸이라는 것은
변하고 무상하다는 진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3. 무상
아울러 자신의 미모에 대한 프라이드로
교만해져 있던 콩깍지도 벗겨졌습니다.
자신의 미모에 대한 집착을 놓고
수다원 과를 성취하였습니다.
"이 몸은 고기와 피로 덮여 있고
뼈로 쌓아올린 하나의 성곽
그 안에 교만과 비방
늙음과 죽음이 함께 머무르고 있구나."
이 부처님의 게송은 미모에 대한 집착을 놓게된
루빠난다의 고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진실을 인식하게 된 그녀는
그때부터 참다운 수행자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전폭적으로 받아들이고
수행에 전념할 수 있었고
마침내 모든 집착과 번뇌에서 벗어난
아라한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몸에 너무 집착하면 슬픔과 괴로움이 생깁니다.
이 몸이 영원히 아름다울 것이라고 생각하면
늙음에 실망을 가눌 길이 없게 되고,
영원히 건강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사고로 몸을 다치거나 병이 들면 그 슬픔을 가눌 길이 없게 됩니다.
늙기 때문에, 병들기 때문에,
몸을 다쳤기 때문에 슬프고 괴로운 것이 아니라
몸에 집착하고 미모에 집착하고 건강에 집착하여
영원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슬프고 괴로운 것입니다.
몸을 함부로 하라는 것이 아니라,
늙고 병들고 죽을 몸이라는 진실을 알고
몸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라는
콩깍지에서 벗어나라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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