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삼비 비구들의 분쟁 (부처님의 일생27)>
1. 코삼비 두 비구의 사소한 다툼
부처님께서 코삼비의 코시타 동산에
계실 때의 일이었습니다.
코삼비의 비구들은 사소한 문제가 발단이 되어
두 패로 나뉘어져 서로 싸웠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의외로 매우 사소한 일이었습니다.
코삼비 마을에서 각각 계율을 지도하는 율사 스님과
법을 강설하는 강사 스님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강사 스님이 화장실을 사용하고
물로 변기를 깨끗이 씻고 나와야 하는데
뒷처리가 조금 부족했습니다.
이 때문에 강사 스님은 율사 스님에 의해
경미한 계율 위반의 혐의를 받게 되었습니다.
강사 스님은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고,
자신이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닌만큼
잘못한게 아니라고 항변했습니다.
그러나, 율사 스님은
강사 스님의 계율 위반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후
그가 승가 앞에 정식으로 사과하기 전에는
한달에 2번씩 열리는 포살회에 참석하는 것을
금지시켜버렸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하여
율사 스님과 강사 스님을 따르는 제자들이
두패로 나뉘어 집단적인 다툼이 일어났습니다.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자 포살을 비롯한
교단의 행사를 서로 나누어서 개최하였고,
한자리에 모이기만 하면
서로 거친 욕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서로 주먹 다짐까지 벌어지곤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소식을 들으시고 깊이 우려하시며,
율사 스님과 강사 스님을 각각 찾아가서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너무 자기 자신의
관점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
상대의 관점을 이해하기 위해
주의깊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승가의 본질은 화합에 있다.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교단이
분열되는 것을 방지하도록 하라."
2. 장생 왕자 이야기
그리고, 코삼비의 모든 비구들을 불러 모으고는
코살라국의 장생 왕자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옛날 인도 바라나시에
‘브라흐마닷타’라는 왕이 있었다.
브라흐마닷타왕은 코살라국을 공격하였다.
코살라국의 디기티 왕은
백성을 아끼는 자비로운 왕이었다.
왕은 백성들의 희생을 막고
전쟁을 피하기 위해 싸우지 않고
왕비를 데리고 바라니시 인근으로 도망하여
바라나시 근처의 질그릇을 굽는 사람의 집에 숨어 버렸다.
거기서 왕비는 장생 왕자는 낳았는데,
만약 브라흐마닷타왕에게 발각되면
세 사람이 다 살해될 것이므로
왕자를 다른 곳에 옮겨다 놓았다.
그리고, 왕자에게는 별도의 스승을 붙여
교육을 받아 훌륭하게 자라게 했다.
그러나, 누군가 밀고한 자가 있어
코살라국의 국왕과 왕비는
브라흐마닷타왕에게 붙잡혀버렸다.
브라흐마닷타왕은 이들을 거리에 끌고다니며
희롱하다 거리에서 처형을 시키도록 하였다.
부모가 잡혔다는 이야기를 듣고
거리에 있던 장생 왕자는
부모가 결박해 있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칼을 빼들고
부모를 결박하고 있는 관리를 죽이려고 나서려고 했다.
그때, 군중 속에 자기 아들을 본 아버지는
누구에게 말하는 것 같지도 않게 다음과 같이 외쳤다.
"원한은 원한에 의해 풀어지지 않는다. 원
한을 버림으로서 원한은 풀어지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관리들은 죄수가 발광하여
헛소리를 지른다고 생각했지만,
장생 왕자는 그 말뜻을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코살라국 국왕과 왕비는 네 토막으로 잘려지고,
시체는 산산조각으로 흩어졌다.
장생 왕자는 파수병을 매수하여 술을 먹여 취하게 한 다음
부모의 유해를 거두어 화장을 하였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대성통곡을 하고 난
장생 왕자는 바라나시 성안으로 들어가
복수를 할 목적으로 거문고와 노래 솜씨로
브라흐마닷타왕에게 접근을 하였다.
뛰어난 솜씨에 정성껏 시중을 들었기 때문에
브라흐마닷타왕은 장생을 신뢰하게 되었다.
어느날 브라흐마닷타왕이 장생에게
마차를 몰게 하고 사냥을 나갔다.
사냥에 신이 난 왕은 함께 간 병사들과도
따로 떨어져 두 사람이 탄 마차만이 멀리 달아났다.
왕은 사냥을 즐기고 난후 사냥에 몹시 피곤해하며
장생의 무릎을 배개삼아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다.
장생은 '이 때야말로 복수할 때다'라고
생각하고 칼을 뽑았다.
그런데, 그 때 '원한은 원한에 의해
풀어지지 않는다고 했던 아버지의 말씀을
생각하고 칼을 다시 칼집에 꽂았다.
그러나, 부모의 죽음을 생각하니
원통해 견딜수가 없었으므로
다시 칼을 뽑아 들었다.
이렇게 3차례나 칼을 뽑았다가
다시 넣고 하는 사이에 왕이 일어났다.
왕은 가위에 눌린듯 벌떡 일어나더니
장생이 죽은 코살라 국왕의 아들임을 알고
목숨을 살려달라고 애걸하였다.
장생왕자는 죽은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을 말하고
"서로 원한을 품고 죽이면
또 뒤에 남는 사람이 상대를 죽이고 하여
원한이 그칠새가 없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장생은 자초지종을 이야기한 끝에
서로 원한을 버리고 화해하여 성으로 들어갔다.
브라흐마닷타왕은 장생 왕자의 인품을 사랑하여
자기 딸을 주어 사위로 삼고
그에게 코살라국을 되돌려주었다.
부처님은 장생 왕자의 이야기를 하시고
다음과 같이 충고하셨습니다.
“수행자들이여, 옛날 세속의 왕들도
싸우는 것이 어리석은 줄 알고 서로 참고 견디었다.
그런데, 집을 나와 도를 닦는 그대들은
견고한 믿음을 가지고
탐욕과 미움과 어리석음을 버려야 하거늘
서로 화순하지 않고 참을 줄 모르고 서로 싸우고,
참회하여 고치지 못하니 참으로 안타깝구나.
수행자들이여.
그대들은 한 스승의 제자인데
싸우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니 부디 싸우지 말라.
싸우지 말고, 시비하지 말며,
서로 사랑하고 가엾게 여겨
일체 중생을 괴롭히지 않는 것이 내가 바라는 바이다.”
그러나, 코삼비 스님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지 않고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 일은 저희들 일입니다.
부처님께서는 걱정하실 필요가 없으니
참견하지 마십시오.”
부처님은 이 고집불통 스님들을
더 이상 설득하기가 어려운 것을 알고
코삼비를 떠나 밧지국으로 가셨습니다.
3. 6가지 화합의 실천(육화경, 六和敬)
밧지국의 어느 숲속에는
세 명의 스님들이 모여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규칙을 정해서 어떤 사람이
걸식을 나가면 남은 사람은 청소를 했습니다.
음식이 넉넉하면 넉넉한 대로,
모자라면 모자라는 대로 나눠먹었습니다.
서로 다투거나 시기하지 않았습니다.
부처님은 서로 화합하며 수행하는 이들을
다음과 같이 칭찬하시면서
남은 우기 기간 동안 함께 안거를 보내셨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서로 화합할 것을
당부하시며 화합 법문을 주셨습니다.
"비구들이여!
승가의 본질은 화합에 있다.
나는 다음의 6가지 원칙에 따르면
화합이 이루어질수 있다고 믿는다.
첫째, 숲이나 집과 같은
공동의 공간을 서로 함께 이용한다.
둘째, 공양을 해서 얻은 생활
필수품을 나누어 서로 함께 사용한다.
세째, 계율을 함께 준수한다.
네째, 화목을 이룰수 있는 말만 사용하고,
단체를 분열시킬수 있는 말은 금한다.
다섯째, 수행을 통해 얻은
생각과 이해를 함께 나눈다.
여섯째, 남의 생각을 존중하고
남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
이 원칙에 따르면 승가는 행복과 화합을 누릴 것이다.
우리는 다 함께 이 6가지 원칙을 지켜나가도록 하자."
4.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밧지국에서 안거를 마치신 후
부처님은 다시 팔리레야카라는 고장으로 갔습니다.
부처님은 나무 그늘에 앉아
코삼비 비구들이 서로 싸우는
번거러움과 홀로 있는 고요함을
견주면서 생각에 잠기셨습니다.
바로 그 때 큰 코끼리 한마리가
부처님께 다가왔습니다.
그 코끼리는 다른 코끼리 떼와 함께 살았는데,
많은 코끼리들과 함께 살며 혼잡한 환경 속에서
먹을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물을 마시려고 하면 물이 더럽혀지고,
강을 건너려고 하면 많은 코끼리들이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에
귀찮아서 혼자 지내려고 나온 것이었습니다.
코끼리는 무리에서 벗어나 홀로 되어
숲 속으로 와서 홀로 앉아계신 부처님 곁으로 왔습니다.
큰 코끼리는 부처님을 위해 긴 코로 먹을 것을 날라주며,
근처의 풀을 뜯어 치우며 부처님의 수행을 도왔습니다.
그 때, 부처님은 이 코끼리를 보고
다음과 같이 게송을 읊었습니다.
"어깨가 떡 벌어진 코끼리가
그 무리를 떠나 마음대로 숲속을 거닐듯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만일 그대가 현명하고 일에 협조하고
예절 바르고 총명한 동반자를 얻지 못했다면
마치 왕이 정복했던 나라를 버리고 가듯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렇게 약 3개월간을 팔리레야카의 숲에서 머물러 계시다가
부처님은 사위성의 기원정사로 향하셨습니다.
한편, 부처님이 떠나신 후에도 코삼비의 분쟁은
해결될 기미가 없이 더욱 악화일로로 치달았습니다.
5. 재가 신도들의 공양 거부
그런데, 이러한 분쟁을 해결한 것은
뜻밖에도 재가 신도들이었습니다.
코삼비의 재가자들은 부처님께서 아무 말씀 없이
떠나가셨다는 말을 듣고 서운해하고 슬퍼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코삼비의 스님들이
시비를 그치지 않기 때문에 가신 것이라고 원망했고,
만일 다툼을 그치지 않는다면
앞으로 코삼비에 있는 스님들에게
공양도 올리지 말고 예배하지도 말고
아는 체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 말씀도 듣지 않는
스님들이 재가자들의 말을 들을 리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코삼비의 재가자들은
이를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공양을 받을 수 없게 되고 왕따를 당해서
생활이 어렵게 된 코삼비의 스님들은
하는 수 없이 사위성으로 부처님을 찾아 길을 떠났습니다.
6. 코삼비 분쟁의 해결
드디어 코삼비 스님들이 사위성에 도착했습니다.
교단의 상수제자인 사리불 존자는
먼저 코삼비의 모든 비구들에게
평등하게 옷과 음식을 나누어주며
거처는 일단 양쪽을 서로 갈라 놓고,
윗사람부터 윗자리를 차례대로 자리를 정해 주었습니다.
한편, 이와 같은 소동이 벌어지는 동안
이 일의 원인을 일으킨 강사 스님은
혼자서 반성을 하고 있었습니다.
소소한 일이지만 자신이 계율를 범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는 사리불 존자의 친절에 감사하며
자신으로 인해 이런 일이 생기게 된 것에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자기를 지지해준 동료들에게 가서
자기가 계율을 어겼다고 참회하고 사과했습니다.
동료 스님들은 강사 스님을 데리고
부처님께 가서 그 취지를 말씀드리고 처분을 바랬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의 지시에 의해
규율대로 회의를 열고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일이 끝나자 강사 스님의 동료들은
반대파가 있는 곳을 찾아가서
경과를 이야기하고 화해를 청했습니다.
그들은 화해를 받아들였고 서로 사과했으며
이렇게 문제는 마무리되어졌습니다.
부처님의 지시에 따라 전원이 집합하여
임시회의를 열고 경위를 알렸습니다.
이제 교단의 불화는 말끔히 해소되고
다시 온전한 화해가 이루어졌음을 서로 확인했습니다.
부처님은 사위성에 있는 스님과
코삼비에서 온 스님들은
한데 모아 놓고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제정하여 놓은
모든 계율은 곧 너희들의 보호자요 스승이다.
바로 너희들이 믿고 의지하며
목숨이 다하도록 지켜야 할 것이다.
하나라도 범하게 되면 법대로
다스림을 받고 참회해야 한다.
그리고, 계율은 오로지 교단의 화합을 위하고
대중이 안락하게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서 있는 것임을 알아라.
그러므로, 많은 계율 가운데서 중요한 것을 제하고,
그 나머지 사소한 계율에 대해서는 너무 고집하여
범하고 범하지 않은 것을 캐냄으로써
시비를 일삼지 않도록 하여라.
이치에 어긋나지 않도록
두루 살펴서 삼가할 것은 삼가하며,
윗사람을 공경하고 아랫사람을 사랑하여
서로 서로 화합하고 예의와 법도에 맞도록 할 것이다.
이것이 곧 출가하여 수행하는 사람들이
공경하고 순종할 법이다."
코삼비 스님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자신들의 허물을 진심으로 뉘우쳐 참회하고
다시 화합을 이루었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처럼
승가의 본질은 화합에 있습니다.
부처님이 계신 당시의 사소한 다툼이
승가의 분열까지 이어진 코삼비 사건처럼
불교 수행자의 모임 또한 크고 작은 다툼이 생겨납니다.
이럴 때 우리는 부처님께서
밧지국에서 세 명의 스님들이
사이좋게 수행할 때
화합의 6가지 원칙을 자주 되새겨야 하겠습니다.
작은 다툼이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도록
부처님의 화합 법문을 깊이 명상하고 실천해서
서로 화합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유튜브 극락회상 - 부처님 생애(27) 코삼비 비구들의 분쟁>
https://youtu.be/rvBdhNKked4?si=XMUnVTnISDeM2I4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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