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행제일 라훌라 존자>
1. 부처님의 특별한 유산
부처님께서 고향 카필라 성을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부처님의 아내였던 야쇼다라 공주는
아들 라훌라를 예쁘게 단장시키고
부처님께 다음과 같이 말하라고 시켰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그늘은 참으로 편합니다.
아버지의 특별한 유산을 저에게 물려주십시요."
야쇼다라 공주의 의도는 카필라 왕위 후계권을
아들 라훌라가 물려받도록 힘을 써 달라는 뜻이었습니다.
부처님은 그 의도를 아셨지만,
아무 말씀 없이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라훌라는 계속 특별한 유산을 달라며 쫓아왔습니다.
부처님께서 성 밖의 처소에 도착하셨을 때
사리불 존자를 불러 말씀하셨습니다.
"이 아이가 특별한 유산을 원하니
내가 유산을 물려주리라.
이 아이를 출가시켜라."
2. 세숫대야의 가르침
이 일을 계기로 라훌라는
어린 사미로 출가하게 되었습니다.
라훌라는 착하고 영리했으나,
장난기가 심하여 작은 거짓말로
사람들을 속이며 즐거워하였다.
부처님은 이 소식을 듣고 라훌라를 불렀습니다.
부처님은 라훌라에게 세숫대야에 물을 떠오게 하고
당신의 발을 씻은 후 물으셨습니다.
"너는 이 물을 마실 수 있겠느냐?"
"없습니다."
"왜냐?"
"발을 씻어 더러워졌기 때문입니다."
"너도 이 물과 같다.
수행에 힘쓰지 않고 마음을
청정하게 갖지 않고 계행을 지키지 않는다.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의 삼독(三毒)의 때를
가슴 가득히 안고 있어 마치 이 물과 같이 더럽혀져 있다."
부처님은 세숫대야의 물을 버리게 하신 후,
다시 물으셨습니다.
"너는 이 세숫대야에
음식을 담을 수 있겠느냐?"
"없습니다."
"왜냐?"
"손발을 씻은 세숫대야이기 때문입니다."
"너도 이 세숫대야와 같다.
사문이면서 거짓말을 하고
마음 속에 도를 닦을 뜻이 없으므로
더러운 물을 담는 그릇과 같다.
마음의 양식이 될 것을 담을 수가 없느니라."
말씀이 끝나자 부처님은
곧바로 대야를 걷어찼습니다.
대야는 저만큼 굴러 갔습니다.
부처님은 라훌라가 일찍이 보지 못한
준엄한 얼굴로 꾸짖었습니다.
"너는 사문이면서 행동을 조심하지 않았고
거짓말을 하여 대중들을 괴롭혔다.
너는 누구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할 것이다.
지혜로운 자로부터 아낌을 받지 못한 채
목숨이 다하도록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
미혹 속에서 헤매기를 이 물그릇과 같이 할 것이니
뜻을 가다듬어라."
이 법문을 듣고 라훌라는
정신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3. 코끼리의 비유
부처님은 다시 코끼리의 비유를 들어
라훌라가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옛날 어느 나라에 큰 코끼리가 있었는데,
500명의 코끼리가 덤벼도 이길만큼 힘센 코끼리였다.
이 코끼리는 싸울 때 앞발로 차고 뒷발로 밟고,
꼬리, 상아 등도 이용하여 온 몸으로 싸웠다.
그러나, 이 코끼리도 싸울 때 코만큼은
입 쪽으로 가리고 조심하며 싸웠다고 한다.
코끼리가 그렇게 코를 조심하듯이
수행자는 입을 조심해야 한다.
사악한 말로 말장난을 하게 되면
지금도 다음생도 계속해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느니라.
코끼리가 코를 내놓으면 목숨을 잃듯이
수행자도 말을 함부로 하면
지혜를 담는 그릇이 깨지는 것과 같으니
수행자의 생명을 잃는 것과 같느니라."
이 법문을 듣고 라훌라는 이전과 달라진
수행자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4. 밀행제일
2~3년을 정진하여 라훌라가
어느 정도 수행의 진전을 보이자
부처님은 라훌라가 교만에 빠질 것을 경계하여
다음과 같이 한번 더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라훌라야! 너는 늘 가까이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어진 현자들을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니냐?
모든 사람들을 위해 횃불을 비춰주는
어진 현자를 너는 존경하고 있느냐?"
라훌라가 대답하였습니다.
"늘 함께 있다고 해서 어진 이를
가볍게 여기는 일은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을 위해 횃불을
비춰주는 어진 현자를 저는 항상 존경합니다."
부처님이 이에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사랑스럽고 즐거움이 되는
오욕(五慾)의 대상을 버리고,
믿음으로 집을 떠나
괴로움을 없애는 자가 되어라.
착한 친구와 사귀어라.
시끄러운 세간을 떠나
깊숙하고 고요한 곳에서 거처해라.
그리고, 음식의 분량을 알고
절제하는 사람이 되어라.
계율을 지키고 다섯가지 감각기관을 지켜
네 육신을 살펴라.
번잡한 세속을 지겹게 생각해라.
애욕 때문에 아름답게 보이는
겉모양을 떠나 생각하라.
육신을 부정한 것이라고 마음에 새겨두고,
마음을 하나로 집중시켜라.
마음에 자취(相)를 두지 말아라.
마음에 도사린 교만을 버려라.
교만을 없앤 너는 편안한 나날을 보내리라."
이 설법을 들은 라훌라는
더욱 수행에 정진했고 항상 겸손하였으며
남 몰래 착한 일을 행하였습니다.
그래서, 선행을 해도 자랑하거나 교만하지 않고,
남몰래 선행을 하여 "밀행제일(密行第一)"이란
칭송을 받았습니다.
라훌라는 부처님의 시자인 아난 존자를 존경하고
불편함이 없도록 뒤에서 보살펴 주고
남 모르게 아난 존자에게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제일 먼저 일어나서
도량을 청소하고 명상에 들었다고 합니다.
한번은 도량 청소를 하고 돌아오는데,
두 명의 대중이 라훌라 존자를 놀려주기 위해
마구 어지럽혀 놓은 후 라훌라 존자가 지나가자
"라훌라가 이렇게 더럽혀 놓았다."라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라훌라는 이들에 대해서
미워하는 마음이나 억울함을 밝히려는 생각 없이
조용하게 다시 청소를 하여
악담을 하는 이들을 무안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부처님은 이와 같이 아드님인 라훌라 존자에게
‘깨달음’이라는 최고의 유산을 물려주셨습니다.
부처님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늘 겸손했으며,
부지런히 수행하여 10대 제자 중
"밀행제일"로 불리운 라훌라 존자!
때에 맞게 아들을 경책하여
불법의 진리에 들어서게 하여
세속적인 유산보다 깨달음이라는
최고의 유산을 물려주신 부처님!
이 두 분의 모습은 진리에 입각하여 살아가는
아버지와 아들의 부자 관계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줍니다.
<유튜브 극락회상 - 부처님 생애(16) 밀행제일 라훌라 존자>
https://youtu.be/qyoV4UrTHB4?si=emCEWNwpwRkFQ57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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